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6weeks] 강남에서 먹는 독일분유 압타밀?

토닥s 2012. 10. 24. 17:03

후배 K가 누리에게 어떤 분유를 먹이는지 물어왔다.  임신을 한 K가 상황이 모유수유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시간을 두고 분유에 대해서 알아두려 한다고.  요즘 강남 엄마들이 먹인다는 독일분유를 알아볼까, 생협분유를 알아볼까 하던 참이란다.  '분유도 강남스타일인가?'하고 그냥 웃고 말았다.  예전 같았으면 '한국, 참 유난도스럽다'했을 것을 아기에게 좋은 것을 먹이려는 마음을 헤아리고 난 뒤라 반쯤은 이해도 가고.  사실 나도 한국에 있었으면 한국 엄마들의 그'유난스러움'의 대열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 같다.  강남 엄마들이 먹인다는 독일분유까지는 아니어도 없는 살림이라도 쪼개서 생협분유를 먹였을 것 같다.


지난 주말 아침 뜬금없이 다음 한국행에 강남과 DMZ에 가보자는 지비와 이야기하다 생각나서 후배 K가 이야기한 '그 독일분유'를 찾아봤다.  어렵지도 않았다.  검색창에 '강남 독일 분유'라고 치니까 나왔다.  그런데 잠깐, 그 분유가 지금 누리가 먹고 있는 압타밀Aptamil이었다.( - -)a

후배가 분유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난 모르겠는데, 그냥 마트에서 압타밀이라고 사다먹여"라고 답했는데 말이다.


압타밀을 먹이게 된 건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출산 후 수술실에서 꿰매고 있을 때 조산사가 와서 아기가 우니까 우유를 줘야는데 어떤 걸 주겠냐고 했다.  3가지 브랜드를 말하면서 고르라고 했는데, '아무꺼나'라고 답했더니 굳이 옆에 붙어서 고르라고 종용해서 조산사가 말한 첫번째로 골랐다.  그게 압타밀이었다.


그때 조산사가 말한 브랜드는 압타밀Aptamil, 카우 앤 게이트Cow and Gate, SMA였다.  지금 생각하니 조산사는 알파벳순으로 불렀나?

언뜻 생각해도 카우 앤 게이트라는 이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든 분유가 우유성분에서 나오긴 하지만, 당장 모유 못먹이는 것도 서러운데 카우 앤 게이트라니.  깊이 고민할 겨를 없이 "그냥 그거"하는 식으로 압타밀을 골랐고, 집으로 오면서 먹이던 것으로 압타밀을 사왔고, 그래서 누리는 압타밀을 먹게 되었다.


3통쯤 끝냈을 무렵 지비와 나는 다른 분유를 먹여보기로 했다.  그냥 한 가지 브랜드만 먹이면 입맛이 고정되어 편식(?)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해서 고른 분유가 Hipp이였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대체적으로 성분이나 제조방식은 압타밀과 비슷한 가운데 유기농이라는 점이 선택의 이유였다.  가격차이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Hipp이 조금 쌌다.  대신 용량이 조금 적었다.

그런데 그때 방문한 조산사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분유를 바꾸지 말라고 조언했고, 마침 누리의 발진이 돋기 시작한 시점이었는데 지비의 형 마렉이 분유가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해서 다시 압타밀로 돌아왔다.  압타밀로 돌아와도 발진은 더욱 심해졌지만.

그런 이유로 우리들의 분유 탐험은 거기서 그치고 말았다.


한국과 비교해서 이곳의 분유시장은 매우 좁다.  Hipp이 있긴 하지만 압타밀, 카우 앤 케이트, SMA가 대부분의 마트 선반을 차지하고 있다.  Hipp은 대신 이유식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내가 가는 마트, 내가 사는 동네에 국한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러고보니 여긴 네슬레가 없네.( ' ')a


분유 브랜드도 몇 가지 없지만, 브랜드 내 상품도 몇 가지 없다.  그냥 압타밀 1, 2, 3 그리고 SMA 1, 2, 3 등 연령에 맞춘 것이 전부다.  한국처럼 브랜드 내에서 일반형, 고급형으로 나누어지지 않아 분유 하나에 신세 한탄하면서 가격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몇 가지 없는 브랜드를 막론하고 가격도 비슷비슷.  대략 £8~10 선이니까 원화로 15000원에서 18000원쯤된다.  한 통에 800~900g.  왜 이렇게 싸냐고?  현지라서 그렇냐고?  그렇기도 하겠지만 일단 영국에서 분유는 면세다.  정확하겐 zero tax가 아니라 exempt tax인데, 결과적으론 면세다.  압타밀을 만드는 밀루파Milupa라는 회사가 독일 회사이긴 하지만, 유럽경제연합 내니까 관세도 없다.  그래서 독일에서 €13쯤하는 분유가 거의 같은 가격에 영국에도 판매되고 있다.


사실 후배 K가 강남 엄마들이 먹인다는 독일분유 이야기할 때 그 분유가 압타밀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압타밀 통에 아일랜드에 기반이 있고 made in EU라고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비가 압타밀은 몰랐지만 밀루파는 어디선가 들어본듯 하다해서 검색해보니, 우린 검색의 커플, 독일회사 맞다.  독일분유는 맞는데, 요즘 거대 다국적 회사가 그렇듯, 회사는 독일회사지만 아일랜드에서 만든다.  그런데 그 독일회사가 얼마전엔 프랑스회사 Danone에 합병됐다는.  아, 분유 하나에 세계 경제가 담겼구나.( ' ')

Hipp의 경우는 made in germany라고 되었으니 이게 정말 독일회사가 만드는 독일분유다.

http://www.milupa.ca/en/company-history-a-history-of-excellence-in-infant-nutrition/





압타밀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우편으로 받은 곰인형.  압타밀 포장용기에 등장하는 곰이다.  그 곰은 훨씬 통통한데 이 곰은 날씬.  아, 독일이라서 곰인가?  아, 그건 스위스 베른이군.( _ _)a

특별하게 육아책을 읽지 않고 있는 나로써는 매주 압타밀에서 날라오는 아기 성장관련 이메일 정보가 요긴하게 읽힌다.  읽을 때마다 '아~'하면서 바보 돌깨고 있다.


압타밀 바람에 대해서, 열풍이라긴 그렇고, 검색하다 한 아빠가 블로그에 가격과 용량을 꼼꼼히 한국분유와 비교해서 올린 글을 봤다.  한국분유 400g이 4만원대이니, 허걱!, 900g짜리 압타밀을 구매대행해주는 사이트에서 27000원에 산다면 독일분유 먹는다고 '된장' 운운 당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 되려 실용적이라는.  이곳의 지인 S님이 한국의 동생네가 임신을 했는데 분유가 한통에 8만원, 제왕절개수술이 5백만원 한대서 좋은 분유 먹이시고 좋은 병원 다니시는가보다 했는데 한국의 물가가 정말 비싸긴 하다, 물론 소득 대비. 

한국에서도 분유 면세가 오래 전부터 화자되어 실현되긴 했지만 한시적이었고 그 기한도 이미 끝난듯 하다.  어떤 출산 장려책보다도 육아에 대한 비용을 줄여주는 것만한 게 있을까.  국회의원도, 공무원도 모두 가정의 일원이건만 왜 이런 걸 추진하지 않을까?  독신을 지향하거나 벌이가 너무 넉넉해서 육아 비용 따위는 걱정이 안되나?  하여간 정치인이든, 공무원이든 땅에 발을 좀 딛어야 할텐데.  그 전까지는 독일분유 먹이는 사람이 강남 아니라 한강 이남 모두가 된다하여도 나무라기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