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966days] 중간방학3 - 할로윈

토닥s 2020. 11. 2. 01:59

나에게는 1도 중요하지 않은 할로윈이지만 누리는 무척 기다렸던 할로윈.  할로윈이라도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 집을 장식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Trick or treat이라는 아이들 밤나들이는 전혀 보지 못했다.  들뜬 누리에게 맞춰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았지만, 동거인 외 실내모임이 금지된 상황에서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또 1일 1빵(베이킹)하며 할로윈을 맞이하고 보냈다.

 

금요일에 오시는 바이올린 선생님 방문에 맞춰 진저브래드맨을 구웠다.  그 위에 아이싱으로 할로윈 이미지들을 그려봤다.  바이올린 선생님은 동거인이 아니지만, '학교 이외 교육활동'에 포함되어 만나는 것이 가능하다.  대신 교육활동만 가능하고 사교활동은 불가능하다.  진저브래드맨을 가시는 길에 몇 개 싸드렸다.

습기를 먹어 딱딱해진 흑설탕을 넣고 만들었는데, 흑설탕이 완전이 녹지 않아 마치 초코칩처럼 보인다.  모양틀로 찍어내는 쿠키는 반죽이 차가울 때 밀어야 모양이 잘 나오는데, 누리는 반죽을 쪼물딱쪼물딱.  결국 모양틀로 찍어내는 건 포기하고 많은 수의 쿠키는 동그랗게 손으로 빚어버렸다.  계속 모양틀로 찍으며 스트레스 받기보다 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이싱으로 그림을 쿠키 위에 그리면 되니까.  누리도 그걸 즐겼다.

사실 아이 때문에 베이킹을 하지만 같이 하면서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시간은 배로 걸리고, 준비도 배로 걸리고 그렇다.  같은 이유로 주변 맘들은 베이킹에 아이들을 참여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그 마음을 너무 잘 & 깊이 이해한다.   나도 몇 번씩 마음을 다 잡으며 누리와 함께 한다.  같이 베이킹을 하다보면 버럭하고 싶은 때가 한 두번이 아니지만(실제로 그럴 때도 있지만), 아이에게는 배움의 기회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베이킹이라는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손끝으로 집중해서 작업을 하는 법을 배운다고(훈련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이, 심지어 어른들도 잘못하는 게 그런 일들이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을 상상해보라.

 

 

 

우리가 1일 1빵하고 있는 이번 중간방학은 날씨가 1일 1우(雨)다.  거의 매일 비가 왔다.  할로윈인 어제도 자전거를 타러 나가려고 옷까지 갈아 입었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정말 애플 날씨예보는 꽝이다.  밖에 나가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월요일 한국마트에 갔을 때 사온 단호박으로 도너츠를 구웠다.  오븐에 굽는 도너츠라 튀기는 것보다 건강하다(?)고 위로하며 또 1일 1빵.

 

 

 

도너츠 모양으로 동그랗게 만들었는데 발효되고, 구워지면서 가운데 구멍이 없어졌다.ㅜㅜ

 

 

색깔은 단호박 색깔인데, 맛은 전혀 단호박 맛이 나지 않는 단호박 도너츠였다.  단호박 페이스트까지 만들어가며 왜 힘들여 만들었나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빵과는 다른 도너츠 식감이라 신기해 하며 먹었다.  역시 한국마트에서 사온 녹차타피오카펄와 함께.  그 녹차타피오카펄도 녹차 맛은 안나고.ㅠㅠ  누리와 나는 우유에 녹차타피오카펄을 넣어먹고, 지비는 거기에 에스프레소 1샷을 추가했다.

 

 

할로윈, 그런 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진심으로 내년엔 예전처럼 아이들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시간, 아이들이 참 걱정스럽고 미안하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