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372days] 런던의 한국(주말)학교

토닥s 2016. 6. 21. 22:30
올 9월이면 누리가 만 4세.  주변의 비슷한 또래들이 이제 '학교'라는 교육과정에 들어가거나, 누리처럼 내년에 들어가게 된다. 
참고로 영국의 새 학년은 9월에 시작하는데 그 전에 만 4세가 되어야 유치원(reception)-학교 과정에 들어간다.  누리는 9월이 지나 만 4세가 되기 때문에 한 해 더 어린이집(nursery)에 머무르고 내년에 학교 과정에 포함된 유치원에 가게 된다.
주변에서 누리가 유치원 가는지, 학교 언제 가는지 참 많이 물어보는데 사정이 이러하다.  다음 기회에 좀 더 잘 설명된 링크와 함께 소개하기로 하고.

공교육 과정에 관한 고민과 함께 한국(주말)학교 고민도 시작됐다.  예전에 찾아보니 3세반이 있길래 올 가을부터 보내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한국학교는 3월에 시작한다.  한 반 년 마음을 놓아도 될듯.  이러다 등록 시기를 놓치거나 빈자리가 없어 못가는 건 아니겠지.

사람들이 누리를 왜 한국학교에 보내려고 하는지 묻는다.  누리의 한국어는 한국에 있는 또래와 견주어, 이곳에 있는 한국인 가정의 또래와 견주어 뒤쳐지긴 해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또래와 견줄 땐 뒤쳐지지 않는데 굳이 한국학교에 보낼 필요가 있냐는 질문이다.
지금은 나와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고 일년에 한 번 한국에 몇 주씩 다녀와서 그 정도 수준이지만 주변에서 한국말을 들을 기회가 잘 없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한국인 엄마와 외국인 아빠) 커플들이 한국어 교육에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는다.  상황이 다 다르니까.  그래서 주변에 한국말을 하는 또래가 없다.

내가 한국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한 가지는 내가 가르치기 어렵다.  못하는 건 아니지만 시간을 정해두고 부지런히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나는 그렇게 강단있게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다.  기본적인 한국어 - 자자, 밥먹자 이상의 한국어를 하려면 교육과정에 있는 것이 옳다.
두번째 이유는 또래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어서다.  아이들은 교육 못지 않게 또래로부터 배우는 바가 많다.

그래서 한국학교에 보내기로했지만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  런던엔 한국학교가 2곳 있다.  한 곳은 크기도 크고 역사도 있지만(그래서 해당 연령반이 사라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런던이라고 하기엔 너무 멀다.  지금 확인해보니 교통량이 거의 없는 이 시간에도 55분이 걸린다.  한국학교가 공간을 빌려쓰는 곳이 놀이공원 근처라 주말 아침 교통량을 생각하면 한 시간 반 이상이 걸릴 것 같다.  다른 한 곳은 런던의 북부인데 상대적으로 가깝다.  교통량이 없는 시간엔 40분쯤 걸리고, 차량 소통이 많을 땐 한 시간 10분쯤.  작아서 좋지만 그래서 해당 연령반이 개설 될까를 우려해야 할 것 같다.  장소가 우리의 생활권 완전 밖이라 주변에 할꺼리도 없다.  반면 앞서 언급한 학교는 런던 교외 한인타운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장이라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야겠다.

사실 지비는 인근에서 주말에 폴란드어로 진행되는 축구 교실이 있어 거기에 누리를 보내고 싶어한다.  그런데 지비를 제외하곤 주변에서 누리에게 폴란드어를 가르치는 것에 관해서, 혹은 폴란드 주말학교에 보내는 것에 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  가장 친한 이탈리아 친구는 "왜 누리를 힘들게 해?"라고 했다.  "솔직한 말로 지비의 언어가 독일어나,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면 배우는 것도 좋지만 유럽에서도 쓰임이 적은 폴란드어"라며 권하지 않는다.  폴란드의 가족과 소통하는 게 가장 큰 목표지만, 그렇게 왕래가 많지 않은편이라 친구의 말을 지비에게 옮기지는 않았지만 친구의 말에 조금은 동의하는 편이다.  그래도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과 지비의 마음이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니 이해만 하고 한국학교로 보내는 것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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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가기 전에 몰래 쟁여둔 코코몽, 타요, 뽀로로 스티커를 다 소진하고 한국에선 서점에서 사서 그때 그때 썼다.  한국에서 돌아오기 전 몇 권을 다시 샀는데, 문제는 두 달이 걸리는 배로 부쳤다.(_ _ )a
그래서 예전에 친구가 사준 한글익히기 책을 꺼냈다.  누리에겐 그림 그리기 책에 지나지 않지만.

무엇인지도 모르고 한글그리기를 시작한 누리.  완전 초집중이라 한 두 장만하면 머리가 아프다며(잠이 온다는 말이다) 그만하잖다.  '공부'란 다 그런 것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