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924days] 뒤끝 없는 아이와 뒤끝 있는 엄마

토닥s 2015. 4. 1. 06:56

오늘 오전 집에서 가까운 공원 안 아동센터에서 열리는 유아프로그램에 갔다.  프로그램 이후에도 계속 남아 시간을 보내는 M님과 아들 M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나왔다.  보통은 바로 옆 놀이터에서 잠시라도 시간을 보내다 오는데 오늘은 비는 안왔지만 내가 유모차를 끌고 가기에도 버거울만큼 바람이 불어 누리를 바로 유모차에 넣고 집으로 향했다.  5미터나 움직였을까.  누리가 더 안가겠다고 발버둥을 쳤다.  유모차 안전밸트가 있었는데도 온몸을 비틀어 유모차를 벗어났다.  그 다음은 유모차에 다시 타지 않겠다고 자기를 안으라고 공원 바닥에 때굴때굴.(- - )


모르긴 몰라도 누리 몸무게가 13kg는 되지 싶다.  예전 같으면 아이를 한 팔에 안고, 힘들긴 해도 유모차를 밀 수 있었으나 이젠 그게 어려워 그럼 넌 여기 있으라며 걸어갔더니 울며불며 공원 바닥에 때굴때굴.


내 성격 같으면 그냥 두고 왔을텐데, 공원 앞엔 바로 차도로고 보는 눈(?)도 있어 누리를 한 팔에 안고, 유모차를 한 손으로 끌고 어찌어찌 공원 앞 차도는 건넜다.  그 순간에도 누리는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한 50m쯤 걷고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길가에 있는 무릎 높이 담장에 앉았다.  유모차는 멀찍이 세워두고, 누리는 엉엉 울고, 나는 땅바닥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팔이 좀 덜 아플 때까지, 누리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앉아 있었을텐데 2~3분 간격으로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계속 괜찮냐고 물어본다.  물론 "yeah, fine(괜찮아요)"라고 답했지만 그 뒤에 물어봐줘서 고맙다는 "thank you"라고 말할 여력은 안됐다.  그나마 한적한 길이라서 다행이지, 원.  한 4번 정도 괜찮냐는 말을 듣고 그냥 일어섰다.  누리는 계속 울었지만 어찌어찌 집으로 왔다.  집에서 그 공원 아동센터까지 5분이면 갈거린데, 집에 와서 보니 50분이 흘러 있었다.


팔도 아프고, 마음이 상해서 오자 말자 신발, 겉옷만 벗겨주고 침대 위에 大자로 뻗었다.  이젠 유모차 쓰지 않겠다 생각하면서.  그 와중에도 옆에 와서 손씻겠다고 계속 우는 누리.(- - )


안아주니 엉엉 울다가 잠이 들었다.  한 시간 반을 안긴채로, 내 옷에 침을 흘리며 자던 누리는 평소처럼 눈뜨자 말자 "#$@$$@" 알지 못할 말들을 고개를 갸우뚱갸우뚱 해가며 쏟아냈다.  아동센터로 가기 전에 준비해둔 피자를 늦은 점심으로 구워주니 "smell nice(냄새 좋아)"라며 오븐 앞에서 킁킁.  배를 채우고 평소와 달리 뽀뽀를 남발하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참 뒤끝 없는 아이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그 나이 아이들이 다 그런가.  하지만 나는 뒤끝이 있는 사람이라 끝내 웃어주지 못했다.




4월이 코앞인데 기온이 10도 15도를 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도 꽃은 피었다.  하지만 폭풍같은 비바람에 다 떨어졌다.  겨울엔 봄만 되면 다 해결될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봄도 더디 오고 나아지는 것도 찾기 어렵다.  거참 어렵다.


더 쓸말도 없지만 팔이 아파 더 못쓰겠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