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육아 158

[+1372days] 런던의 한국(주말)학교

올 9월이면 누리가 만 4세. 주변의 비슷한 또래들이 이제 '학교'라는 교육과정에 들어가거나, 누리처럼 내년에 들어가게 된다. 참고로 영국의 새 학년은 9월에 시작하는데 그 전에 만 4세가 되어야 유치원(reception)-학교 과정에 들어간다. 누리는 9월이 지나 만 4세가 되기 때문에 한 해 더 어린이집(nursery)에 머무르고 내년에 학교 과정에 포함된 유치원에 가게 된다. 주변에서 누리가 유치원 가는지, 학교 언제 가는지 참 많이 물어보는데 사정이 이러하다. 다음 기회에 좀 더 잘 설명된 링크와 함께 소개하기로 하고. 공교육 과정에 관한 고민과 함께 한국(주말)학교 고민도 시작됐다. 예전에 찾아보니 3세반이 있길래 올 가을부터 보내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한국학교는 3월에 시작한다...

[+1367days] 측은지심

누리는 열심히 일상적응 중인데, 별로 순조롭지는 않다. 월요일. 시간을 다 채우리라 기대하지 않고 환기 차원에서 어린이집을 갔다. 집을 나설때만 해도 즐거운 마음이었는데 도착해서 잠 온다고 울고불고. 여기 오후 1시면 불과 며칠 전 한국에서 오후 9시. 꿈나라로 갔을 시간이긴 했다. 반갑다고 달려드는 친구도 싫다, 선생도 싫다. 십여 분만에 우는 누리를 안고 돌아나왔다. 잠 온다고 울더니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들어간 공원 까페에서는 초롱초롱해져 한 시간을 보내고 비가 그친 뒤 집으로 돌아왔다.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려던 내 욕심이 지나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차적응 만큼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어려울거란 예감. 화요일. 누리가 좋아하는 체육수업을 갔다. 전날 어린이집처럼 집을 나설때는 가고..

[+1316days] 영국에서 사용하는 아이들 감기약

누리가 또 아프다. 문제는 지비도 아프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나도 아프다. 누리가 아프면 좀 고달프긴하지만 비위를 맞춰주며 간식도 더 주고, TV도 더 보여주고 그러면서 견딜 수 있는 요령이 생겼는데 (지비가 아픈 건 안중에 없고) 내가 아프니 누리의 투정을 받아줄 여력이 없다. 4월 말이니 봄이라고 누리 히트텍 입히지 않은 게 후회되고, 나는 무거운 겨울옷 빨아 넣어버리고 기모후드만 입은 게 후회된다. 하지만 벌써 늦었다. 열심히 약 먹으며 주말 전에 나아지기를 바랄뿐. + 얼마전 누리가 아파서 항생제 처방까지 받았을 때 "약만 먹어도 배부르겠누~리~"라며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더니 "영국에선 약을 병째로 주나요"하고 아는 분이 답글을 달았다. 그러고보니 한국서는 물약을 병에 담아주었던 것 같다, 내가..

[+1312days] 아이들 속 내 아이

누리가 어린이집에 가면서 누리에 관해서 더 좀 알게 됐다. 그 전에는 누리만 바라보고 있으니 누리가 또래 아이들과 어떻게 다른지 잘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알게된, 또래의 아이가 있는 사람들과 만나도 그 수가 작으니 '그 집 아이니까 그렇지'하는 생각만 들뿐 어떤 일반화는 어려웠다. 육아라는 과정이 일반화가 어렵다는 걸 전제하지만, 또래의 특성/발달 정도 그런 것들은 있다. 대충 또래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누리를 넣어보면 운동면은 뛰어나고 언어면은 떨어진다. 운동면이 뛰어나다고해서 날때부터 그랬냐면 그것도 아니다. 키만 클뿐 몸무게는 딱 중간이었고 기고, 걷고 그런 것들은 평균치보다 약간 뒤늦은 정도. 하지만 걷기 시작한 후부터 놀이터, 공원 등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계속해오고 있는 체육수업이 도움을 ..

[+1305days]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배운다.

무엇인가를 아이에게 가르치기란 참 어렵다. 밥 잘먹기, 말하기 심혈을 기울여도(?) 참 생각만큼 따라와주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것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들은 배운다. + 누리가 요즘 "leave it(그냥 둬)"라는 말을 지비에게 잘 한다. 어떤 상황이었던 간에 그 말이 별로 좋게 들리지는 않는다. 이 말은 주로 지비가 누리가 원하지 않는 행동(장난감을 치워버린다거나 음식을 강요할 때)을 할 때 나온다. 그 말이 어디서 왔을까 가만히 생각해봤더니 내가 한 말이다. 누리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해서 울게 되면 내가 지비에게 했던 말. 누리를 더 많이 겪으면서 생긴 나름의 방법은 동의와 설득이다. 장난감을 치워야 할 때 꼭 먼저 말한다. "장난감 치운다", "장난감 치울래?", "장난감 치우자~". 지비..

[+1302days] 슈가 파워

아파서 쉰 일주일을 포함한 부활절 방학이 끝나고 오늘부터 어린이집 여름학기가 시작됐다. 1월부터 시작하는 학기는 봄학기다. 참 이해가 안가는 영국의 학기제. 아침 누리 체육수업에 갔다 집에 돌아와 점심먹이고, 어린이집에 넣어놓고 그 동안 미뤄왔던 볼 일을 봤다. 호적등기소에 가서 출생증명서를 신청하고, 쇼핑센터에 들러 얼마 전 출생한 친구네 쌍둥이 선물을 샀다. 선물 쇼핑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정해둔 선물을 샀으니. 30초쯤 가게 안으로 들어가 선물을 집어드는데 썼고, 계산하고 포장하는데 9분 30초가 걸린 것 같다. 만만한 선물을 골랐는데 두 개니까 가격이 만만하지 않게됐다. 두 시간 동안 바쁘게 돌아다닌 결과 누리가 마치기까지 40여 분이 남았는데, 집에 들렀다 오면 왕복 30여 분. 그냥 어린..

[+1300days] 평화와 피로 사이

평화로운 주말이 끝나가고 있다. 문제는 평화로운 것인지, 피로해서 기운이 없는 것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 2주간의 부활절 방학을 일주일 앞두고 누리가 아프기 시작해서 방학 전 일주일을 앓았다. 그리고 부활절 연휴가 끝나고 조금 나아져 한 일주일 바깥 나들이를 하였는데, 다시 아파서 이번 주 대부분을 집에서 보냈다. 그러고나니 한 일 없이 피곤. 토요일 지비가 운동을 하러 차로 2~3시간 걸리는 곳에 다녀오느라 누리와 둘이서 시간을 보냈다. 예전 같으면 둘이서 장보러 나가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왔을텐데 기운이 없어서 집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점심을 먹다보니 비가 내리지 않는 바깥 날씨가 아까워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이라도 가자 싶어 집을 나섰다. 도서관에 재활용 쓰레기(소형가전과 전구)도 버리고,..

[+1294days] 누리네 법

누리가 2주간의 어린이집 방학을 맞았다. 그러나 방학 전 아파서 한 주 쉰 것을 더하면 3주간의 방학인셈. 방학을 준비해서 사놓은 물감, 테이프 등등으로 매일 같이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는 누리. 가끔은 그 창작물의 착용을 우리에게 강제하기도 한다. 하라면 한다. 그래서 우리집에선 모두가 배지를 달아야 한다. 그건 인형들도 예외가 없다. 종이 안경은 물론이고. 고양이 인형에게 토끼 머리띠를 쓰라고 하면 써야한다. 누리네 법은 누리 말씀이시니. + 누리가 24시간 밀착방어 중이라 블로그를 할 여유가 없네요. (ㅜㅜ )

[+1278days] 아이가 아플 때의 패턴

누리가 한 3일 "눈이 딱딱해"하며 일어났다. 눈꼽이 끼어 마른 것이었다. 오른쪽 눈이었다. 신생아 때도 꼭 오른쪽이 그랬다. 눈물샘이 잘 발달되지 않아 그렇다고. 여전히 그런가 하고 그냥 두었다. 그리고 그 3일 동안 누리가 정말 코를 많이 골았다. 지비와 내가 잠을 못잘 정도였다. 그래도 물론 자긴 했다. 그게 화근이면서 일종의 징조였다. 금요일 아침 누리가 퉁퉁부어 일어났다. 원래도 아침엔 조금 붓는 아이이긴 했지만, 금요일 오전에 체육수업 때문에 만난 Y님이 다른 아이 같다고 할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열이 난다거나 기침을 한다거나 하는 증상이 없어 어린이집에 갔다. 오후 3시 반 집에 돌아오고보니 누리가 골골골. 두 시간 내내 밖에서 놀았을 언 몸을 녹이면 나아지려나 싶어 따듯한 우유를 줘도 잘..

[+1268days] 말 안/못알아듣는 소귀들

물 절약 어떻게 가르칠까요? 누리가 직접 손을 씻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문제다. 아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물 장난을 좋아한다. 물을 흘려버리는 게 목적인지, 손을 씻는 게 목적인지 헛갈릴 정도다. "하루에 물 한 컵 못마시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하고 윽박질러보지만 누리귀는 소귀.(- - );; 오늘 점심을 준비하는데 단수가 되었다. 수도꼭지에서 쪼로록 떨어지는 물에 겨우 세수하고 이 닦여 어린이집에 보냈다. 그 핑계로 나는 점심 설거지도 남겨두고 나와 어린이집 근처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수도꼭지에서 쪼로록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여주며 그랬다. "거봐 물 없으니까 불편하지?" 물을 아껴 써야 한다는 걸 어떻게 가르칠까? 가장 좋은 건 세면대에 물을 담아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