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923days] 우리는 좀 반대

토닥s 2015. 3. 31. 06:06

한 때 한인 마트와 식당들이 몰려 있는 뉴몰든에 가서 점심 먹고, 장 보고, 크리스피크림에 가서 도너츠와 커피를 먹는 게 주말 루트였다.  나보다는 지비가 단 음식을 좋아해서 12개짜리 더즌을 사면 나는 2개 정도 먹고 나머지는 지비가 먹을 정도였다.  지금도 가끔 가는 편이긴 하지만 요즘은 커피 한 잔 도너츠 2개 세트를 시켜 나눠먹고, 후딱 당만 보충하고 돌아오는 편이다.  도너츠야 단맛으로 먹는다지만, 그곳의 커피는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 모르겠다.  뜨겁기만 뜨겁고 맛이 없다.  그래서 둘이서 한 잔도 다 못마시고 남기고 온다.





정크 부모


크리스피크림에 앉아 우리는 도너츠를 먹고, 누리는 언제나처럼 준비해간 토마토를 먹는다.  좀 반대라는 생각이 들지만, 누리는 아직 단맛을 모르고 토마토를 준다면 울다가도 그친다.

그런데 요즘은 누리가 우리들이 먹는 것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누리 앞에선 달달이를 안먹기로 했으나 - 커피가 늘 달달이를 부른다.(- - );;


이웃 라헬은 토마토를 좋아하고 케이크나 초코렛을 먹지 않는 누리를 신기해한다.  그 집 아이는 돌 지나서부터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고, 작년 부활절 점심 땐 아이싱 올라간 컵케이크 두 개를 뚝딱 먹었다.  물론 누리도 아기 과자 먹고 햄을 간식으로 먹는다.  쥬스를 좋아해서 우리가 뭔가를 먹을 때 주지만 얼마전 설탕에 관한 프로그램[각주:1]을 보고 자제하자고 결의(?)했다.


누리 먹이기가 기저귀 갈기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주변에서는 누리가 참 잘먹는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떠먹여줘야 먹는데, 이상하게 손님이 오면 혼자서 퍽퍽 퍼먹는다.  매일 손님을 불러다가 점심을 먹을까.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 현재까지는.


다른 집 아이들이 케이크나 과자에 달려들 때 누리는 평소에 먹던 아기 과자가 아니면 달려들지 않는다.  주변에선 "진짜?"하면서 달달한 케이크를 줘보지만 누리는 손톱만큼 먹고서도 "에퉤퉤퉤"한다.  물론 그것도 여러번 경험하면 저도 단맛을 알게 되겠지만.  이웃은 누리 같이 늦게 단맛에 노출된 아이들이 나중에 더 많이 먹는다며 서서히 노출해야 한다고.  지비와 나는 누리가 언젠가는 단맛을 알게 되겠지만, 최대한 늦추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자기 조절이 가능한 나이면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누리는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라서 할 수 있는 만큼 늦추는 것일 뿐이다.


단것만 먹지 않을뿐이지 - 과일도 단맛만 나는 배, 블루베리 같은 건 먹지 않는다.  신맛을 좋아한다 - 먹거리와 관련해선 여전히 갈 길이 태산이다.  먹는 것만 먹어서 이제 겨우 닭고기를 먹기 시작하고, 오이를 먹기 시작했다.  누리는 햄은 먹지만 고기를 먹지 않는다.  햄도 치즈인줄 알고 먹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햄도 치즈도 안먹네.


나는 누리가 싫다면 "그래 말아라"하고 권하지 않는데, 물론 다른 날에 다시 시도한다, 지비는 강권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누리와 나와 자주 다툰다.  그러나 지비와 나는 '우리가 먹는 음식을 누리도 먹을 것이다'라는 것에는 의견을 같이 하기 때문에 우리도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노력할 뿐 늘 건강하게 먹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맹점.


뉴몰든 크리스피크림 도너츠




우리는 늘 커스타드 크림이 들어가고 초코렛이 씌어져 있는 도넛을 먹는데 커스타드 크림 대신 피넛 버터가 들어있는 도넛이 새로 나와서 먹어봤다.  확실히 '미쿡의' 맛이었다.  느끼 달달.



그나저나 뉴몰든의 크리스피크림은 만드는 곳과 함께 있어 그런지 확실히 맛있다.  동네 테스코에서도 살 수는 있지만, 맛이 다르다.  하지만, 그래봐야 크리스피크림이라는.  너무 달다.



  1. 우리도 농축쥬스가 아닌 냉장쥬스를 마시는데 이 쥬스 100ml에 10g 설탕이 들어있다. 설탕 10g을 눈으로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대략 2스푼 정도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