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235

[life] 다시 집으로

한국으로 간다는 글 하나 던져 놓고, 이번에는 가서 부지런히 기록을 남겨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가기 전에도, 가서도 정신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다보니 보름이 조금 넘는 일정을 꽉 채우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나의 집'이라고 부르는 런던으로. 사실 나도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가 런던 상공에 들어서면 '이제 집이구나'라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다. 하지만 나에게 집이란 한국이라는 생각이 늘 자리잡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변하지 않을 생각과 마음인데, 시간이 지나면 바뀔지도 모르겠다. 집에 돌아오니 다급하게 한국으로 떠나면서 미뤄둔 일들이 고스란히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어제부터 누리가 학교에 가서 하루하루 한 가지씩 헤쳐내고는 있지만, 이곳에서 하루하루가 더해지니 또 할 일들이 생겨난다. 그래서 오늘 ..

[life] 언니와 런던 여행 - 칼 마르크스 묘지

언니가 런던에 도착하고 이틀은 누리가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전이라 학교에 가야했다. 아침에 함께 누리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누리가 없는 시간을 이용해 언니와 인근 공원에 산책을 가기도 하고, 이제까지 런던을 5번 방문한 언니도 가보지 않은 곳 - 칼 마르크스의 묘지도 함께 갔다. 하교 시간에 맞추어 집으로 돌아와 누리를 데리고 학교 앞 공원에서 다시 한 시간 반 정도 시간을 보냈다. 물론 누리만 다시 발바닥에 땀나도록 놀이터를 뛰어다니고 우리는 그늘에서 준비해간 커피나 물을 마셨다. 학교에 아이를 등교 시키고 하교 시킬 때 부모나 보호자가 가야하는 모습, 학년 말이라고 아이들이 카드를 써온 모습을 언니는 색다르게 봤다. 보통 카드와 꽃, 초콜릿, 프로세코 정도를 선물로 들고 온다. 한국에서는 김영란법 이후..

[+2509days] 웨스트앤드의 꿈 - 뮤지컬 마틸다

언니가 런던에 오기 전 누리에게 보고 싶은 뮤지컬이 있는지 물었다. 누리는 요즘 열심히 읽고 있는 Roald Dahl의 책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마틸다를 보고 싶다고 했다. 누리의 경우는 낮공연이라야 볼 수 있는데, 아직은 나이가 있으니 2시간 반이 넘어가는 뮤지컬을 밤에 보기는 어렵다, 언니가 시간이 있는 요일과는 맞지 않아 뮤지컬 마틸다는 포기했다. 그러다 문득 누리와 동물원에 가기로 한 날을 옮겨 다른 날에 가기로 하고, 뮤지컬 마틸다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런던의 뮤지컬을 당일 아침 구매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표를 살 수 있다는 Day seat 시스템에 도전해보기로 하고 낮공연이 있는 날 일찍 집으로 나섰다. 박스 오피스가 열리는 시간에 들어갔지만 방학기간에는 day seat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life] 이번엔 Father's day

작년 여름 영국의 호수지방을 여행하기 위해 가입한 내셔널 트러스트 회원 기간이 끝나간다. 끝나기 전에 어디 더 가볼 곳이 없을까 찾아보던 중 집에서 멀지 않은 햄 하우스 Ham house에서 Father's day 기념 이벤트인 Pint race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름 그대로 맥주 500ml 보다 약간 더큰 파인트pint를 들고 달리는 이벤트. 햄 하우스는 벌써 다녀왔지만, 일요일 점심을 먹으러 간다고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내서널 트러스트는 영국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관리하는 일종의 자선단체/비영리기구다.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을 소유자에게서 기부 받기도 하고, 자산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유산을 구입/보존/관리하기도 한다. 보통 이런 곳을 한 번 방문할 때 입장료는 8~16파운드 정도인데, 일년에..

[English] 영국시간 9시 43분

누리가 요즘 시간/시계 읽기를 배운다. 학교에서 O시 30분 후 그리고 15분 전/후를 배운 모양이다. 집에 시간 읽기 워크북이 지난 크리스마스 때부터 있었는데 꺼내보지 않다가 지금 틈틈이 한다. 15분 전 또는 15분 후 중학교 시절 '~분 전'은 to, '~분 후'는 past라고 우격다짐으로 외웠는데 그렇게 가르칠 수는 없고 착하게 & 반복해서 알려주려니 몸 안에 사리가 생기는 것 같다. 다행인 점은 15분 혹은 ¼이 quarter라는 걸, 30분 혹은 ½이 half라는 걸 주입이나 암기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거다. 일상생활에서 그런 단어를 많이 쓰니. 그럼에도 왜 to나 past를 써야하는지, 이런 단어를 쓸대 기준이 되는 '시'는 뭘로 해야하는지 여전히 헛갈리는 모양이다. 1시간 =..

[life] 일요일

요즘 여름 방학을 앞두고 별다른 계획없이 주말을 보내고 있다. 각종 학교 행사와 개인적인 일들에 더해져 주중이 바쁘기도 하고, 이런저런 약속들을 만들어내고 계획하는 게 피곤하기도 하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인근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니. 하지만 우리에게 평온한 주말이 누리에겐 몹시 지루한 모양이다. 이해도 간다, 나도 그 나이때 그랬으니. 누리도 이젠 우리나 Family friends보다는 자기 친구가 더 좋은 나이. 학교에서 매일보는데 또 보고 싶다니. 친구와 선생님이 좋아야 학교가 즐거우니 그런가 한다. 다만, 영국에 기반이나 가족이 없는 우리와 달리 누리 친구들은 주말에도 각종 가족행사로 바쁘니 주말에 따로 자리를 만들기 어렵다. 그런 걸 누리가 알리 없으니 우리끼리 잘 놀이보..

[+2444days] 방학생활1

지난 부활절 방학 블로그/사진은 시작만하고 마치지도 못했는데 다시 하프텀. 이번 하프텀은 별다른 여행 없이 집 안팎을 매일 들락날락 그렇게 보내고 있다. 한국의 맛 우리는 플랏(아파트/공동주택)에 살기 때문에 영국 주거와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든이 없다. 가든 관리 같은데 소질이 없으니 그렇게 아쉽지는 않은데 여름이면 좀 아쉽다. 콘크리트 덩어리인 집은 쉽게 달궈지고 쉽게 식지 않으니 덥고, 나가 쉴 공간이 없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건 BBQ를 할 수 없다는 점. 누리가 태어나기 전에 BBQ를 위해 캠핑을 갔을 정도. 그래서 가든 있는 누군가가 BBQ에 초대해주면 웬만해선 열일 미루고 달려간다. 우리처럼 플랏에 살다 런던 외곽으로 이주한 지인의 BBQ초대에 고마운 마음을 가득안고 다녀왔다. 돼지고..

[life] 또 어머니의 날 Mother's day in Poland

3월에 영국의 어머니의 날이 있었는데, 오늘은 폴란드의 어머니의 날. 누리가 주말학교에서 카드를 만들어왔다. 어제 주말학교 다녀와서 가방정리 하다 표지를 봐버렸는데 안은 보지말라고 신신당부. 오늘 아침에야 펼쳐보라고 들고왔다. 오늘은 폴란드의 어머니 날이라며 무엇이든(?) 다 들어준단다. 내 말이나 잘 들으라고 했다. 아침을 준비하는데 내 빵에 크림치즈를 자기가 발리주겠다고 우왕좌왕. 그러면서 자기는 바쁘니 자기 빵엔 날더러 크림치즈를 바르란다.ㅠㅠ + 오늘 낮엔 런던 중심가에 있는 공원에서 지비의 사촌형 가족과 피크닉. 그런데 날씨는 비바람. ㅠㅠ 사촌형네 가족이 그 공원 인근에 있는 폴란드 대사관에서 유럽의회 의원선거 투표를 하기 위해 오는 김에 겸사겸사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생각보다 줄이 길어 약속..

[20190520] 글래모건 채식 소시지 glamorgan sausage

글래모건 소시지 누리가 보는 어린이채널 Cbeebies에 월드 키친 world kitchen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7~8세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친구들을 초대해 음식을 나눠먹는다. 영국의 프로그램답게 다양한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들이 나와 그 문화를 대표하는 음식을 직접만든다. 이탈리안 아이는 피자를 만드는 식. 얼마 전에 소개된 웨일즈 음식 글래모건 소시지. 이름은 소시지인데 웨일즈 치즈와 빵가루, 리크를 주재료로 만든 너겟에 가깝다. 쉬워보여서 프로그램을 보고 난 며칠 뒤 우리도 만들어봤다. 웨일즈 치즈 대신 비교적 덜짠 모짜렐라를 넣고, 리크leek 대신 스프링 어니언 spring onions이라는 파를 넣었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는데 모짜렐라 치즈가 식으면서 굳어져 좀 딱딱한 느낌. 체다치즈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