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951days] 학교생활(feat. Covid-19)

토닥s 2020. 10. 17. 23:39

3학년이 되면서 새로운 반편성으로 리셉션부터 함께 해온 친구들과 헤어진 누리.  Covid-19 대응으로 달라진 학교생활만으로도 벅찬데, 반편성까지 한 사실에 대해서 몇몇 부모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누리가 다니는 학교, 학년에 여학생이 유달리 수가 적다.  25명 정도되는 반에 여학생이 7명이다.  기존의 누리반은 여학생이 10명 정도였는데, 다른 반에 여학생수가 적었다.  그래서 누리반에서 여학생들을 다른 반으로 옮긴게 아닐까 싶다.  더하기 - 갈등 조정과 학업 편차 조정.

3년 동안 같은 반을 해보지 않은 아이들과 섞이게 되면서 누리가 좀 어려움이 있었다.  친한 친구들은 다른 반으로 갔고, 새롭게 반이 된 남자아이들이 (누리의 표현으로) 누리를 '불편하게' 했다.  한 아이는 수준별 분반 수업이 이뤄지면서 자연히 마찰 시간이 줄어들어 해결이 됐고, 다른 아이는 결국 내가 학교 선생님에게 메일을 썼다.  그래서 좀 강압적으로(선생님이 해당 아이와 누리를 함께 불러내어 그 아이에게 경고를 주었다) 해결이 됐다.  그러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학교가 어수선하니 이런 문제들을 교사가 알지 못하거나 돕지 못하는게 아닐까 싶다.  Covid-19으로 교사가 신경써야 할 것들은 더 많아지고,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그래서 나는 가능한한 교사를 거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하는데 나도 처음 해보는 학부모라, 그것도 내가 자라나지 않은 영국에서, 어렵다.  문제를 지비와 공유하면, 내 문제의식을 동의는 하는데 왜 이런 것들을 학교에서 도움주지 않는지 흥분만 한다.  결과적으로 도움이 안된다.  여러 가지 상황과 함께(그리고 절망적인 영국의 Covid-19 상황도 함께) 누리의 학교생활이 이리저리 부딛히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러 벌써 하프텀(half term), 중간방학을 앞두고 있다.

 

누리는 아직도 혼자서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다닌다.  이제는 누리에게도 생활이 되고, 학교에도 아이들에게도 정해진 사실이 되어 누리의 마스크에 대해서 더는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이 Covid-19 상황 속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방과후다.  날씨가 겨울로 가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비만 오지 않으면 방과후 잠시라도 학교 앞 공원에 간다.  문제는 공원에도 함께 놀 친구들이 없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바쁘기도 하고 Covid-19 때문이라도 오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우리는 누리가 공원 안에 있는 놀이터에 들어가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 영국의 학교는 버블이라는 시스템으로 다른 학년과 섞지이 않도록 한다.  만약 Covid-19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 버블이 등교를 하지 않는데, 초등의 경우는 버블의 크기가 60여 명 정도고, 중등은 200여 명이다.  버블이 이렇게 크고, 각각의 아이들이 다른 학년 학교에 형제자매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 버블 시스템은 사실 쓸모 없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놀이터는 다른 학년은 물론, 다른 학교 아이들까지 뒤섞여 있기 때문에 갈 수 없다고 누리에게 설명했다.  가끔 누리 친구들이 공원에 와도 놀이터로 들어가버리면 누리는 함께 할 사람이 없어서 눈물 몇 번 흘렸다.  그래도 공원에 있고 싶다는 누리.  그래서 누리는 공원의 나무와 친구하며 논다.   다행히 금요일엔 공원에서 함께 해줄 친구 하나가 있어 시간을 보낼 때도 있지만, 비 때문에 그것도 몇 번 되지 못했다.  누리는 놀 친구가 없고 놀이터에 들어가지 못하니 슬프고, 그런 누리를 보는 나도 슬프긴 마찬가지다.  아 이 망ㅎ.. Covid-19.

같은 옷 입고 있지만 여러날 찍은 사진들이다.

 

+

 

지난 록다운 기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씩 장을 봤다.  그런데 누리가 3학년이 되면서 도시락을 싸게 되어 이틀에 한 번 마트에 장을 보러 간다.  음식 할 마음이 없어 밥은 대충 해먹고 사는데, 아침과 도시락 때문에 과일을 사려고 이틀에 한 번 장을 본다.  무척 귀찮다.

영국의 학교는 일반적으로 초등2학년까지 무상급식이다.  저소득가정은 그 이후로도 무상급식이다.  학교급식의 품질에 무척 불만이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 누리에게 있고, 나에게는 편안함이 있어 그 동안 급식을 먹었다.  물론 누리가 먹지 않는 음식들을 학교급식을 통해 먹게 된 이점도 있기는 하지만, 누리는 늘 도시락을 싸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내가 3학년이 되면 싸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도시락 싸기 생활이 시작됐다.

초등학교 3학년이면 저학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먹는 속도도 느리고, 양이 적으니 늘 고민이다.  심지어 누리는 먹는 가짓수도 많지 않다.  매일매일 과일이 절반이고 밥이 절반이다.  그래서 과일을 사러 마트 문턱이 닳도록 다닌다.

이 정도 메뉴 정도만 반복해주고 있다.  최근엔 누리가 볶음밥을 해달라고 해서 또 하나의 메뉴가 추가되긴 했지만.  듣자하니 Covid-19 때문에도 많은 학부모들이 도시락을 싼다고 한다.  Covid-19은 크던, 작던, 원하던, 그렇지 않던 아이들의 학교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만들었다.  그래도 학교생활이 지속되기만 하면 좋겠다.  그렇게 되려면 아이들도 마스크를 써야할텐데.. 언제 그렇게 될까. (깊은 한 숨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