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life] 결혼식이란 것은..

토닥s 2014. 6. 2. 22:51

지난 토요일 이곳에서 알게 된 J님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미국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온 결혼식이었다.  사실 우리는 갈까말까를 끝까지 망설였다.  교회라는 곳이, 피로연이 열리는 오래된 프렌치 식당이 누리가 있는 우리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결혼식이 있기 얼마전까지 우리는 J님과 결혼하게 될 또 다른 J를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극적으로 결혼식을 얼마 남지기 않고, J & J를 우리 집에서 만난 뒤 지비는 결혼식에 가보고 싶어 했다.  평범하지 않은 한국인 J님 만큼이나 또 다른 J도 흥미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큰 용기내서 결혼식에 갔다.



둘은 교회 지인의 소개로 만났고 둘다 크리스찬이라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영국 교회.  멀티 컬쳐 커플답게 결혼식도 그러했다. 


일단 결혼식이 열리는 교회는 영국 교회였고(성공회), 결혼식을 집도한 사람은 여성 신부님.  양가 부모님 모두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으셨고, J & J는 격식 없는 결혼예복을 입었다.  손님들 또한 많은 수가 멀티 컬쳐 커플이었다.  지비는 '참 흥미로운 사람들'이라고 결혼식을 총평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흥미로운 것이고 예상대로 누리는 엄숙한 분위기 사이사이 찡찡거림으로 추임새를 넣었고, 머리에 꽂은 핀은 1분도 안되서 던져버렸다.






그래서 사진으로만 겨우 남은 머리핀.  그나마도 제대로 된 사진이 없다.





이 결혼식은 생각도 못하고 주변에 결혼을 예비한 친구들 몇이 있어 이번에 한국에서 사온 한복이다.  모양은 나쁘지 않으나 천감이 영-, 가려워서 혼났다.  게다가 결혼을 예비했던 친구들은 결혼식 '따위'는 하지 않고 그냥 출산으로 고고.




누리가 결혼식에서 가장 관심을 보였던 콘페티.


다른 사람의 결혼식이지만, 콘페티부터 장식까지.  그리고 피로연이 열리는 식당의 이름표 등등.  정말 애썼다는,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선 돈이면 다될 것들을 둘이서 손으로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


영국사람들은, 유럽사람들은, 특히 젊은 사람들은 결혼식에 의미를 많이 두지 않는 것 같다.  의외로 교육받은 사람들일수록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 또한 의미를 두는 사람은 아니지만, 멀리 와서 살게 된 상황에서 부모님이 원해서 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결혼식에 함께한 양가 가족들에게 정말 좋은 추억이 되었다.  물론 뒤에 와서 들으니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격식(예단 그런 것들)을 생략한 내 의지와 한국의 문화 속에 있는 가족들이 그 간극 속에서 고생한 모양이다.


이번에 결혼한 J님도 결혼식을 앞두고 골골골 아프셨다.  딱 들으니 스트레스였다.  각자가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결혼식이란 것은 일단 '형식' 맞다.  하지만 그 형식을 얼마만큼 내 의미로 만드는가는 각자의 '정말 단단한' 의지가 필요한 것 같다.


J & J, 결혼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