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90

[+923days] 우리는 좀 반대

한 때 한인 마트와 식당들이 몰려 있는 뉴몰든에 가서 점심 먹고, 장 보고, 크리스피크림에 가서 도너츠와 커피를 먹는 게 주말 루트였다. 나보다는 지비가 단 음식을 좋아해서 12개짜리 더즌을 사면 나는 2개 정도 먹고 나머지는 지비가 먹을 정도였다. 지금도 가끔 가는 편이긴 하지만 요즘은 커피 한 잔 도너츠 2개 세트를 시켜 나눠먹고, 후딱 당만 보충하고 돌아오는 편이다. 도너츠야 단맛으로 먹는다지만, 그곳의 커피는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 모르겠다. 뜨겁기만 뜨겁고 맛이 없다. 그래서 둘이서 한 잔도 다 못마시고 남기고 온다. 정크 부모 크리스피크림에 앉아 우리는 도너츠를 먹고, 누리는 언제나처럼 준비해간 토마토를 먹는다. 좀 반대라는 생각이 들지만, 누리는 아직 단맛을 모르고 토마토를 준다면 울다가도 그..

[+921days] 친구

누리도 '친구'라는 말을 안다. 하나의 장난감을 두고 다툴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만나면 걱정 없이 둘 수 있는 친구는 지난해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돌보았던 이웃의 탈리타. 친구1. 아이의 엄마 말에 의하면 탈리타는 스쿠터나 인형을 오빠도 못만지게 하는데 누리가 만지게는 해준다. 그리고 집에서도 가끔 누리네 놀러가자고 그러는 모양이다. 그런데 만날 때나 헤어질 때나 "안녕" 한 마디를 하지 않는 묵뚝뚝한 아이라 나를 가끔 놀라게 한다. 누리만 요란하게 손 흔들고 "안녕 탈리타" 한다. 주로 헤어질 땐 누리는 더 놀겠다고 울고불고 하는 반면 탈리타는 인사도 없이 돌아서 간다. 지난 화요일 집에서 가까운 공원 안에 있는 아동센터에서 유아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누리가 탈리타의 가방도 챙겨주고..

[+905days] 봄이 오면

'봄'이 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봄이 성큼 다가와도 누리가 성큼 자라나 밥도 잘 먹고 저 할일 알아서 척척하고 그러지는 않는다. 그래도 정말 3월이면 봄인 것인지 하루하루 낮의 길이도 길어지고 햇살도 하루가 다르게 포근해지고 있다. 이젠 창문을 열고 청소를 해도 춥다는 생각보단 상쾌하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드니까. 나비춤 지난 주 창문을 열어두어도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 어느 날 오후, 누리가 보여준 나비춤(?). 사실 춤은 아니네, 그저 나비가 날아다니는 걸 형상화한 것이니까. 머리에 나비모양 핀 4개 동시에 꼽고 훨훨훨-. 누리가 걷기 전후로 쓰던 플레이 팬(스)의 볼들은 겨울 내내 쏟았다, 담았다 하는 놀이감으로 썼다. 요즘은 빨랫감을 담아두는 바구니를 끌고와(물론 빨랫감은 바닥에 다 내..

[+878days] 아빠들의 착각

누리를 키우면서, 대하면서 생기는 지비와 나의 차이가 남녀간의 차이인지, 문화간의 차이인지 가끔은 궁금하다. 하루하루 흘러가면서 혼자서 내리는 결론은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보다는 남녀의 차이가 더 크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 경우 그렇고, 특히 육아에서는 더 그런 것 같다. 아이가 울지 않으면 괜찮다. 누리가 한 돌이 되기 전엔 이 문제로 참 많이 다퉜다. 상황은 이렇다. 아이를 두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내가 지비가 퇴근해서 돌아오면 저녁 준비를 하곤 했다. 그러면 지비는 아이를 바운서에 놓고 앉아 휴대전화를 보거나 하며 자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 나는 아이가 하루 종일 나만 보며 얼마나 지루했겠냐며 좀 놀아주라고 했는데. 그 때마다 지비는 그래야 할 이유를 알지 못했다. 지비의 말은 아이가 울지 않는..

[+876days] 각방 생활 3일째

싸운 건 아니고 구국(?)의 결단이었을 뿐이다. 감기, 감기, 감기, 감기 누리가 지난 주 감기에 걸렸다. 정확하게 월요일부터 콧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전 주에 아는 분을 아이와 함께 만났는데, 그 집 아이가 감기가 걸려 있었다. 어린이집을 시작하면서 걸렸다더라 하니, "아 어린이집은 집단 생활이라 정말 어쩔 수 없구나"하고 넘긴 지비. 나도 잊은 그 대화를 순간적으로 끄집어내서 "옮은 것 아니냐"고 나를 타박했다.(ㅜㅜ ) 그랬을 수도, 옮았을 수도 있고 그간 언니님의 방문으로 하루 두 탕씩 뛴 피로누적의 결과가 추운 날씨와 맞물려서 자연발생적으로 걸렸을 수도 있다. 이유는 알 수 없고, 누리의 감기는 만 이틀 만에 회복세로 돌아셨다. 수요일에는 거의 콧물을 흘리지 않았으니까. 문제는 지비와..

[+863days] 누리이모 리턴즈

또 페이스북으로만 올라갔던 근황이다. 누리이모 리턴즈 이게 좀 복잡했다. 처음 누리이모의 여정은 런던 1주일 + 터키 2주일 + 다시 런던 1주일이었다. 그런데 런던으로 떠나오기 며칠 전 언니가 지원한 연구보직의 인터뷰가 1월 20일께 잡혀 대학친구들과 함께하는 터키 여행도 줄이고, 뒤에 있던 런던 일정은 아예 없애게 되었다. 서운한 마음이 그득했지만, 인터뷰가 잘되면 언니도 좋고 여름에 다시 유럽에 올 수 있을 것 같아 내 마음은 그냥 고이 접어야했다. 친구들과의 터키 여행 일정을 일찍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와 다음날 다시 한국으로 가기 위해 온 언니가 신청한 연구보직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일정을 조정하느라 쓴 비용도 비용이지만, 아쉬운 마음으로 줄여야 했던 여행일정이 무척 아깝게 느껴졌다. ..

[+852days] 겨울이 더디다

작년 이맘때 한국에 있었는데 그 때는 시간이 총알 저리가라로 흘러가더니만 올 겨울은 참 더디 가고 있다. 누리와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참 힘들게 느껴지고 있다는 말. 누리의 TV시청 시간을 줄이고 싶지만 겨울이 깊어갈수록,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 일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누리와 함께한 지난 겨울들은 어떻게 보냈던가 생각해보니 아무리 추워도 비만 안오면 아이를 유모차에 넣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산책삼아 한 시간에서 두 시간쯤 걸었다. 그때는 누리가 유모차 보온커버 안에 앉아 있으니 그게 가능했다. 지금은 긴 시간을 유모차에 앉으려 하지도 않고, 걷다가 추우면 안아달라고 한다. 저 몸무게는 작년, 그 전해에 비해 몇 배로 무거워졌건만. 그래서 점점 더 집을 나서기가 어렵다. 그..

[+849days] 육아에 관한 생각 - 아이의 입장

또 뱀과 사다리 지난 월요일 실내 놀이터 뱀과 사다리에 또 다녀왔다. 지비가 주말 토요일을 본인 취미활동에 쓰고 그 날 하루 고스란히 누리를 감당한 나를 어여삐 여겨(?) 월요일 휴일을 냈다. 그런데 날씨가 구리구리. 그래서 살짝 비싼 느낌이었던 뱀과 사다리 놀이터에 가기로 하였다. 방학기간이 아닌 평일이어서 지난 번 보다 살짝 가격이 낮기도 하여서. 도착하고보니 텅텅 빈 실내 놀이터. 지난 번엔 날뛰는 언니 오빠들 때문에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했던 구조물에서 시간을 보냈다. 사실 누리가 기대했던 것은 퐁퐁 뛰는 트램폴린이었는데, 이 구조물에서 노느라 트램폴린은 들어가보지도 않았다. 사람 없는 평일이라도 2시간 사용제한은 여전해서 1시간 반 정도 놀리고, 반 시간 점심으로 싸간 빵을 먹였다. 사실 그것도..

[+842days] 누리이모

페이스북으로는 사진이 올라갔지만 블로그엔 올릴 겨를이 없었던 근황. 1월 1일 6개월을 기다렸던 작은 언니가 왔다. 그리고 정신 없는 6일이 흘러갔고, 언니는 원래 방문의 목적인 친구들과의 터키여행을 위해 어제 이스탄불로 날아갔다. 공항에서의 지루한 기다림 뒤에 이모를 만난 누리는 바로 "이모! 이모!". 심지어 잡아준다는 내 손마저 내팽겨친 누리. 1년 전에 본 이모를, 가끔씩 스카이프로 얼굴 본 이모를 기억해서가 아니라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리에게 '이모'가 되니까 그 호칭이 자연스러운지도 모르겠다. 모른다, 1년 전의 얼굴을, 화면으로 본 이모의 얼굴을 기억하는지도. 런던 아이와 런던 아이 (2014) 6일 동안 시차로 고생하던 언니를 부지런히 괴롭힌(?) 누리. 언니가 떠날 때, 공항에..

[+831days] 뱀과 사다리 실내놀이터

'뱀과 사다리' - 우리가 '뱀놀이' 또는 '뱀주사위놀이'라고 하는 그 놀이 맞다. 예전에 이 놀이가 여러 나라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나는 깜짝 놀랐다. 한국에만 있는 놀이인줄 알았기 때문에. 하여간 이런 이름을 가진 실내놀이터에 다녀왔다. 이름 참.. 4일 간의 연휴를 맞아 셋이서 집에서 뒹굴다 못해, 동네에 차마시러 나가긴 했지만 날씨가 추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몰라라 하다가, 주로 휴일은 지비가 누리를 커버하니까, 이래서야 어떻게 방방 뛰는 아이와 추운 겨울을 집에서 나겠냐며 유아체육관toddler gym을 검색하다 발견한 실내놀이터. 차로 20분 거리. 지비에게 말하니까 당장 가잔다. 그래서 점심 먹고 고고. ☞ 참고 http://www.snakes-and-ladd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