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268days] 말 안/못알아듣는 소귀들

토닥s 2016. 3. 9. 23:19
물 절약 어떻게 가르칠까요?

누리가 직접 손을 씻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문제다.  아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물 장난을 좋아한다.  물을 흘려버리는 게 목적인지, 손을 씻는 게 목적인지 헛갈릴 정도다.
"하루에 물 한 컵 못마시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하고 윽박질러보지만 누리귀는 소귀.(- - );;

오늘 점심을 준비하는데 단수가 되었다.  수도꼭지에서 쪼로록 떨어지는 물에 겨우 세수하고 이 닦여 어린이집에 보냈다.  그 핑계로 나는 점심 설거지도 남겨두고 나와 어린이집 근처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수도꼭지에서 쪼로록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여주며 그랬다.  "거봐 물 없으니까 불편하지?"

물을 아껴 써야 한다는 걸 어떻게 가르칠까?

가장 좋은 건 세면대에 물을 담아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양치질은 컵을 사용한다.  그런데 물을 담을 때 막는 플러그가 약간 고장이 났다.  물을 담아놓으면 조금씩 흘러 다 씻기 전에 없어진다.  세면대에 작은 대야(?)를 넣어 사용해 볼까 생각중이다.

'아껴야 한다'는 개념을 다른집은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하다.  이해할 나이가 될때까지 옆에 지키고서서 윽박질러야 하나.

아빠와의 목욕시간

누리가 앉을 수 있게 된 이후로 누리의 목욕은 지비 담당이었다.  언젠가부터 누리가 지비와 목욕하지 않겠다고 생떼다.  어쩔 수 없이 내가 하다 누리가 기분이 좋을 때 슬며시 지비가 넘겨받곤 했다.

최근에 또 그런 상황이 발생.  그 동안 사용해보지 않았던 거품 입욕제를 사용하여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거품이 엄청나게 생기며, 물 색깔도 시간이 변하면서 바뀌는 그런 제품이었다.  국면전환에 성공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효과가 시들해지니 울며불며 나를 찾는다.  물론 나는 귀를 닫으려 노력하지만 쉽지는 않다.

지비는 누리가 피곤해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렇기도 하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목욕하기 전 귀마개를 하고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어 달라는 누리 - 이유는 알 수 없음.


먼저 지비와 닿는 시간이 적어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본다.  그럼 이전엔?  그런 걸 느끼지 못하는 나이가 아니었을가 싶다.  주말이나 긴 연휴를 보내고 난 뒤 누리의 태도는 확실히 다르다.

둘이 단란한 때

지비가 직장을 옮기고 일주일에 두 번 30분 빨리 출근을 한다.  수요일은 본인의 운동 때문에, 금요일은 일종의 당직 개념 때문이다.  두 번은 누리가 일어났을 때 지비가 없고, 한 번(수요일)은 잠든 이후에 지비가 돌아온다.  목요일 누리가 늦잠을 잘 때는 화요일 밤에 보고, 수요일 건너뛰고, 목요일 밤이나 되어야 지비를 본다.
나는 이런 변화가 둘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지만 지비는 인정하지 않는다.

두번째 이유는 목욕시간 내 지비의 태도라고 본다.  지비는 애만 물어 넣어놓고 나와 휴대전화로 뉴스를 읽다 시간이 지나면 들어가 누리를 건져 나오는 식이다.  수요일 내가 목욕을 시킬 땐 옆에 앉아 있거나 같이 놀아준다.  이것이 지비와 나의 차이이며, 누리가 지비와 목욕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인데 내 권위가 지비에겐 통하지 않기 때문에 욕실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매일 저녁 누리의 울음을 듣기 버거워 저녁을 먹인 후 지비가 퇴근하기 전 내가 목욕을 시킬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면 내 몸은 힘들어도 누리의 울음을 듣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아빠와의 시간이 줄어드니 문제다.

이것도 아이가 크면 자연히 해결될 일인가.  내가 볼 땐 지비의 태도만 바뀌어도 50%는 상황이 바뀔 것 같은데, 지비귀도 소귀.
(나는 소귀들하고 산다!)

출근이 더 빠르고, 퇴근이 더 늦은 건 한국의 아빠들인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