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457

[+9weeks] 요술 아기침대

우리 집엔 요술 아기침대가 있다. 아기를 넣으면 바로 잠이 드는 그런 기특한 아기침대가 아니라 자던 아기도 넣으면 아기가 깨는 요술 아기침대.(ㅡㅜ ) 예전에 결혼한 친구가 아기를 낳고보니 필요없는 게 침대라며 왜 큰 돈을 들여 침대를 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결혼 혼수로 포켓스프링매트를 사고서 너무 좋다고 했던 친구인데. 그 이야기를 들을 땐 '그런가? 왜?'했다. 대략의 설명은 그랬다. 아기랑 엄마랑 함께 자게되면 아빠가 잘 공간이 없어 도의적으로 다 함께 바닥에 잔다는. 물론 새벽에 밤잠 설치기 싫은 아빠들은 '개인적'으로 거실이나 다른 방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친구의 그 말이 기억속에 있었는데 앞서 살던 집의 침대가 킹사이즈였다(영국에선 공간을 임대할 때 가구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처..

[+8weeks] 아기를 위한 선물 the best 그리고…

the worst. 지난 주말 타이 친구 켄의 친구 멤을 만났다. 멤은 올가을 LSE에서 석사를 하기 위해 런던에 왔고, 그 편에 켄이 누리 선물을 보냈다. 멤이 런던에 도착해서 바로 연락을 했지만, 나도 막 출산한 뒤고 멤도 런던에 적응하기 바빠 이제야 만났다. 켄이 보낸 선물을 받고 보고서 두 가지 이유에서 나는 크게 웃었다. 첫번째 이유는 선물이 이유식 조리기였다. 대단한 조리기는 아니지만 채망과 작은 절구가 있는. 20대 후반, 벌써 켄도 30대 초반인가?,의 비혼남이 보낸 선물이 이유식 조리기라는 게 놀랍고 나를 웃게 만들었다. 보통 아기 선물이라면 장난감 아니면 옷인데. 켄은 그런 남자다. 그런데 왜 이 남자를 데려가지 않는지 세상여자들 참. 두번째 내가 웃은 이유는 그 비슷한 이유식 조리기가..

[+7weeks] 목욕재계

누리를 병원에서 데려오고 한국의 집으로 전화할 때마다 엄마는 물었다. "애기 목욕은 시켰나?"하고. 그러면서 애들이 때가 없을 것 같지만 목욕시켜보면 때가 많이 나온다면서. 우리는 배꼽이 떨어지길 기다려 시키겠다고 한결 같이 답했다. 엄마도, 이곳의 조산사도 배꼽이 떨어지지 않아도 목욕시켜도 된다고 했지만, 단 목욕 후 잘 말려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배꼽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집으로 오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배꼽이 자연스레 떨어졌다. 사실 초저녁에 자고 일어나니 지비가 기저귀 가는데 배꼽이 떨어졌다면서 보여줬다. 드디어 목욕을 시켜야는데 엄두가 안나던 우리는 알렉산드라에게 SOS를 보냈다. 언제고 저녁 시간에 한 번 들러줘 우리들의 목욕을 '지도'해주면 고맙겠다고. 바로 다음날 알렉산드라가 왔다. 참고..

[+6weeks] 강남에서 먹는 독일분유 압타밀?

후배 K가 누리에게 어떤 분유를 먹이는지 물어왔다. 임신을 한 K가 상황이 모유수유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시간을 두고 분유에 대해서 알아두려 한다고. 요즘 강남 엄마들이 먹인다는 독일분유를 알아볼까, 생협분유를 알아볼까 하던 참이란다. '분유도 강남스타일인가?'하고 그냥 웃고 말았다. 예전 같았으면 '한국, 참 유난도스럽다'했을 것을 아기에게 좋은 것을 먹이려는 마음을 헤아리고 난 뒤라 반쯤은 이해도 가고. 사실 나도 한국에 있었으면 한국 엄마들의 그'유난스러움'의 대열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 같다. 강남 엄마들이 먹인다는 독일분유까지는 아니어도 없는 살림이라도 쪼개서 생협분유를 먹였을 것 같다. 지난 주말 아침 뜬금없이 다음 한국행에 강남과 DMZ에 가보자는 지비와 이야기하다 생각나서 후배 K가 이야기..

[+5weeks] 신생아 피부 발진

출산 이후 모유수유가 첫번째 난관이었다면, 지금은 피부 발진이라는 두번째 난관을 맞고 있다. 모유수유에 대한 스트레스가 바닥을 치고, 지비와 '모유수유 되는 만큼 먹이고, 우유로 키우자'고 결론짓고 마음이 좀 편해지니 적은 량이지만 모유가 나오는 것 같았다. 그 즈음에서 발진이 시작된 것도 같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3주가 끝나갈 무렵 health visitor가 집에 왔을 때 막 시작된 발진에 대해서 물었더니 heat rash가 아닌 이상 저절로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heat rash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줬다. heat rash는 우리가 아는 태열쯤 되는 것 같다. 투명한 컵으로 눌러봐서 여전히 붉은 반점이 있으면 heat rash인데 그땐 의사에게 보여야 한다고. 누리의 발진을 ..

[+4weeks] 진정해, 등신들아! Calm down, idiots!

삼칠일 같은 개념이 없는 이곳에선 아이를 낳고 며칠 만에 산모와 아기가 외출을 하기도 하고, 손님들도 산모와 아기를 보러 방문을 하기도 한다. 내가 이곳에 살아서가 아니라 그런 것에 원래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라 오는 손님 막지 않았다. 지비로서는 나름대로 집에 하루 종일 누리와 있는 나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해서 친구들을 집으로 부르기도 했다. 주말마다 친구들이 다녀갔다. 지지난주 다녀간 친구들은 커플이긴 하지만 결혼과 같은 미래가 없는 커플이라 그저 집에 있는 우리를 만나러 온 정도였다. 아기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잠시 들른 해롤드와 함께 부동산 경기와 직업 전망을 이야기하다 돌아갔으니 누리의 밥때와 기저귀 갈때 조절이 불가능한 나로써는 약간 부담스러운 시간이었다. 지난주는 지비의 친구 올림피아와 지..

[+3weeks] 모유수유, 정말 모든 사람이 가능한걸까?

내 임신을 옆에서 지켜본 S님은 늘 '수월해 보인다'고 말씀하셨다. '수월한 임신'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비교적 문제없이 임신 기간을 지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게 물 흐르듯 지금까지 왔는데, 출산 후 정말 넘기 힘든 난관을 만났다. 바로 모유수유다. 모유수유만 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다니까 해보겠다고 계획하고 시작했다. 모유수유를 해보겠다고 하니 임신 초기 만났던 K선생님이 "모유수유, 하면 될 것 같죠? 안쉬워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어려우면 Breastfeeding Drop In Clinic을 챙겨보라고 조언을 주셨다. 그 말씀을 듣고도 나도 모르게 모유수유를 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모유수유가 그냥 되는 줄 알았나보다. 정말 안쉽다. 누리를..

[+2weeks] 조산사의 가정방문

생각한 바가 있어 임신과 출산 과정을 열심히 정리하고 있는데, 그 글을 접하는 한국 지인들의 반응은 내가 '약간' 측은해 보이나보다. 한국에서 임신·출산해 본 경험이 없어 비교할 능력은 못되지만 영국의 시스템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스스로는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내가 영국의 의료, 특히 출산과 관련된 시스템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덜 상업화 되어 있다는 점이다. 모든 의료가 무료인 점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물론 세금을 기본율 20%, 연간 소득 £34,000 이상은 40%를 내야하긴 하지만. 그런데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한국보다 많아보이는 세금이 그 안에 소득세와 의료보험, 교육혜택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1week] 누리 사브주크 신고합니다!

지난주 목요일 집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찍은 사진들이다. 사실 출산하러 갈 때 작은 카메라를 들고 갈까 큰 카메라를 들고 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출산 가방이라는 걸 싸고보니 꽤나 짐이 많아 작은 카메라를 챙겨넣었다. 하지만 정작 출산 과정에선 가방에 카메라를 꺼낼 겨를이 없어 휴대전화로만 사진을 찍고 말았다는. 집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지비랑 나는 아기가 자는 동안 탐색전에 들어갔다. 발도 꺼내보고 손도 꺼내보고 둘이서 "아 신기해" (^ ^ )발을 꺼내보니 아기를 식별하는 태그가 두 발에 차여져 있어 실수로 두 발에 채웠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한 쪽이 쏙 빠지고 말았는데 그걸 겪고서 "아, 빠질 수도 있으니까 두 발에 채우는구나"하고 둘이서 바보 돌깨는 소리를 했다. 내..

[40weeks] 반갑다, 누리야!

정신없이 일주일이 흘러갔다. 누군가는 조용한 블로그를 보며 '애 낳으러 갔나?'했을지도 모르겠다. 네, 맞습니다. 아기 낳으러 다녀왔습니다! (^ ^ ) 예정일은 9월 16일 일요일이었는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분만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예약해둔 40주 진료를 갔다. 보통때와 다름없이 소변검사와 혈압 그리고 아기 심장소리를 체크했다. 그 뒤 조산사가 앞으로 진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설명해주었다. 첫 출산의 경우 늦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41주 진료를 예약하고, 그 날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그 땐 일반적인 검사에 더해 이른바 내진이라고 하는 internal check를 하게 될꺼라고 했다. 그리고 이후에 인공적인 유도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