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7weeks] 목욕재계

토닥s 2012. 11. 2. 21:12

누리를 병원에서 데려오고 한국의 집으로 전화할 때마다 엄마는 물었다.  "애기 목욕은 시켰나?"하고.  그러면서 애들이 때가 없을 것 같지만 목욕시켜보면 때가 많이 나온다면서.  우리는 배꼽이 떨어지길 기다려 시키겠다고 한결 같이 답했다.  엄마도, 이곳의 조산사도 배꼽이 떨어지지 않아도 목욕시켜도 된다고 했지만, 단 목욕 후 잘 말려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배꼽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집으로 오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배꼽이 자연스레 떨어졌다.  사실 초저녁에 자고 일어나니 지비가 기저귀 가는데 배꼽이 떨어졌다면서 보여줬다.  드디어 목욕을 시켜야는데 엄두가 안나던 우리는 알렉산드라에게 SOS를 보냈다.  언제고 저녁 시간에 한 번 들러줘 우리들의 목욕을 '지도'해주면 고맙겠다고.  바로 다음날 알렉산드라가 왔다.


참고로 여기선 아기목욕을 그나마 기온이 높은 낮시간에, 그것도 규칙적인 시간에 하라고 한다.  한국의 부모님은 저녁에 아기목욕을 시키면 밤에 잘잔다고.  현실적으로 낮시간에 혼자인 내가 목욕을 시킬 방법이 없어 누리의 목욕시간은 자연스레 저녁이 됐다.


다시 누리의 목욕으로 돌아가서, 9월 27일 드디어 누리의 첫 목욕재계 날!


알렉산드라의 조언에 따라 목욕에 필요한 용품을 손에 잡힐듯 가까운 곳에 다 늘어놓고 시작했다.  우리는 따듯한 물을 금새 얻고 버리기 쉬운 키친을 목욕장소로 정했다.(- - );;  목욕통을 올릴 스탠드 같은 건 사지도 않았고, 신체구조상 침실 바닥에 앉아 하기도 어렵고해서 알렉산드라의 의견에 따라 키친 결정.  목욕전에 보일러를 틀어 집안 온도를 올리고 시작.






주위가 좀 지저분&산만하지만 뜨거운 물을 바로 얻고 버릴 수 있는 키친이 적당한 장소였다고 생각된다.  본격적인 목욕에 앞서 대소변으로 다른 부위보다 다소 더러울 수 있는 엉덩이 애벌목욕(?).



웃는다고 웃는 게 아니다.  누리도 나도 벌벌 떨고 있는 중.



본격적인 목욕.  알렉산드라의 지도에 따라 아기를 주되게 받치고 있는 왼손을 고리모양으로 만들어 그 안에 누리 한쪽 어깨를 넣어 잡았다.  혹시나 아기가 발버둥처 미끄러질 수 있으니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꼭 잡고 있어도 미끄러질까 바들바들.  누리도 바들바들.

다행히 목욕통에 엉덩이 닿는 부분에 작은 턱이 있어 미끄러지긴 어렵다. 




목욕을 재빨리 마치고 수건으로 감싸고 고생한 누리에게 뽀뽀.  여기까지가 사진 속에는 없는 알렉산드라의 가르침.

근데 이 사진은 왜 이래.( ' ')a


목욕을 하기 전 물 온도를 맞추는데 알렉산드라가 '피쉬fish'가 없냐고 물었다.  그게 뭔가 했더니 아기 목욕 물 온도를 맞추는 작은 온도계가 있는데, 모양이 물고기 모양.  일반적인 대명사마냥 쓰이는 모양이다.  없다고 했더니 그럼 팔뒤꿈치로 맞추어보라는.  손으로 하나 팔뒤꿈치로 점검해보나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데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고, 해봐도 여전히 감이 안와서 대충 맞추어 했다. 

목욕을 마치고 그 피쉬라는 걸 사려고 검색을 해보니 £1~2선.  사려니 지비가 그냥 본능에 의존해서 하면 될껄 뭘 사냐고.  '그래?'하고 구입하지 않았다.  아직까진 운이 좋아 적당한 온도였는지 누리는 목욕 물온도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어 보인다.  


알렉산드라는 아기들 대부분은 물에서 와서 물을 좋아하지만 간혹 목욕을 정말 싫어하는 애들도 있어 목욕 내내 울기도 한다고.  다행히 누리는 목욕을 좋아하는 것 같다.  딱 한 번 자는 애를 시간에 쫓겨 목욕을 시켰더니 계속 울어댔는데, 그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울다가도 목욕을 시키면 조용해진다.  단 물에서 나오는 순간 추운지 그때부터 투덜투덜 징징이 일반적인 수순이다.

한국의 엄마가 목욕을 이야기할 때 '애가 때가 나오면 얼마나 나올까' 싶었는데, 정말 때 많이 나온다.  그렇다고 때수건이나 특별하게 비누나 샤워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손으로 목이나 겨드랑이를 씻을 땐 때에 깜놀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엄마의 말대로 목욕한다고 잘 자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  대신 무척 갈증이 나나보다.  우유를 보통때보다 많이 마신다.


이렇게 목욕은 tick!


그 다음은 손톱깎기.  나보다 두달쯤 뒤에 출산을 하게 될 H가 누리가 태어난지 4주쯤 됐을 때 물었다.  손톱깎기 샀냐고.  사야겠다 생각은 했지만, 당장 필요한 것 같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검색해보니 아기 손톱을 일주일에 2~3회 자른다나.  헉.

그러다 어느날 목욕을 할 때 누리가 나를 꽉 잡았는데 손톱이 날카로웠다.  그날 바로 샀다.


baby grooming kits.  '고양이도 아니고 그루밍이라니 이상해' 하면서.  체온계가 있지만, 손톱깎기와 가위 그리고 코에 이물질을 빼내는 걸 따로 사는 가격이 이 kits을 사는 가격보다 비싸서 그냥 이걸로 샀다.  빗은 언제 쓰게 될지 감이 안오고 당분간은 손톱깎기만 쓸 것 같다. 



사놓고도 차일피일 하다가, 밤에만 시간이 나는데 웬지 밝을 때 해야 할 것 같아서, 지난 일요일 오후 전격적으로 시행 결정.  낮잠자는 틈을 타서 누리 생애 첫 손톱깎기.



아기들 손톱은 가위로 잘라아 한다던데 왜 그럴까 싶었다.  손톱깎기로 잘라보니 알 것 같았다.  너무 얇아서 깎아지지가 않는다.  정말 가위로 잘라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손톱깎기가 초보자에겐 쉬울 것 같아서 끝까지 손톱깎기로 깎았다.  부들부들 떨면서.




누리 손에 비하니 내 손은 거인이구나.  내 손 봐라.  자주 물에 닿으니 하얗게 갈라졌다.( i i)




내가 자르고 나면 지비가 줄로 슥슥슥 날카로운 부분 갈아주고.   지비도 손톱을 깎아야겠는 걸.( ' ');



발톱도 깎아주려고 했는데, 이런 발톱은 손톱보다 더 얇아서 어려웠다.  일단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손톱깎기도 일단 tick!


인터넷엔 아기 목욕과 손톱/발톱깎기에 대한 각종 조언이 있지만, 그야 말로 조언은 조언일뿐 실전엔 도움이 안됐다.  괜히 지비에게 빨리빨리 도와주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서로 이게 맞다 저게 맞다 우기기도 하고 그런다.  언젠가는 이런 짜증과 우격다짐도 줄어들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