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235

[life] 역시 영국

멍멍이들의 천국 누리가 어릴 땐 공원과 놀이터를 매일 출근했다. 그때마다 볼 수 있는 건 나 같이 유모차를 끌고 있는 엄마들이거나 개들과 산책하는 사람들이었다. 듣자하니 영국에선 개를 하루에 두 번 산책 '시켜야 한다'고. 그래서인지 개들이 크기를 떠나 다들 순한 편이다. 마치 아이들처럼 하루에 두 번 바깥 공기를 마시며 맘껏 뛰니 집 안에서, 다른 개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가 없는 편이다. 물론 그래도 문제성 개는 늘 존재하겠지만. 나이든 개를 싣고 있는 개용/고양이용 유모차도 가끔 본다. 공원에서 그런 유모차를 신기해하며 보던 우리에게 그런 유모차를 끌던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여기는 개들의 천국"이라고.오늘 장을 보러 갔더니 할로윈 상품이 빠져나간 자리를 빼곡히 크리스마스 상품들이 채우기 시작했..

[life] 일시정시

블로그가 뜸하다 싶으면 그건 바쁘다기보다 누리가 아프다는 신호다. 며칠 간의 감기 투병(?)을 뒤로하고 누리를 학교에 보내고 며칠 간 먹거리를 사들고 집에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랜만에 오래된 음악을 골랐다. 하긴 영국까지 끌려온 CD들은 다들 오래됐다. 음악을 들으며 할 일을 하려고 했는데 일시정지 상태로 한참 동안 음악만 들었다. 그럴 때도 있었다. 이 CD의 한 곡을 하루 종일 무한반복해서 듣던 시절(思い出の風 Omoide No Kaze). 그 때가 생각나네. 몸은 제약이 많아도 영혼은 자유로운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 아침에 장을 보면서 커피 두 봉투를 샀다.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차 안에 커피 냄새가 가득했다. 그 냄새를 더 많이 마시려고 깊이 깊이 숨쉬면서 '커피 냄새 하나가..

[+1869days] 중간방학

지난 주 중간방학을 맞아 폴란드에 다녀왔다. 이전까지는 우리가 편한 시간, 항공요금이 저렴한 시기에 움직였는데 이제부터는 누리의 학기에 맞춰 여행을 다닐 수 밖에 없다. 아이 없는 사람들은 피해간다는 그 시기에 이제는 우리도 끼여서 움직인다. 영국의 학기는 1년에 3학기가 있다. 9월에 시작하는 가을학기, 1월에 시작하는 봄학기(?), 4월에 시작하는 여름학기. 각 학기는 보통 13주인데 중간에 1주간의 방학이 있다. 이번에 우리가 보낸 중간방학. 그런데 이 중간방학이 사람잡는 경향이 있다. 9월에 학년이 시작되면 6주간 학교에 가고 1주일 중간방학을 하고 다시 6주간 학교에 간다. 그리고 2주간의 크리스마스 방학이 있다. 1월에 다시 6주 등교 - 1주 중간방학 - 6주 등교 후 2주간의 부활절방학이 ..

[+1855days] 주말학교

누리는 요즘 월화수목금토 - 주6일 시스템이다. 월요일-금요일은 학교, 토요일은 폴란드 주말학교. 주말학교 사실 폴란드 주말학교를 보내기까지 고민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주6일 시스템이 아이에게 무리가 아닐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한국의 아이들처럼 방과 후 학원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 오후 3시반 하교하면 피곤해보인다. 집에 와서도 간식을 먹거나 TV를 보는 이상의 활동을 잘 하지 않는다. 자주 아프기도 하지만 한 1개월 주6일 시스템을 잘 따라가고 있다. 작년 같이 폴란드 유아 스카우트에서처럼 가지 않겠다고 울고불면 어쩌나 고민을 했는데 의외로 좋아한다. 주말학교도 유아 스카우트도. 누리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도 있겠고, 작년보다 나아진 폴란드어 때문이기도 한 것 같고. 그렇다고 지비가 누리의 폴란드어..

[+1850days] 학교 생활 이모저모

이곳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우리라 누리가 겪은 모든 경험을 우리도 처음 겪는다. 특히 학교, 교육과 관련해서는. 누리가 학교 유치원 생활을 시작하고 한 달. 새로운 경험도 많이 했고, 그와 더불어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 생각들을 남겨둘 겨를도 없이 시간은 쏜살 같이 흘렀다. 결석 3~4주의 학교 생활 동안 누리는 매주 하루 이틀씩 결석을 했다. 첫 주는 열심히 다닌다 싶었다. 나름 너무 에너지를 쏟았던지 두번째주는 감기로 이틀 결석, 세번째주도 역시 감기로 하루 결석. 여기 부모들은 콧물을 흘리는 정도로는 학교를 쉬게하지 않는다. 하지만 열이 나면 아이든, 어른이든 쉬는 편이다. 열이 나는 아이는 학교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학교 일과 중에 열이나면 와서 데려가라고 한다. 지금은 내가 집에 있으..

[+1848days] 뒤늦은 다섯번째 생일 기록

역시나 누리는 다섯번째 생일 근처에 아파서 학교도 쉬어야 했다. 덕분에 예약해놓은 회전초밥집을 취소하고 집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그 주 금요일에 다시 날을 잡았다. 마침 그 다음주면 영국에서의 3년 생활을 마치고 일본으로 귀국하는 친구를 마지막 볼 수 있는 날이라 무리해서 학교 마치고, 친구 만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누리가 다니던 어린이집 옆 공원 같은 자리에서 일년 전쯤 세 아이가 찍은 사진이 있어 기념으로 찍었다. 자라서 같은 자리에서 찍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하면서. 그리고 지비를 데리러 회사로 고고. 가는 길도 막히고, 급하게 화장실을 들러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여 식당 예약시간을 한 시간을 넘겨 도착했다. 그래도 6시 반이라 비교적 한산해서 자리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

[life] 가을가을한 하루

누리가 학교 병설 유치원에 들어가고 여유가 생긴 건 분명하다. 그런데 학교생활 일주일 후 지난 주 아파서 이틀 결석, 이번 주 아파서 하루 결석을 하니 그 여유도 아직은 들쭉날쭉 그렇다. 그 들쭉날쭉 틈을 겨우 맞춰 오랜만에 친구 A를 만났다. 어젯밤 내린 비로 공기는 상쾌하고 오늘 날씨는 맑아 좋아 걷기도 좋았다. 누리랑 오면 다소 먼 거리라 부담스러운 길을 골라 큐가든 구석구석을 누볐다. 그리고 큐가든에 갈 때면 늘 지나기만하고 들어가보지 않은 찻집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크림티 - 티와 스콘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었는데 티 대신 커피도 가능하다고 해서 시켰다. 그런데 당연하다는 듯이 티를 내온, 다소 불친절하고 비싼, 하지만 그 집에서 구운 작은 스콘이 너무 맛나는 집이었다. The original ..

[life] 집집마다 아들들

아들 둘을 둔 언니가 아들 셋이라고 이야기할 땐 웃었다. 얼마 전 다녀간 친구도 역시 아들 둘인데 그 비슷한 말을 했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젠 그 말에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되고 보니. 여러가지 면에서 지비의 어깨에 많은 짐이 지워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상은 주로 내가 끌고 간다.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 본인이라는 점에서 지비는 본인이 우리 가족의 보호자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가끔/자주 보호자의 보호자, 아니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 평생교육이라며 수 없이 반복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좀 피곤한 건 사실이다. 여행을 하게 되면, 새로운 곳의 정보가 둘에게 있건 없건 방향을 잡고 결정을 하는 건 내 몫이다. 특히 밥을 먹는 것은 물론 커피를 마시는 것도. 요..

[+1820days]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2년 전에 한국에서 보낸 누리 생일 일주일 전 전야제 사진이다. 페이스북은 잊지는 않았지만 매순간 기억하지는 않는 과거를 상기시켜준다. '몇 년 전'이라는 타이틀로. 주로 반응이 많았던 글들만 보여주고, 과거 포스팅들은 페이스북 임의대로 삭제 / 저장된다. 페이스북엔 메모만 남겼다가 블로그로 옮겨야지 했던 글들이 숱하게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페이스북은 과거를 상기시키준다는 장점 외에도 더 이상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기억의 조각들을 블로그로 퍼올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준다. 이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모든 걸 다 퍼올리지는 못해도 여행은 꼭 담아보자는 것이 실천되지 않는 계획이라면 계획이다. 그 밖에도 매년 사용하지 않지만 글들이 저장되어 있어 없애지도 못하는 오래된 홈페이지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