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9년

[English] 영국시간 9시 43분

토닥s 2019. 6. 18. 05:29

누리가 요즘 시간/시계 읽기를 배운다.  학교에서 O시 30분 후 그리고 15분 전/후를 배운 모양이다.  집에 시간 읽기 워크북이 지난 크리스마스 때부터 있었는데 꺼내보지 않다가 지금 틈틈이 한다.

15분 전 또는 15분 후

중학교 시절 '~분 전'은 to, '~분 후'는 past라고 우격다짐으로 외웠는데 그렇게 가르칠 수는 없고 착하게 & 반복해서 알려주려니 몸 안에 사리가 생기는 것 같다.  다행인 점은 15분 혹은 ¼이 quarter라는 걸, 30분 혹은 ½이 half라는 걸 주입이나 암기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거다.  일상생활에서 그런 단어를 많이 쓰니.
그럼에도 왜 to나 past를 써야하는지, 이런 단어를 쓸대 기준이 되는 '시'는 뭘로 해야하는지 여전히 헛갈리는 모양이다.

1시간 = 60분

누리가 학교에 들어갈 때 우리는 아날로그 벽시계를 샀다.  언젠가는 시간 읽는 법을 알아야 하니까.  시계엔 엄연히 1~12까지 밖에 없는데 왜 30분이 존재하는지, 왜 긴 바늘이 1에 있을 때 5분이라고 하는지 설명해주기 어렵다.  아날로그 벽시계에 분 단위 작은 눈금이 있기는 하지만 숫자가 없으니 있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 
누리에겐 큰이모와 큰 이모부가 사준 손목시계가 있다.  시간 읽히기를 하면서 꺼내보니 분단위 표시가 있다.  처음에 큰이모 부부가 이 시계를 사주었을 때 나는 사실 탐탁치 않았다.  아이에게 너무 비싼 시계를 사주는 것 같아서.  시계의 가격만 생각했지(한 30달러였던듯) 모양은 자세히 보지도 않았다.  시간이 흘러 다시 꺼내보니 그런 장점, 분 단위를 익힐 수 있는 시계였다.  뒤늦게 더더더 고마운 마음.

영국 사람들의 시간 읽기

우리가 영어로 시간 읽는 법을 익힐 땐 10:15을 그냥 ten fifteen이라고 배웠다.  fifteen past ten이라고 읽을 수도 있다.  숫자는 순서가 뒤바뀐 것뿐이지만 past라는 한 마디를 더 붙여야 하니 언어의 경제성을 따졌을 때 굳이 그렇게 읽을 필요가 없다.   나는 지금도 그렇게 읽는다.  ten fifteen.  지비는 이제 익숙해져서 그렇게 알아듣는다.  그런데 누가 나에게 시간을 물었을 때 무의식 중에 ten fifteen이라고 답하면 정말 열 명 중 열 명은 "뭐라고?" 다시 묻는다.  그러면 나는 의식하고 다시 "(아 답답하다) fifteen past ten"이라고 답해줘야 한다. 

영국 사람들의 이 시간 읽기가 얼마나 강박적이냐면(적어도 내게는) - 오늘 아침 누리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소포 하나 붙이고,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9시 43분이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멘트가 "The time is seventeen to ten"였다.  운전하다 혼자 피식 웃었다.   '아이고.. 사람들아.. 60분에서 지나간 분을 빼고 말하느니 그냥 nine forty three하겠다!' 하면서. 
오늘 특이한 걸 들은 게 아니라 낮시간 TV 뉴스를 보다보면 자주 접하는 일이다.  미국에서도 그런지 완전 궁금하다.  어쨌든 영국에선 전부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past와 to를 사용해 시간을 말한다.  다들 60진법의 고수들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