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922days] 내일 다시 여덟살

토닥s 2020. 9. 20. 07:46

어제로 누리는 여덟살이 됐다.  유난히 자기 생일을 기다리던 누리.  풍선을 달아 달라, 깜짝 놀랄 선물을 달라, 난도스에 가자 요구가 많았다.  다행히도(?) 때가 때인지라 생일 파티 같은 건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매년 누리 생일에 맞춰 학교로 보내던 과일 같은 간식도 생략했다.  혹시 몰라 생일 축하 간식을 보내도 되냐고 미리 선생님에게 문의했더니, 부교장과 이야기를 나눈 선생님이 '불가'라고 알려주셨다.  아주 선명하게 알려주셔서 누리도 간단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파티도 없으니 그 비용과 나머지 모든 비용을 더해 작은 디지털 피아노를 선물로 샀다.  누리가 사달라고 한 적은 없지만, 방과후 수업도 없는 학교생활이 겨울로 접어들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는 계산과 '악기 하나쯤'하는 생각이 더해진 결과물이었다.  생각 밖으로 너무 좋아해서 잘한 선택이었다고 혼자서 총평하고 있다.  지비는 전에 본적 없는 크고 비싼 장난감이라고 총평하고.  개인적으론 지금 어렵게 배우고 있는 바이올린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가르쳐볼까 생각하고 있다.  한 일주일간의 폭풍검색을 통해서 고르고 골라 저가형에서 그나마 어쿠스틱 피아노와 비슷한 느낌으로 배워볼 수 있는 스테이지 피아노라는 걸 골랐다.  덕분에 디지털 피아노(브랜드)에 관해서 많이 배웠다.

평소와 다르게 생일날 아침 6시 반에 일어난 누리는 파자마 차림으로 건반을 눌러보았다.  디지털의 좋은 점이 소리 조절이 되니 그게 가능했다.

누리의 바램 대로 생일에 맞춰 선물로 주고 싶었다.  그래서 배송 소요기간 평일 5~7일을 계산해서 생일 열흘 전에 주문했는데 이틀만에 도착했다.  박스에 담긴 조립형이라 쓰지 않는 욕실에 일주일 동안 숨겨뒀다가 생일 전날 누리가 잠든 후 꺼내서 조립했다.  조립이래야 받침대 만들어서 건반을 올린게 전부지만.

번팅은 작년 생일파티에서 썼던 것을 재활용하고, 풍선 2파운드와 숫자 풍선 1파운드주고 샀다.  그리고 생일 배지를 달고 등교한 누리는 반 아이들이 불러주는 생일 노래를 들었고, 학교 마치고서는 이제는 다른 반이 된 자기 절친들과 학교 앞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누리가 공원 안 놀이터에서 노는 걸 허용하지 않는데, 다행히도 모든 친구들이 공원 나무 아래서 시간을 보냈다.  나무는 힘든 시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누리의 또 한 가지 생일 소원대로 난도스에서 저녁을 시켜 먹기로 했다.  배송비를 줄이기 위해 직접 수령을 했다.  한국에도 생겼다는 난도스는 포르투칼 스타일 닭(주로 그릴) 음식점이다.  그런데 알고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된 닭집이다.  누리의 절친들 중 두 아이의 아빠가 포르투칼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 아이들은 외식으로 자주 가는 곳이 난도스라고.  두 아이가 난도스 이야기를 하니 누리도 한 번쯤 가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지난 3월 지비 생일에 가려고 계획했었다.  그런데 Covid-19으로 봉쇄가 결정되면서 생일을 며칠 앞두고 모든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다.  무척 아쉬워했던 누리가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자기 생일이 다가오니 꼭 거기서 먹고 싶다고.  레스토랑이 문을 열긴했지만 아직도 가서 먹기는 부담스러워서 배달을 시키려고 했는데 배달료가 3.99파운드.  그래서 아쉬운 지비가 직접 수령을 하러 GoGo.

생애 첫 난도스 경험 사진을 찍어오랬더니 봉투 뒷면을 찍어온 대디님.  마미님이 집에서 다시 봉투 앞면을 찍었다.  

 

포장을 풀고 보니 누리 음료수와 사이드 메뉴가 하나 빠졌다.  다시 가지러 간다는 대디님을 말려, 마미님이 환불을 요청하라고 했다.  다행히 매장에서 해준다고.. 했는데 돈이 통장에 들어 올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

그리고 생일축하의 마지막은 케이크.

잠들기 전 누리는 내일도 여덟살 생일이었으면 좋겠다고.  그 말은 누리에게 아주 행복한 하루였다고 이해하기로 했다.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