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235

[20190101] 팥죽

2018년의 마지막 날 - 팥죽을 끓였다. 일주일도 전에 동지라고 여기저기 올라온 팥죽 사진과 이야기가 일주일 동안 머릿속에 메아리쳤다. 누리가 방학하고 매일 같이 나가느라 만들지 못한 팥죽을 집에서 시간을 보낸 오늘 끓였다. 팥을 사서 해보려고 했는데, 여기서는 팥을 adzuki bean이라고 한다, 팥을 사러 갈 시간이 없었다. 작은 마트에선 팥을 팔지 않는다. 내가 확실히 아는 건 웨이트로즈나 홀랜드 앤 바랫이다. 팥의 경우는 그렇고, 나는 평소에 삶은 팥 통조림을 세인즈버리에서 사서 쌀과 찹쌀을 섞어 밥을 해먹는다. 가끔은 한 동안 그 통조림이 없는 경우가 있어 집에 한 두 개의 통조림을 비축해두는데, 오늘 그 팥 통조림으로 팥죽을 끓였다. 인터넷에 팥죽 끓이는 법을 찾아보니 12시간 이상 불려 ..

[+2289days] 누리의 킴미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크리스마스다워지고 있는 기분이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카드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니 본의 아니게 이곳 크리스마스 문화에 실려가고 있다. 11월 중순이 넘어가며 시작된 각종 크리스마스 행사와 준비들로 정신 없는 한 달이었다. 덕분에 내가 보내는 카드는 후순위로 밀려 올해는 정말 늦게서야 인사를 해야 할 사람들에게 카드를 보냈다. 크리스마스 전에는 못갔고 새해 전에라도 새해 인사로 도착하기를 희망해본다. 2주가 조금 넘는 크리스마스 방학을 보내고 있는 누리, 그런데 매일매일 일찍 일어난다. 특히 크리스마스 선물을 뜯는 오늘은 더 일찍 일어났다. 산타가 준비했다고 추측되는 선물들은 우리가 준비한 양말 모양 주머니에 넣어주고, 나머지 - 공식적으로 우리가 준비했거나 가족..

[life] 마침내 크리스마스

더운 여름 한국 다녀와서 정신 차려보니 가을 지나고 겨울, 마침내 크리스마스다. 지금까지는 12월 초면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곤 했는데, 올해는 오늘에서야 마무리했다. 참고로 오늘은 12월 20일. 이번주에 보낸 대부분의 카드들은 크리스마스가 지나서야 도착하겠지만, 크리스마스라는 자리를 빌어서 인사라도 전하고 싶은 게 마음이었다. 물론 그 마음이 받는 사람의 마음에 닿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내 마음은 그랬다. 12월이 들기 전부터 매일 2시쯤되야 잠자리에 들곤 했다. 개인적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정말 졸린 눈 비벼가며' 만들었다. 선물을 전하며 '내 피의 산물'이라고 했는데, 밤마다 잠이 오니 바늘로 내 손가락을 찔러가며 만들었다는 뒷이야기. 듣고 있는 교육의 보충강의가 1..

[20181117] 고양이-밥

올 여름도 아니고 무려 지난해 여름 방학 때 일본에 다니러 가는 누리 친구 엄마에게 부탁해 구입한 고양이밥틀. 주먹밥틀이라고 쓰려니 주먹을 이용하지 않으니 주먹밥이 아닌듯하다. 한국서는 2~3만원 대인데 일본서는 990엔 정도. 한국돈 만원. 마침 가지고 있는 엔이 있어 고양이 쿠키틀과 함께 부탁했다. 고양이 쿠키틀은 작년 크리스마스 페어(학교 행사)에서부터 틈틈이 부지런히 썼는데 밥틀은 쓸 일에 없었다. 지비가 하는 운동의 승격 시험 준비 때문에 요즘 평일 저녁, 주말 집을 비우는 일이 많다. 평일 저녁 지비가 운동으로 늦는다하니 누리가 꿀꿀해져 기분전환 겸 만들어본 고양이-밥. (지비-누리 둘이 붙어 있으면 투닥 거리면서 또 없다하면 서운해하는 건 뭔가.) 틀이 있으니 밥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데 ..

[20181031] 숙주나물

아직 '시월의 마지막 밤'을 추억할 연배가 되지 못한 탓에 하루 종일 아이 뒷바라지 종종종. 누리를 학교에 넣어놓고 장을 보고, 저녁을 미리 준비했다. 아이를 하교 시간보다 일찍 데려와 9월 초에 수술한 귀를 체크하러 갔다가 발레를 마치고 오면 할로윈 밤나들이를 하러 가기 전 저녁을 준비해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간단하게 그리고 누리가 빨리 먹을 수 있는 메뉴 - 주먹밥을 만들어 싸놓고 반찬으로 먹을 샐러드, 숙주나물을 준비했다. 숙주나물은 요즘 누리가 좋아하는 메뉴 1~2위를 다툰다. 그 쉽다는 숙주나물은 몇 번을 이래 해보고 저래 해봐도 맛이 없어서 인터넷에 조리 방법을 찾아봤다. 몇 개를 정독하고 일관된 점을 추려냈다. 우리 입맛에 맞는 조리법과 비율을 몇 번의 시도 끝에 찾아냈고, 그 뒤로..

[+2211days] 김누리와 크로넛

지난 토요일 잠들기를 거부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던 누리. 지비와 둘이서 어떤 대화를 나누다 펑펑 울며 누리 방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내게로 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성(姓) family name을 바꾸고 싶단다. 학교에서 받은 노트들에 자기 이름과 성이 적혀 있는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자기는 김누리하고 싶다고. 그러라고 했다. 이제 사람들이 물어보면 '김누리', '누리 김'이라고 말해주라고. 사실 누리의 성을 제대로 발음하는 영국인은 없다. 폴란드 성이니. 집에서 발음 다르고 학교에서 발음 다르니 구두로라도 김누리 하는 게 별로 나쁘지 않다 싶었다. 더군다나 나는 여기저기 아이의 본명이 적혀 있는 게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학교에서 자기들 편의대로 보이는 곳에 커다랗게 아이..

[+2206days] 생일 뒷담화

요란하지 않은 누리의 생일을 보내며 몇 가지 이야기가 남았다. 누리의 생일에 같은 반 아이들과 나눠 먹을 생일턱 - 누리가 그린 파티 모자를 쓴 작은 귤을 보냈다. 누리는 아파서 등교 30분만에 하교했지만 그 사이 아이들이 불러준 생일노래가 누리에겐 소중한 기억이 됐다. 작년에는 누리가 생일날 아파 학교를 안가서 친구들이 불러주는 생일노래를 듣지 못했다. 올해는 생일노래와 함께 또 하나의 추억이 남았다. 준비해간 생일턱이 학교 레터에 실렸다. 건강한 생일턱 덕분이었다. 작년 초만해도 이 스쿨레터를 출력해서 금요일마다 나눠줬는데 요즘은 학교 홈페이지에만 올라간다. 리셉션(안내데스크)에 몇 부만 출력해서 올려두는데, 그 중 한 부를 나는 누리가 방과후 마치기를 기다리다 받았다. 누리가 그린 그림들을 보관해두..

[+2192days] 생일의 전통 - 여섯 살 누리

누리가 드디어 여섯 살이 됐다, 어제. 작년까지 생일 파티 같은 건 모르고 생일과 케이크의 연관성 정도만 알고 있었던 누리. 유치원이지만 학교 생활 1년을 통해 '생일 파티'도 알게 됐다. 그럼에도 1년을 돌아보니 절친의 생일 한 번 생일 파티에 참석한 게 전부. 토요일마다 주말학교를 가니 대부분의 생일 파티에 갈 수가 없었고, 어쩌다 비는 시간에 있는 생일 파티엔 누리가 가지 않겠다고 했다. 같은 반 남자 아이들의 생일 파티였다. 지난 3월 절친의 생일 파티 이후 자기 생일을 기다려온 누리. 누리는 변했어도 생일 파티에 관한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주변 엄마들의 경험과 조언을 통해 친한 친구 두 명과 공연을 보고, 케이크 한 조각씩 먹는 걸로 절충안을 냈더니 누리도 오케이. 지비도 오케이. 생일이 ..

[life] 또 중간방학이 끝났다.

6주마다 돌아오는 누리 학교의 방학. 이번에는 일주일 길이의 중간방학이 끝났다. 중간방학이 블로그가 뜸한 이유였다면 이유. 보통 방학이면 아이를 TV 앞에 두지 않기 위해서 밖으로 밖으로 다닌다. 그러니 집에 돌아오면 아이가 8시가 넘어 잠들어도 리모콘 누를 기력도 남아 있지 않는다. 보통 휴대전화로 다음날 할거리, 먹거리 정도를 찾아보다 잠이 든다.이번 방학은 그래도 좀 나은편이었다. 월요일은 공휴일이라 지비가 있었고, 그래도 밖으로 돌아야 하는 건 똑같다, 화요일과 수요일은 지비에게 누리를 맡기고 교육을 받으러 갔다. 소아응급처치 Pediatric First Aid라는 자격증 교육. 사실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에너지를 쓰는 건 아니지만, 생전 처음들어보는 의학용어들을 사전 찾아가며 머리 속에 집어넣는..

[+2063days] 내 이름은 김마미

요며칠 기온은 20도가 넘지 않지만 넉넉한 햇빛 때문에 밖에서 놀기 딱 좋은 날씨들의 연속이었다. 누리는 학교 마치고 다시 친구들과 학교 앞 공원 안에 있는 놀이터에서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더 놀고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했다. 저도 피곤해서 골골하면서도 친구들의 엄마들이 나눠주는 간식과 친구들과의 시간에 빠져 즐거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에 반해 엄마들은 언제 비오나, 비와서 놀이터 가지 않는 날들을 기대하기만하고. 나도 그런 엄마들 중 1인. 누리는 젊으니 견디는데 나는 그렇지 않으니 탈이 났다. 기온이 높아지며 공기중에 폴폴 날리는 꽃가루 때문에 "에취 에취". 알레르기 약을 먹어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낮은 밤에 잠을 자지 못하니 피곤하고. 결국 몸살 감기가 나서 목금토 집콕. 금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