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90

[+828days] 누리의 킴미(크리스마스)

누리와 함께 하는 세번째 크리스마스. 이브 얼마 전에 만난 지비의 사촌 형수가 집에 크리스마스 장식 했냐길래, 누리가 어린이집 들어가기 전까지는 안하기로 지비와 합의했다고 하니 "왜? 왜? 왜?"라고 마구 물음표를 날리셨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아니 지비가 종교적인 사람도 아니거니와(나는 당연히 아니지) 그보다도 누리가 기억하지 못한다는데 방점을 두고 장식 같은 건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누리의 본격적인 사회화가 시작되는 시점(어린이집)엔 저도 보는 게 있으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래도 그냥 지나가긴 뭐해서 이브에 반일 휴일을 낸 지비와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 하기로 했다. 집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인데, 햇빛이 너무 좋길래, 페이스북에서 반응이 뜨겁다. 이..

[+819days] 매직워드s

매직워드s 지비와 나는 각자의 언어를 쓰려고 노력하되 누리에게 특별히 언어를 가르치지는 않는다. 특별한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여력과 능력이 없다. 그럼에도 누리에게 가르치려고 한 몇 가지 단어가 있는데 바로 '플리즈'(please 부탁해요)와 '땡큐'(thank you 고마워요)다. 특히 '플리즈'에 관해선 (왠만한 것은 다 들어줄 수 있는) '매직워드'라며 지비가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가르쳤다는 게 별 게 아니라 누리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플리즈'를 더하도록 했다. 나는 '매직워드'라는 단어가 참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지비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 보통 '플리즈'를 그렇게들 부르는 것 같았다. 누리가 보는 어린이 만화에서 주인공 토끼가 친구 코끼리에게 무엇인가를 청하면서 "..

[+815days] 이 아이가 노는 법

뜨로잉 뜨로잉 누리가 가장 많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크레용이다. 심심하면 "뜨로잉 뜨로잉drawing drawing"이다. 부피도 크지 않고 (비록 달그락 소리가 나긴 하지만), 지우기도 쉬워 외출 할 때 꼭 챙겨가는 장난감이다. 늘 열심히 낙서를 하고 "티슈 티슈"를 외치는 누리. 잘 지워지는 소재의 크래용이라 누리도 지울 수 있다. IKEA에서 산 아이용 테이블은 테이블 기능 51% 낙서를 위한 그림판 기능 49%를 하고 있다. 오늘도 이 테이블 위의 낙서를 지우며 참 잘샀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 곳에나 낙서를 하기 시작하면 내가 노트를 주고 거기다 그리라고 한다. 그러면 날더러 그림을 그리라 한다. (좀 곁가지인 이야기지만, 이틀 전 누리가 하얀 우리 집 벽에 크래용으로 낙서를 휙~ 베이지톤..

[+812days] 또 감기

누리가 감기에 걸렸습니다. 주말 동안 밥 먹이기가 그렇게 힘들더니 월요일 새벽 기침을 토하며 깼습니다. 목 감기를 동반한 콧물 감기 - 아이들 감기는 다 그런가요? - 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사자처럼 그렁그렁 하기는 해도, 새벽에 기침을 콜록콜록 하기는 해도 낮에는 잘 놉니다. 지난 9월에 감기에 걸렸을 땐 먹지도, 놀지도 않아 결국 항생제까지 먹었죠. 그에 비하면 이번 감기는 덜해 보입니다. 양이 줄긴 했어도 밥을 먹기는 먹으니까요. 누리는 코를 풀줄 모르니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어제에 비하면 오늘은 콧물의 양도 확 줄었습니다. 누리는 보통 아프기 전 이틀 정도 먹는 양이 확 줄더군요. 그게 감기 때문에 입맛이 없는 것인지, 입맛이 없어 먹는 양이 줄어 아프게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지비가 늦게 ..

[+799days] 따라쟁이 누리

수요일 오전은 이웃의 딸을 2~3시간 봐주기로 한 날인데, 어제 오전 일찍이 연락해서 오늘은 내가 몸이 안좋와서 못봐줄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 집은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남편 마저도 집에서 일하는 자영업자라 어려움 없이 오늘 오전 돌봄을 해결할 수 있었을테다. 몸이 피곤하기는 해도, 누리도 또래와 놀기를 좋아하고 그 집 아이도 우리집 오는 걸 좋아해서 못봐줄 정도는 아니었는데 좀 고민이 생겼고 거기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 시간벌기를 한 것이다. 지난 주에 그런 일이 있었다. 아이를 맡기면서 아이 간식으로 건포도와 프렛젤 미니 과자 pretzel를 주고 갔다. 이웃이 돌아가자 아이는 자리에 앉아 프렛젤을 먹기 시작했다. 누리도 당연히 과자를 달라고. 누리의 경우 프렛젤은 자기 과자가 아니니 ..

[+772days] 가을산책

둘이서 산책 - Chiswick House 여느 해보다 기온이 높고 맑았던 9월이 지나고 10월은 비, 비, 비, 그리고 비였다. 비 때문에 힘든 10월이 끝나가는 요즘은 그래도 비오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이 번갈아 나온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은 잽싸게 누리를 데리고 수영장도 가고, 식물원도 가고 그런다. 운전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누리와 운신의 폭이 좀 넓어지긴 했다. 문제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제한된다는 데 있지만. 그 거리도 멀어지겠지. 오늘은 늘 만만한 Chiswick House로 산책을 갔다. 늘 만만한 이유는 주차가 쉽고, 공간이 그렇게 넓지 않아 아이와 걷기 적당한 산책 공간이며, 좋은 까페가 있다. 심지어 까페 앞에는 놀이터까지! 새로 산 장화를 개시했다. 장화는 언제나 쇼핑 목록에 있었..

[+764days] 영어실력

만나는 사람마다 누리에게 어떤 언어를 쓰는지 묻는다. 나는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지비는 폴란드어를 하려고 노력하고(?), 누리는 영어를 말한다. '말한다'니 정말 말하는 것 같지만, 그런 건 아니고 단어를 외치는 수준. 그 단어마저도 선명한 발음은 아닌. Dirty(더러운)와 Tissue(휴지) 누리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8월 말 바젤에서 만난 S선배는 그런 누리를 보고, 아이가 이 말을 많이 쓴다는 것은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그 말을 들을 땐 '내가?'했는데 곰곰히 돌아보니 많이 쓴 것 같다.하지만 누리의 때가 한 참 뭐 닦고 흉내 내기 좋아하는 때라 꼭 내가 많이 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고 변명. 설거지 하는 모습을 열심히 본 누리는 목욕할 때 목욕 스폰지로 목욕통에 장난감 삼아 넣어놓은..

[+755days] 월동준비 완료

"언제 한 번 만나"하고 연락을 했던 해롤드가 2주 뒤에, 이번 금요일,에 연락이 와서 일요일 오후 동네에서 만나 커피를 한 잔 했다. 사람들이 "언제 한 번 만나"라고 인사하면 그건 그냥 인사인데, 이 친구는 그게 이미 약속이다. 그리고 늦어진데 대해서 미안해 한다. 요즘 세상에, 더군다나 이 코쟁이문화에 참 드문 사람냄새 폴폴 나는 친구이다. 까페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누리의 생일 선물을 늦게 준다고 미안해 하며 본인이 고른 원피스를 내민다. 사실 누리의 첫번째 생일에도 이 친구는 옷을 사왔다. 그뿐 아니라 듬성듬성 누리 옷을 사온다. 나보다 옷고른 눈이 나은 것 같아서 "네가 골랐어?"라고 물어봤더니 '그럼 누가?'하는 눈빛이 웃음과 함께 되돌아온다. 골라도 참 여성적인 걸 골라와서 한 번 떠본 것..

[+750days] 내 아이가 보인다

같은 동네 사는 독일인 엄마 한 명이 한 열흘 전 일주일에 한 번 3시간 정도 그 집 아이를 봐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그 엄마가 이틀 반 정도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하루는 집에서 일하는 남편이, 하루는 함께 사는 시어머니가 봐주기로 하였는데 나머지 반일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었다. 동네 요가 스튜디오에서 임신요가를 하면서 만난 아이 엄마인데, 그 집 딸은 누리보다 6주 정도 늦다. 하지만 그 집엔 딸과 3살 터울 아들이 있어, 걷기 같은 건 그 집 아이가 더 빨랐다. 그 집 아이는 보고 배우는 게 있으니까. 그 엄마와 다른 영국인 엄마 한 명이 비슷한 시기에 딸들을 낳은 처지라 가끔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그랬다. 영국인 엄마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으로 돌아가면서 좀 뜸해지긴 했지만,..

[+749days] 두 돌 발달 리뷰 2years developements review

정확하게는 두 돌하고도 3주를 더한 시점에 이루어진 발달 리뷰. 사실 지난 주에 예약을 했는데, 커뮤니티 건강센터에 도착하고 보니 담당자가 결근이란다. 그래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 나는 받지 못했다. 지나서 보니 그 시간은 내가 벌써 커뮤니티 건강센터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있는 시간이었다. 애를 데리고 거기까지 왔는데 낭패였다. 상대방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오후에도 전화해 가까운 시간을 잡아주려고 하였으나, 그 시간엔 이미 선약이 있었다. 다시 예약시간을 잡아 금요일에 전화해 주겠다고 했지만, 금요일에 전화화서는 이번주에 시간을 못잡을 것 같다고. 그런데 어제 오후 전화가 와서 오늘, 내일 시간이 되냐고 물어서 오늘 오전 바로 가게 되었다. 이젠 유모차를 잘 타지 않는 누리. 혼자 걷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