런던일기/2014년

[book] 설탕의 세계사

토닥s 2014. 5. 25. 07:23


가와기타 미노루(2003). 〈설탕의 세계사〉. 장미화 옮김. 좋은책만들기.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 4권을 동시에 읽고 있다.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더 읽지 않게 되고, 그래서 더 진도도 없다.  그렇게 내 독서는 영영 끝이 나는건가 생각하고 있던 요즘 누리가 우연히 책장에서 뽑아든 책 한 권.  가볍게 읽었더니 가볍게 반나절, 반나절 해서 이틀만에 끝이 났다.


이 책은 FB를 통해 알게 된 님이 내 책을 빌려 읽고 싶다 하셔서 빌려 드렸는데(이런 need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그 날 맞교환으로 빌려주겠다며 들고 오신 책이다.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급하게 귀국하게 되시면서 내 책들을 돌려주시고, 만나지 못하고 사시던 곳 근처 내 지인에게 맡기셨다, 본인 책은 내게 남겨두고 가셨다.  이렇게 처분하신건가?( ' ');;


한 마디로 '설탕 따라 이야기 삼천리'다.  일본인 저자가 이야기하는 설탕 이야기의 주요 배경과 내용이 영국 이야기라서 또 다른 흥미가 됐다.  최근 관심을 눈꼽만큼 가졌던 영국의 산업혁명 시대의 생활사를 조금 담고 있어 더욱 그랬다.


17세기, 18세기 설탕 경작지를 찾아서 신세계로 다투어 떠났던, 그를 위해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삼아 아메리카로 이주시켰던 이야기.  뭔가 꼬리에 꼬리가 물리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그때랑 지금이랑 '짜달시리[각주:1]' 다른가.  상품만 바꿔서, 사람만 바꿔서, 지역만 바꿔서 여전히 반복되는 이야기들 같다.


번역이 그렇게 되었는지, 원래 그렇게 쓰여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꼬불꼬불 할아버지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깊이 있는 내용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고등학교 수준의 교양 정도는 기대할 수 있겠다.


읽다가 '헉' 한 부분이 몇 군데 있다.  영국인들이 과거도 현재도 아침으로 먹는 포리지poridge에 관한 것.  "오트밀이란 귀리를 볶은 다음 거칠게 부수거나 납작하게 누를 식품으로, 영국인의 아침 식사에 흔히 등장하는 포리지라는 죽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당시 포리지가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날에는 설탕을 넣고 우유를 조금씩 부어 저으면서 먹는 게 보통인데, 예의로라도 맛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음식이다."  그 포리지를 누리는 거의 9개월째 아침으로 먹고 있다.  나는 먹이기만 해봤지, 먹지는 않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누리에게 미안한 마음이 확 생겼다.  그래도 계속 아침으로 주고 있다. 

가십 gossip 수준이지만 큐가든이 식민지의 농업 - 플렌테이션을 연구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헉'.


설탕에만 역사가 있고, 그 안에 세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물을 가만히 보라.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면, 거기에도 세계가 담겼다-고 생각하는 1人.



(5월의 책)

  1. '많이'를 뜻하는 부산 경남 사투리.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