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849days] 육아에 관한 생각 - 아이의 입장

토닥s 2015. 1. 16. 07:40

또 뱀과 사다리


지난 월요일 실내 놀이터 뱀과 사다리에 또 다녀왔다.  지비가 주말 토요일을 본인 취미활동에 쓰고 그 날 하루 고스란히 누리를 감당한 나를 어여삐 여겨(?) 월요일 휴일을 냈다.  그런데 날씨가 구리구리.  그래서 살짝 비싼 느낌이었던 뱀과 사다리 놀이터에 가기로 하였다.  방학기간이 아닌 평일이어서 지난 번 보다 살짝 가격이 낮기도 하여서. 


도착하고보니 텅텅 빈 실내 놀이터.  지난 번엔 날뛰는 언니 오빠들 때문에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했던 구조물에서 시간을 보냈다.  사실 누리가 기대했던 것은 퐁퐁 뛰는 트램폴린이었는데, 이 구조물에서 노느라 트램폴린은 들어가보지도 않았다.





사람 없는 평일이라도 2시간 사용제한은 여전해서 1시간 반 정도 놀리고, 반 시간 점심으로 싸간 빵을 먹였다.  사실 그것도 먹지 않고 놀겠다고 울고불고.  어쩔 수 없이 휴대전화로 만화를 보여준다 꼬여서 누리를 구조물에서 끌어(?)냈다.

지비는 누리가 이렇게 좋아하니 겨울 동안만이라도 평일에 누리 데리고 놀러오라고, 이렇게 사람도 없으니.  그런데 2시간 뒤 누리를 떼어내기 힘들 것 같아서 안간다고 했다.(- - );;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지비가 평일에 휴일을 내게 되면, 그 때는 가도 좋을 것 같다.  정말 누리가 좋아하니.  그리고 우리도 은근 운동된다.  아이들은 몸을 접기만 하면 지나가는 통로를 지나기 위해 우리는 몸을 접고 또 접어야 하고, 아이들은 걸어가는 길을 우리는 기어가야 한다.




그래서 5번 방문하면 1번 무료 방문하게 해준다는 로열티카드도 만들었다는.(- - );;



아이의 입장


지난 크리스마스에 함께 점심을 먹었던 친구네 가서 놀랐다.  육아와 관련된 책이 너무 많아서.  육아휴직에 있는 친구가 초등학교 선생이기도 하지만, 그 책들을 보고 반성(이라기보다 놀라움이 더 큰)이 좀 되긴 하였다.  누리를 임신하고 육아라기보다 그 비슷한 책을 한 권 읽기는 하였지만, 이곳에서 읽을 수 있는 책들은 영어니 잘 손이 가지 않았다.  육아도 어려운데 영어까지.  가끔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면 한국에 있는 친구들도 육아에 관한 책들을 많이들 읽는 것 같았다.  많이 사기만 하는 것인가?  반성도 되지만 여력이 없다고 발뺌 중이었는데, 다니러 온 언니가 교육학에 대해서 책을 좀 읽어보라고 했다.  하.. 정말 여력이 없다고, 정말 피곤해서 기운이 없다고 다시 발뺌 하려 하였으나 한글로 번역된 책을 보내준다니 마다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얼릉 보내줘요, 언니님(하지만 아직 터키에 계시는 언니님).


그런데 이런 일이 있었다.  언니가 오면서 누리 수면 양말 몇 개 사가지고 왔다.  누리도 아는 타요 캐릭터가 있는.  주말에 지비가 EBS를 보여주기 때문에 누리는 타요도 알고, 뽀로로도 알고(하지만 오로로라고 발음한다), 원더볼즈를 잘본다.  수면 양말을 보온용 덧신으로 낮시간에 신겨주는데, 누리는 캐릭터를 보려고 온몸을 뒤튼다.  캐릭터 그림의 방향이 누리 입장에서는 거꾸로 되어 있고, 다른 사람이 보면 바로 보인다.  타요만 그런게 아니라 다 그런거 아닌가.


타요를 보겠다고 온몸을 뒤트는 누리를 보면서 우리가 아이를 위한다는 행동들이 우리 입장에서 생각되고 행해지는 건 아닐까, 육아라는 것도 보여지는 것을 더 많이 의식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입장을 100% 수용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것들이 있지만 아이의 입장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다들 아는 것이고, 많은 책들도 그렇게 이야기하겠지만 정말 그러하냐는.



이건 좀 대안 없는 딴지 - 난 '육아'라는 말이 좀 마음에 안든다.  육아지만, 왠지 그 앞에 숨은 '훈'이 있는 것 같다. '훈육'만 있고 '아이'는 저 멀리.  하지만 말한 것처럼 대안은 없다.  국어공부도 좀 해야겠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