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316days] 영국에서 사용하는 아이들 감기약

토닥s 2016. 4. 27. 00:32
누리가 또 아프다.  문제는 지비도 아프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나도 아프다.

누리가 아프면 좀 고달프긴하지만 비위를 맞춰주며 간식도 더 주고, TV도 더 보여주고 그러면서 견딜 수 있는 요령이 생겼는데 (지비가 아픈 건 안중에 없고) 내가 아프니 누리의 투정을 받아줄 여력이 없다.

4월 말이니 봄이라고 누리 히트텍 입히지 않은 게 후회되고, 나는 무거운 겨울옷 빨아 넣어버리고 기모후드만 입은 게 후회된다.  하지만 벌써 늦었다.  열심히 약 먹으며 주말 전에 나아지기를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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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누리가 아파서 항생제 처방까지 받았을 때 "약만 먹어도 배부르겠누~리~"라며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더니 "영국에선 약을 병째로 주나요"하고 아는 분이 답글을 달았다.  그러고보니 한국서는 물약을 병에 담아주었던 것 같다, 내가 어릴 땐.  언제적 이야기.

영국은 16세 미만은 의사 처방전이 있으면 약은 무료다(전업학생은 그 이상도 무료).   의사의 진료는 NHS에 등록된 사람이면 모두 무료.  다만 등록된 GP(보건소 격 동네 의원)에 따라 진료예약에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등록한 GP는 얼마전까지 가서 기다리면 진료받을 수 있는 Walk-In 시스템이었는데 지금은 예약제로 다 바뀌었다. 진료까지 짧게는 이틀 길게는 일주일 기다려야 한다.  다만 응급진료 슬롯을 하루에 몇 개 둬서 급한 환자는 그날 의사를 만날 수도 있다.

노약자, 사회보호 시스템(저임금, 실업자, 학생, 임산부 등등)에 있는 사람들은 처방전이 있으면 약을 무료로 받는데, 그 이외는 현재 8.40파운드를 낸다.  약이 하루치 건 한달치 건 같다.  3개월 상한선이 29.10파운드 있어 그 이상 의료지출을 하지 않는다.

진료와 처방전으로 받는 약이 무료니 많이 이용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심각하지 않으면 마트에서 3~4파운드 정도 주고 약을 사먹이고, 사먹는다.   기다려서 진료 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약이나, 사먹이는 약이나 파라세타몰이라는 같은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이니 그냥 사먹인다.

오른쪽 첫번째가 카폴이라는 시럽으로 아이들 감기시럽 대명사다.  우리도 늘 한 두 병 사놓고 먹인다.
나머지 셋은 부활절 방학전 누리가 아팠을 때 처방받은 항생제, 해열제/진통제, 코에 넣는 식염수다.

감기엔 약이 없다.  열 내리고 진통제로 나을 때까지 견디도록 도와주는 것인데 누리의 경우는 통증을 더 잡아주기 위해 다른 해열제/진통제를 같이 썼다.  각각 하루 복용치가 정해져 있는데 더 아프다고 더 많이 먹을 수 없을 땐 이렇게 처방을 해준다.

당시 누리님 상태.  코 안과 귀안에 염증이 생겨 결국 항생제를 열흘 넘게 먹었다.  항생제는 자의적으로 중단하는 게 아니라 처방된 약을 끝내야 한다고 하는데 처방된 약이 좀 많았다.

그 때 약마다 먹는 횟수, 시간이 달리서 시간표를 적어두고 먹였다.  단 약을 많이 먹어서인지, 아파서 식욕이 떨어져서인지 잘 먹지 않던 누리.
어떻게 이겨내긴 했는데 여전히 겨울 같은 날씨 때문인지 그 뒤로도 감기를 한 번 했고, 지금 다시 아프다.

작년 초 누리가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히니 수면의 질이 떨어져 회복이 더딜 때 지인이 올바스 오일 어린이용을 추천해주셨다.

밤에 수건에 뿌려 머리 근처에 두면 코막힘이 덜하다.  아이들용으로 블랜딩 된 오일인데 이 오일을 접하고서 왜 이제서야 알려주셨나 할 정도.  그 뒤에 여러 사람에게 추천해줬다.

그런데 지난번엔 이도 효과가 없어 급한 마음에 비슷한 효과를 가진 카폴 회사에서 나오는 오일 훈증기를 샀다.  같은 회사에서 코를 세척하는 식염수도 샀는데, 염증이 심해서인지 이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은 항생제를 먹고 일주일만에 코로 숨쉬며 잘 수 있었다.
훈증기는 가격이 비싸고 5회용 6파운드 정도, 식염수는 쏘는 힘이 너무 세서 누리가 정말 싫어했다.  다급한 마음에 이것저것 샀지만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올바스 오일은 15ml 4파운드 정도인데, 다른 지인에게 들으니 그 집아이는 올바스 오일이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 경우는 이 훈증기를 써보는 것도.

지난 초겨울 바르셀로나에서 누리가 고열로 고생했다.  39도 근처.  처음 겪어보는 고열이라 너무 놀랐다.  그때 밤에 물수건을 아이 머리에 올려놓으니 금새 뜨거워지고 떨어져 계속 갈아주고 올려주어야했다.  런던으로 돌아와 상비약으로 열 내리는 시트를 샀다.

누리는 모자도 쓰길 좋아하는 아이라 이것도 첨 붙일 때만 차가워서 움찔하고 잘 붙이고 있어 도움이 됐다.  다 낫고서도 계속 붙여달라고 해서 숨겨야 했다.  아이 있는 집엔 사두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듣자하니 다른집 아이들은 붙이는 걸 싫어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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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약들을 죽~ 열거하게 됐다.  영국에서 아이들 키우면서 쓰는 약들이다.   혹시 나처럼 올바스 오일 뒤늦게 알고 '왜 이제야 이 물건을 알게 됐을까'할 사람이 있을까, 도움될까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