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는 분께 한국어 동화책을 가득 물려받았다. 일명 전집. 한국전래동화와 세계명작동화인데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100권 정도 될 것 같다. 학교에서 내준 책과 집에 있는 책을 읽기에도 빠듯해서 사실 한국책 읽어주기를 좀 게을리했다. 받침이 없는 한글 정도만 읽을 수 있는 누리는 아직 책을 읽어줘야 한다. 아이들 책을 반복해서 읽으려니 나도 지겹기도 하고.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는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니 새로운 마음으로 읽어주기로 했다.
한국전래동화 중 책 '말 안듣는 청개구리'를 가장 먼저 골랐는데 읽어주니 아이가 울상이다. 엄마 개구리가 죽어서. 그런 아이를 잡고 책의 교훈 - 부모님 말씀 잘들어라를 전달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누리는 청개구리가 말을 안들었다는 사실은 기억에 없고 엄마 개구리가 죽은 동화로만 기억됐는지 한 동안 한국전래동화를 멀리했다.

며칠 전 누리가 고른 책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떡이 떨어져'서 호랑이가 엄마를 잡아먹는 대목에서 누리가 묻는다. "떡이 어디에 떨어졌는데?"( '_');;
오누이가 호랑이에 쫓겨 나무로 올라갔다가 하늘에서 내려준 동앗줄을 타고 올라갔다. 그런데 호랑이에겐 썩은 동앗줄이 내려왔고, 호랑이는 그 줄을 타고 올라가다 떨어져서 죽었다. 전래동화에 죽고 벌 받는 게 왜 이리도 많은지. 이 대목에서 누리는 호랑이에게 썩은 동앗줄을 내려준 게 불공평(unfair)하다고 했다. "엄마를 잡아먹은 것도 모자라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했잖아"라고 했더니 "안잡아 먹었잖아"라고. 그래, 그렇긴하지. 하지만 범죄에 미수라는 게 있는데 말이다..는 혼자 속으로만 삼켰다. 아, 그러고보니 엄마를 잡아먹었으니 죄를 짓기는 했네. 비록 그게 호랑이라는 동물의 본능/본질이긴 해도 말이다.

3학년이 된 누리는 더 이상 두 자리수 셈을 할 때 막대기와 점을 그리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어릴 때 배우던 식으로 배운다. 여기서는 컬럼방식 column method라고 하는 모양. 이 방법을 배운 누리는 스스로가 아주 똑똑해졌다고 생각한다.( '_')a
그래봐야 구구단도 다 모르면서. 왜 이 나라는 구구단을 몇 년에 걸쳐 배우는지 의문이다. 1학년 때 2단과 10단을 배우고, 2학년 때 4단과 5단을 배우더니 그 이상 진도가 안나간다(궁금해서 지금 교육과정을 찾아보니 3학년 때 3/4/6/7/8/9단을 배운다고 한다). 그럼 이제 곧 고난의 시기가 오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