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235

[life] 나이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1번이 커피, 2번이 라면이다. 커피와 라면이 음식일 수 있는지 모르지만. 커피는 하루에 2잔으로 정해 마시지만 라면은 가능하면 먹지 않는다. 그 좋아하는 라면을 먹고나면 속이 불편해서 먹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라면을 먹고난 뒤 더부룩함이 배부름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보니 배부름이 아니라 불편함이다. 물론 그래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가끔 먹기는 한다. 요즘 라면을 대신해서 먹는 게 떡국이다. 너무나 쫄깃해서 과연 쌀떡국인지 의심이 가지만, 재료를 확인해보니 100퍼센트 쌀이라고 한다. 누리도 떡국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 냉장고에 늘 있는 게 떡국떡. 혼자서 따끈한 국물과 함께 점심으로 먹기도 좋다. 떡국을 몇 달에 한 번 끓일 때는 몰랐는데, 그때는 어떨 때는 떡이 말..

[life] 변화의 시작 - 플라스틱 공해

작년부터 급격하게 뉴스 등장 빈도가 높아진 플라스틱 쓰레기 이슈. 그걸 볼 때만 해도 '이제야 사람들과 정부가 생각이라는 걸 하나' 싶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생각도 자의적이기라기보다는 그 동안 쓰레기를 중국에 떠넘기기 하다가 그 길이 막히자 시작된 타의적 문제 제기였다. 세계 각국의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올해부터 쓰레기 수입을 금지했다. 영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부끄럽지만 나도 우리가 만드는 많은 쓰레기들이 중국이 수입하고 있다는 걸 몰랐고, 재활용 분리수거를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냥 이 나라 어디쯤 매립되고 있겠지라고 생각했고, 내가 분리해서 버린 쓰레기도 잘 자원재활용되는 줄 알았다. 듣자하니 재활용 쓰레기의 재활용 비율도 상당히 낮다고 한다. 오늘도 뉴스는 영국 정부..

[+2036days] 여름학기 개학

2주 반 부활절 방학이 끝나고 드디어 여름학기가 개학했다. 3월말 써머타임이 시작되고, 시간이 1시간 빠른 폴란드에서도 7시 전후로 잘만 일어나던 누리가 오늘은 늦잠을 잤다. 역시 학생과 기상시간, 그리고 방학의 상관관계를 학인할 수 있었다. 올해 첫 물놀이. 3마리 획득 - 지비와 나도 열심히 답안을 작성했다. 어제는 런던 근교 햄튼코트 팔래스에 있는 매직가든이라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팔래스에서 진행된 부활절 초코렛 토끼 찾기를 하고, 집에 돌아와 '늦도록' 방학 숙제를 하면서 부활절 방학을 마무리했다. 역시 방학 숙제는 방학 마지막 날 하는 게 묘미. 방학 숙제를 여행에서 돌아와 펼쳐보니 방학 기간에 한 활동에 관한 기록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 여기서는 저널 journal이라고 한다. 활동 ..

[life] 부활절 방학 전야

어제는 정말 정신 없는 하루였다. 개인적으로도 바쁘고 누리도 학교 야외학습에, 발레 마지막 수업에. 게다가 하루 종일 비는 내리고. 정신 없는 하루가 마쳐질 즈음해서 비는 그치고 뜨거운 햇살이 쏟아졌다. 바쁜 어제가 끝나고 오늘 하루 준비해서 내일 부활절 방학과 함께 약간/조금 긴 여행을 가는데 짐싸기를 미루고 방황하고 있다. 여행 동안 읽을 책을 골라담고 있다. 과연 몇 권이나 읽게 될까. 읽을 책을 고르지 못해, 오랫동안 장바구니에 담겨 있던 책들을 구매하기로 했다. 재미있는 책 있으면, ebook 컨텐츠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누리가 실내복 겸 잠옷으로 입는 옷이 딱 네 벌이다. 수가 작아 열심히 빨아 입히니 낡기도 하였고, 길이도 달랑해서 U에서 한 벌 사보고 괜찮으면 더 사입힐려고 실내복 겸 잠..

[20180319] 밥상일기 - 피자와 기네스 컵케이크

밥상은 하루 세번, 주중에 혼자 먹는 점심을 포함해서, 꼬박 꼬박 차려지는데 예전만큼 (감히) 요리하거나 기록하거나 블로그 포스팅을 할 기운은 나지 않는다. 내가 주로 음식을 준비해야하는 주역이어서 그런듯. 나는 만들기보다 먹는데 더 자신있는데. (주로 밥) 먹는 걸 즐기지 않는 누리와 (어떤 음식이든) 맛을 잘 모르는 지비도 한 몫씩 한다. 폴란드인들이 하루 네 번 햄치즈샌드위치를 먹으며 일생을 살아간다는 걸 감안하면 맛을 잘 모른다는 게 이해가 갈런지도. 그럼에도 꾸준히 시도하는 이유는 내가 워낙 먹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어떻게든 누리를 먹이기 위해서다(미안 지비). 최근 봄 같지 않게 추운 날씨 덕분에 시간이 걸리는 요리 - 피자를 만들어봤다. 놀이 겸 식사 준비겸. 하지만 늘 그렇듯 누리는 하이..

[life] 추울땐 라면

런던 날씨는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다. 여름엔 25도를 넘는 날이 잘 없고, 겨울엔 5도보다 낮은 날이 잘 없다. 햇볕이 잘 나지 않아 체감 기온은 원래 기온보다 3도 정도 낮다고 하지만 내가 나고 자란 부산만큼이나 눈 보기 어려운 곳이다. 이런 곳에 눈이 한 번 왔다하면, 그게 1~2cm라도, 도시가 야단난다. 그런데 화요일부터 간간히 내리고 있는 눈이 녹지 않고 쌓였다. 물론 런던 밖, 영국의 중, 북부는 더 많은 눈이 왔다. 런던의 많은 중등학교도 휴교를 했는데, 초등학교는 대부분 열었다. 중등학교는 차로 통학할만한 거리에서 아이들이 오는 반면, 초등학생들은 걸어서 통학하는 거리에 사니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수요일은 원래도 바쁜 날인데 눈 때문에 더 없이 바쁜 날이었다. 다행히 내가 듣는..

[+1938days] 방학생활 2 - 만들기

누리가 어린이집과 학교를 시작하기 전에는 도리어 겨울이라도 거의 매일 놀이터로 갔다. 유모차에 태워 내가 걷는한이 있어도. 그런데 어린이집과 학교를 시작하면서는 잦은 감기로 가을, 겨울엔 실내생활을 더 많이 하게 됐다. 이번 크리스마스 방학 역시 누리가 아프니까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생각만큼 TV를 많이 보지는 않았다. 이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Cbeebies의 프로그램을 몇 개를 제외하곤 그렇게 열광하지도 않는다. 한국마트에서 가져온 한국신문에 실린 가족을 위한 연말 TV 편성표/하이라이트. 아이들이 볼만한 프로그램이 소개가 있었는데, 시간은 맞지만 채널이 틀린 것도 많더란. 하여간 이 종이가 우리에게 유용할 것 같아서 테이블에 남겨두었는데 누리가 발견했다. 그리고 유심히 보고 자기가 보고 싶..

[+1935days] 방학생활 1 - 나들이

3학기제로 운영되는 영국의 교육 시스템에 아이를 넣으면서 어려운 점은 중간방학이었다. 아이가 혼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대충 11살이라고 한다) 3학기마다 돌아오는 방학, 학기 중간에 있는 1주일간의 중간방학은 참 어려워보이는 시스템이다. 일하는 부모들은 조부모의 손을 빌리거나 부부가 번갈아 휴가를 쓰거나 그것도 안되면 유료 진행되는 활동에 아이들을 맡긴다. 그래서 영국의 부모들도 아이가 둘 넘어가면 한쪽이 일을 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아니면 아이들의 학기제와 같이 갈 수 있는 직업군으로 전직하기도 한다. 실제로 누리가 다니던 어린이집 친구 (영국)엄마들이 학교 파트타임 교사인 경우가 많았다.이런 부분이 어렵지 않냐고 지비의 사촌형수와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그쪽도 부부가 일을해서 ..

[+1934days] 뒤늦은 크리스마스 인사

크리스마스 지난지가 언제인데 아직 크리스마스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누리의 방학과 함께 멈춘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려니 거기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뒤늦은 크리스마스 인사.누리는 12월 15일부터 약 20일 간의 크리스마스 방학을 즐겼다. 12월이 들기도 전에 시작한 감기를 아직도 하고 있는 중이라 '즐겼다'하기도 뭣하지만, 학기 중엔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도 만나고 집에서 뒹굴뒹굴 보냈다. 지비도 전에 없이 긴 연휴를 보냈지만 누리도, 누리에게 남기를 나눠 받은 나도 콜록콜록 하느라 특별히 여행을 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여행을 계획했더라면 취소를 심각히 고래해야할 판이었다. 시내에서 본 크리스마스 기념 산타 복장 라이딩. 주말 폴란드 학교도 방학에 들어가 크리스마스 행사를 마치고 선생님과 인사를 나..

[+1913days] 12월엔 모든 것이 크리스마스로 통한다.

연말이 되면 날씨는 춥더라도 훈훈하고 넉넉하고 그래야 하는데 정말 정신 없이 보내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학교'라는 곳은 '어린이집'과는 비교도 안되게 많은 역할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사실 그런 요구에 일일이 답하지 않아도 되고, 많은 부모들이 그렇듯, 일일이 참여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가능하면 할 수 있는 만큼을 하려고 한다. 그것이 학교든, 폴란드주말학교든. 그래서 발생하는 소소한 일들이 은근 바쁘다. 크리스마스 축제 여기서는 winter fair라고들 하지만 '크리스마스 축제'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헌책, 헌교복, 헌옷, 헌장난감도 팔고, 경품추첨도 하고, 케이크 같은 것도 팔고, 게임도 하고 그런 행사다. 누리네 학교엔 3개의 강당이 있어서 1층 강당엔 마켓과 산타 그로토 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