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영국의 호수지방을 여행하기 위해 가입한 내셔널 트러스트 회원 기간이 끝나간다. 끝나기 전에 어디 더 가볼 곳이 없을까 찾아보던 중 집에서 멀지 않은 햄 하우스 Ham house에서 Father's day 기념 이벤트인 Pint race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름 그대로 맥주 500ml 보다 약간 더큰 파인트pint를 들고 달리는 이벤트. 햄 하우스는 벌써 다녀왔지만, 일요일 점심을 먹으러 간다고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내서널 트러스트는 영국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관리하는 일종의 자선단체/비영리기구다.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을 소유자에게서 기부 받기도 하고, 자산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유산을 구입/보존/관리하기도 한다. 보통 이런 곳을 한 번 방문할 때 입장료는 8~16파운드 정도인데, 일년에 2~3번 이상 방문 계획이 있다면 연간회원으로 가입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햄 하우스 근처에 주차하고 걸어들어가는 길에 발견한 말똥. 아이들이란 이런 것을 그냥 지날 수가 없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건물에 들어가기를 기다릴 때 누리의 담임 선생님이 주말 잘보냈냐며 인사를 했다. 햄 하우스에 갔다고 누리가 냉큼 답했다. 그 다음 한 말은-, "큰 말똥을 봤어요!".
내가 "아하하.. 우리 다른 것도 했잖아.."하니까 누리의 다음 말은-. "레이디버드(무당벌레)도 봤어요!" 나는 다시 "아하하..".
아이에겐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그걸 봤다고 해서 나와 같이 남겼으리라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래도 햄 하우스 이름이라도 기억한 게 어디냐며-.
사실 누리는 햄 하우스에 가기전 아침을 먹으며 왜 이름이 햄 하우스인지 물었다. 우리가 햄 하우스에 갈꺼라고 말해줬기 때문에. "햄을 만드는 곳이냐"고 물었다. "그게 아니라 그 동네 이름이 햄Ham이라서 햄 하우스다"라고 했더니 "왜 동네 이름이 햄이냐"고, "그 동네가 햄을 만드는 곳이냐"고. 먹는 햄과 영어단어가 같기는 하다.
햄 하우스는 가든과 까페는 10시가 넘어가면 여는데, 하우스(저택)은 12시가 넘어 연다. 11시 전에 도착해서 가든과 하우스 밖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그리고 발견한 파인트 레이스 안내문. 여기저기 구경 겸 산책하다 까페에서 점심 먹고 1시에 맞춰 파인트 레이스에 참가했다.
두 번째로 발견한 무당벌레.
까페 뒷편에 햄 하우스에서 타워브릿지까지 다리를 통나무로 재현해둔 곳이 있었다. 그 두 지점 사이에 28개의 다리가 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 그 중에 14개나 겨우 이름을 알까. 지난 번 방문에선 못본 곳이라 재미있게 봤다.
그리고 드디어 파인트 레이스. 참가율이 저조해서 아이들도 참가했다.
참가에 의의를 두고 대부분이 설렁설렁하는데 상품인 에일을 받겠다며 열심히하는 지비. 웬만하면 다른 집 아이한테 져 줄텐데, 또 지비는 그런 게 없다.
(왜 지비 누리가 레고 가지고 싸우겠나)
다른 집 아이와 공동 수상한 지비. 요크셔에서 만든 모로코 에일을 상품으로 받았다.
(지금 마셨는데 계피와 생강 든 불고기 양념 같다.)
어쨌든 네셔널 트러스트 회원기간이 끝나기 전에 한 가지라도 더해 알뜰해진 기분. 에일 한 병까지 받았으니 더더 알뜰해진 기분.
+
집에 오는 길에 템즈강 아래쪽 - 강남에 사시는 지인 분 댁에 들러 깻잎 모종을 얻어왔다. 더치 커피 기구를 빌리러 잠시 들렀다가 누리 밥까지 먹이고, 커피도 마시고, 깻잎까지 받아왔다. 몇 주 전엔 다른 분께 깻잎 모종을 얻었는데. 다음 달엔 다른 분이 또 깻잎 모종을 주신단다.( i i) 주신다면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서 키워서 냠냠.
얼른 흙 사와서 옮겨줘야지.
+
마침 지난 주말 영어 숙제가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Young writer competition 일기 쓰기 백일장 같은 게 있는 모양. 열심히 또 햄 하우스에 다녀온 이야기를 썼다. 말똥을 봤다로 시작해서. 첫 장에 말똥 그림 그린다는 애를 겨우 말려 Father's day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되는 파인트 레이스 그림을 그렸다.
그게 벌써 지난 주말 이야기인데, 내일이 다시 토요일. 시간이 정말 씽~하고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