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312days] 아이들 속 내 아이

토닥s 2016. 4. 23. 07:17
누리가 어린이집에 가면서 누리에 관해서 더 좀 알게 됐다.  그 전에는 누리만 바라보고 있으니 누리가 또래 아이들과 어떻게 다른지 잘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알게된, 또래의 아이가 있는 사람들과 만나도 그 수가 작으니 '그 집 아이니까 그렇지'하는 생각만 들뿐 어떤 일반화는 어려웠다.  육아라는 과정이 일반화가 어렵다는 걸 전제하지만, 또래의 특성/발달 정도 그런 것들은 있다.  대충 또래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누리를 넣어보면 운동면은 뛰어나고 언어면은 떨어진다. 

운동면이 뛰어나다고해서 날때부터 그랬냐면 그것도 아니다.  키만 클뿐 몸무게는 딱 중간이었고 기고, 걷고 그런 것들은 평균치보다 약간 뒤늦은 정도.  하지만 걷기 시작한 후부터 놀이터, 공원 등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계속해오고 있는 체육수업이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혼자인 누리가 그런 공간에서 다른 아이들을 보고 배우는 것이다.

언어면에서 누리의 영어 수준, 한국어 수준은 자기 나이보다 딱 일년 정도 늦다.  객관적으로 후하게(?) 이야기하면.  우리에게 조바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있어요 있어) 길게보고 아이의 언어능력의 용적/수용능력을 키워주자는데 지비와 나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또래 아이 언어를 100으로보면 누리는 각각의 언어가 60정도.  하지만 두 언어니 120이 되지 않겠냐며 근거없이 낙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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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어린이집에서 과학박물관 나들이를 갔다.  매달 10명씩 가는데 이번 달에 누리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누리가 요즘 함께 노는 아이.  먼 발치에서 그 아이 엄마를 몇 번 봤다.  청각장애인 같았다.  만나보니 그랬다.  박물관으로 갈 때부터 두 아이가 함께 다니니 그 엄마와 내가 자연히 같이 다니게 됐는데, 선생이 따로 와서 그 아이의 엄마를 좀 살펴달라고 부탁했다.  청각장애인이고 초행길이라며.
이야길 나눠보니, 그 엄마가 내 입을 읽을 수 있고 정확하진 않지만 발성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본인은 안들리지만.  물어보니 조용한 곳에선 보청기를 사용하면 약하게 들리기도 한단다.

가만히 보니 아이는 수화도 하고 영어도 한다.  그 영어가 누리보다 훨씬 낫다.  물어보니 아빠는 비장애인이고 형제자매가 위로 셋이 있다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이가 수화로 이야기할 때 뭉클했다.  보호자로 엄마가 왔지만 때로는 아이가 엄마를 도와야 한다는 사실에.
 
그 아이와 그 아이의 부모가 세상과 소통하고 배워나가는 과정에 비하면 우리의 경우는 그리 어렵거나,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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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의 아이들이 함께 했다.  그 중 한 아이는 저보다 어린 동생을 엄마가 함께 데려왔고, 한 아이는 부모 아닌 돌보미가, 한 아이는 그도 여의치 않아 어린이집 보조교사가 보호자로 왔다. 

아이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부모도 교사도 감당할 수 없는 아이들, 부모나 교사가 감당할 수 있는 아이들, 부모나 교사가 특별히 감당할 필요가 없는 아이들.  누리는 세 번째 그룹이라는데 무척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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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박물관 지하층 방향 표시 사인.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층답게 알기 쉽게 된 사인이 반가웠다.

누리는 친구들과 지하철을 탄 게 가장 재미있었단다.  나도 관계 속에 있는 누리를 관찰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