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457

[20201120] 밥상일기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함께 하면서 느낀 건 방문/블로그 읽기가 가장 적은 때는 금요일이다. 다들 불금을 즐기느라 그런 것인지. 나는 반대로 조금 느긋하게 다른 블로그도 보고 할 수 있는 때는 금요일이다. 그래서 밀린 먹거리 사진을 후딱 올리기. 사실 평소에도 먹는 이야기가 제법 많이 차지하긴 하지만.( '_');; 8월 말에 갔던 폴란드-콜럼비아 커플 친구네. 그 집에 놀러가면 늘 콜럼비아식(이라는) 스프를 준다. 감자가 기본으로 들어간 스프에 옥수수가 꼭 들어간다. 옥수수를 비롯한 구황작물들의 고향이 라틴아메리카라고 어디서 본듯도 하고. 늘 맛있게 먹고 그날 스프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본다. 그 기억을 더듬어 집에서 먹다남은 시금치, 옥수수, 닭고기를 넣고 만들어본 스프. 친구의 맛있는 스프와 비교해 ..

[+2977days] 어린이백과사전을 샀습니다.

지난 주 누리가 하교하면서 지리시간에 배운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메타.. 세디.. 뭐라고. 단어는 알 수가 없는데 내용상 돌의 종류인 것 같았다. 그래서 백과사전을 사기로 했다. 주말 동안 그렇게 무겁지 않으면서, 그래픽도 좋고, 평도 좋은 책으로 골라서 주문했다. 지리, 역사, 과학 같은 것들이 두루 담겼고 문화와 환경 같은 이슈들도 담고 있는 책이다. 나이가 더 들면 컨텐츠별로 별도의 책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지금 누리 수준에서 그림과 개념 정도를 두루 살펴 볼 수 있다.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백과사전이 과연 필요한지 다시 생각해봤다.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다 찾아볼 수 있는 세상 아닌가. 하지만 여러 가지 개념들을 탐색하기엔 '넓고 얇은 지식들'이 가득한 백과사전이 ..

[+2975days] 영국 초등학교 3학년

얼마전 아는 분께 한국어 동화책을 가득 물려받았다. 일명 전집. 한국전래동화와 세계명작동화인데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100권 정도 될 것 같다. 학교에서 내준 책과 집에 있는 책을 읽기에도 빠듯해서 사실 한국책 읽어주기를 좀 게을리했다. 받침이 없는 한글 정도만 읽을 수 있는 누리는 아직 책을 읽어줘야 한다. 아이들 책을 반복해서 읽으려니 나도 지겹기도 하고.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는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니 새로운 마음으로 읽어주기로 했다. 한국전래동화 중 책 '말 안듣는 청개구리'를 가장 먼저 골랐는데 읽어주니 아이가 울상이다. 엄마 개구리가 죽어서. 그런 아이를 잡고 책의 교훈 - 부모님 말씀 잘들어라를 전달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누리는 청개구리가 말을 안들었다는 사실은 기억에 없고 엄마..

[+2967days] 중간방학4 - 그림자 손팻말

지난 토요일 영국 잉글랜드는 다가오는 목요일부터 한 달 동안 2차 봉쇄(lockdown)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과 같이 기초적인 생필품 수급을 위한 상점을 제외하고 모든 상업시설이 영업을 중단한다. 꼭 출근해야 하는 업무가 아닌 업종은 재택을 권장하며, 업부 이외의 여행도 허가되지 않는다. 다시 사회가 일시정지에 들어가는 것은 같지만, 학교는 3월과 달리 등교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다르다. 누리도 오늘 중간방학을 마치고 등교했다. 보통은 방학이 끝나면 밀린 일들도 하고 조금은 활기차게 보내는데 아이가 학교로 돌아가도 걱정만 가득하다. 여전히 아이들은 한 명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부모들도 마찬가지. 지난 금요일 프랑스가 2차 봉쇄에 들어가며 6세 이상의 아이들이 교실에서도 마스크를 쓸 것을 의무..

[+2966days] 중간방학3 - 할로윈

나에게는 1도 중요하지 않은 할로윈이지만 누리는 무척 기다렸던 할로윈. 할로윈이라도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 집을 장식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Trick or treat이라는 아이들 밤나들이는 전혀 보지 못했다. 들뜬 누리에게 맞춰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았지만, 동거인 외 실내모임이 금지된 상황에서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또 1일 1빵(베이킹)하며 할로윈을 맞이하고 보냈다. 금요일에 오시는 바이올린 선생님 방문에 맞춰 진저브래드맨을 구웠다. 그 위에 아이싱으로 할로윈 이미지들을 그려봤다. 바이올린 선생님은 동거인이 아니지만, '학교 이외 교육활동'에 포함되어 만나는 것이 가능하다. 대신 교육활동만 가능하고 사교활동은 불가능하다. 진저브래드맨을 가시는 길에 몇 개 싸드렸다. 습기를 먹어 ..

[+2964days] 중간방학2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있으면 Covid-19과 궂은 날씨로 바깥 나들이가 어렵지만, 집에만 있을 수 없다. 집에만 있으면 몸은 편하지만 아이의 건강은 물론 나의 정신건강에도 해롭다. 매일매일 궂은 날씨지만 잠시라도 햇살이 비추면 밖에 나간다. 가을을 훌쩍 넘어 마음이 겨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직 가을은 가을이다. 할로윈을 앞두고 있지만 역시 예전 같지 않다. 런던의 경우는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실내에서 만날 수 없고, 실외의 만남도 6인까지만 가능하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예전 같이 할로윈 밤나들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할로윈을 핑계로 사람들이 모이는 건 어렵지 싶다. 그래서 우리도 우리끼리 조용히 할로윈을 보낼 생각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건 좀 생각해봐야겠지만 뾰족한 답은 없다. ..

[+2961days] 중간방학1(feat. Covid-19)

한국에서 돌아와 누리의 개학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받던 것이 벌써 6주 전. 그 불편한 6주가 훌쩍 흘러 가을학기 중간방학이 됐다. 누리가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아무런 계획이 없는 중간방학이 부담이다. 보통 중간방학에는 짧은 여행을 가기도 하고, 누리와 공연이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학기 중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Covid-19으로 그 '보통 중간방학'에 할 수 있던 어느 것도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방학은 방학. 중간방학이 되고 줄줄이 입력된 알람들을 껐다. 방학 첫날, 할 일이 없어서 방학 숙제가 있는 구글 클라스룸을 열어보았다. 이번 학기부터 숙제는 구글 클라스룸으로 받고 제출하고 있다. 보통 때와 다름 없는..

[+2951days] 학교생활(feat. Covid-19)

3학년이 되면서 새로운 반편성으로 리셉션부터 함께 해온 친구들과 헤어진 누리. Covid-19 대응으로 달라진 학교생활만으로도 벅찬데, 반편성까지 한 사실에 대해서 몇몇 부모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누리가 다니는 학교, 학년에 여학생이 유달리 수가 적다. 25명 정도되는 반에 여학생이 7명이다. 기존의 누리반은 여학생이 10명 정도였는데, 다른 반에 여학생수가 적었다. 그래서 누리반에서 여학생들을 다른 반으로 옮긴게 아닐까 싶다. 더하기 - 갈등 조정과 학업 편차 조정. 3년 동안 같은 반을 해보지 않은 아이들과 섞이게 되면서 누리가 좀 어려움이 있었다. 친한 친구들은 다른 반으로 갔고, 새롭게 반이 된 남자아이들이 (누리의 표현으로) 누리를 '불편하게' 했다. 한 아이는 수준..

[+2922days] 내일 다시 여덟살

어제로 누리는 여덟살이 됐다. 유난히 자기 생일을 기다리던 누리. 풍선을 달아 달라, 깜짝 놀랄 선물을 달라, 난도스에 가자 요구가 많았다. 다행히도(?) 때가 때인지라 생일 파티 같은 건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매년 누리 생일에 맞춰 학교로 보내던 과일 같은 간식도 생략했다. 혹시 몰라 생일 축하 간식을 보내도 되냐고 미리 선생님에게 문의했더니, 부교장과 이야기를 나눈 선생님이 '불가'라고 알려주셨다. 아주 선명하게 알려주셔서 누리도 간단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파티도 없으니 그 비용과 나머지 모든 비용을 더해 작은 디지털 피아노를 선물로 샀다. 누리가 사달라고 한 적은 없지만, 방과후 수업도 없는 학교생활이 겨울로 접어들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는 계산과 '악기 하나쯤'하는 생각이 ..

[+2907days] 드디어 등교

누리가 오늘부터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가기까지 가장 큰 걱정은 마스크 쓰기였다. 영국에 돌아오고 한 이틀 마음을 다듬고 바로 학교에 이메일을 보냈다. 아이들 간 감염, 가족으로의 전파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3월부터 휴교로 아이들에 대한 Covid-19의 영향력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 쓰기는 우리가 '해볼만한 노력'이라고도 썼다. 그리고 일주일이 넘도록 답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사는 구, 한국으로 치면 구의회에서 아동과 교육을 담당하는 구의원에게 학교에 보낸 비슷한 내용으로 이메일을 썼다. 더한 부분이 있다면 잉글랜드는 중등의 경우 학교장의 권한으로 마스크 의무화를 정한다고 공표한 시점이었는데, 개별 학교장이 부담을 안고 결정하긴 어렵다. 구 단위에서 Covid-19 확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