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905days] 봄이 오면

토닥s 2015. 3. 13. 08:15

'봄'이 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봄이 성큼 다가와도 누리가 성큼 자라나 밥도 잘 먹고 저 할일 알아서 척척하고 그러지는 않는다.  그래도 정말 3월이면 봄인 것인지 하루하루 낮의 길이도 길어지고 햇살도 하루가 다르게 포근해지고 있다.  이젠 창문을 열고 청소를 해도 춥다는 생각보단 상쾌하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드니까.


나비춤


지난 주 창문을 열어두어도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 어느 날 오후, 누리가 보여준 나비춤(?).  사실 춤은 아니네, 그저 나비가 날아다니는 걸 형상화한 것이니까.




머리에 나비모양 핀 4개 동시에 꼽고 훨훨훨-.


 

 


 

누리가 걷기 전후로 쓰던 플레이 팬(스)의 볼들은 겨울 내내 쏟았다, 담았다 하는 놀이감으로 썼다.  요즘은 빨랫감을 담아두는 바구니를 끌고와(물론 빨랫감은 바닥에 다 내팽겨쳐두고) 그 안에 볼을 담고, 자기를 담는다.  이 놀이/행동도 아침 저녁 하루 두번씩 하다보니 겨울이 갔다.  그렇게 봄의 문턱을 넘는가 싶었는데, 덜컥 감기에 걸렸다.  그리고 감기는 지금 바이러스 장염이 됐다.  사실 바이러스 장염의 초기 증상이 감기와 같다고 한다.  그러니 감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바이러스 장염이었는지도 모른다.

 

바이러스 장염

 

화요일 저녁부터 묽은 변을 보더니 어제는 하루 종일 3차례 변을 보고 밥 먹은 걸 토했다.  그리고 자정부터 오늘 오전 의사를 만나러 가기 전까지는 6차례 묽은 변을 봤다.  횟수가 더해질 수록 양도 적어지고(밥을 먹지 않았으니), 묽어져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기저귀를 가느라 새벽에 일어나 검색을 해본 결과 바이러스(성) 장염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눈뜨자 말자 마침 오늘 휴일인 지비에게 의사를 보러 GP에 가자고 했더니 나더러 또 호들갑이라고. 

"그래.. 자중하고 하루 더 보자"고 이야기했는데, 그 뒤로 세 번 묽은 변을 보는 누리를 보고 안되겠다고 GP에 전화를 했다.  완전예약제로 바뀌었지만 응급환자를 위해 남겨두는 예약시간이 다행히 남아 있어 바로 예약하고 한 시간 뒤쯤 의사를 만나러 갔다.  의사 역시 바이러스 장염이라고.  그런데 애가 걸어서 진료실에 들어오는 걸 보니, 그리고 진료중에도 실실 웃는 걸 보니 심각하지 않단다.  일반적인 장염엔 약도 없고, 그냥 물 많이 마시며 낫기를 바라는 게 전부라고.  다만 설사를 하고 구토를 하다보면 수분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며 보조제로 가루약을 처방해주었다.  약국에 들러 가루약을 받아들고 자세히 읽어보니 인터넷에서 읽어본 전해질제인 것 같았다.  물 흡수를 돕고, 적당량의 소금과 당(설탕)이 든.  의사는 '잘 안마시겠지만 마시는 만큼이라도 주라'고 했지만, 설사 뒤 물에 타서 주니 벌컥벌컥.  그 목넘김 소리를 들으니 얼렁 낫겠다 싶은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잦은 변으로 엉덩이가 완전 헐어버렸다.  방귀와 함께 묽은 변을 보기에 바로바로 기저귀를 갈아주어도 그 독(?)에 엉덩이가 헐어버린 것 같다.  물로 씻어줄 때는 좀 나은데, 물을 적신 솜으로 닦아주거나, 물티슈로 닦으면 아프다고 운다.  낮엔 아프다고 울다가 그대로 기저귀 교환 매트 위에서 잠들어버렸다.  두 시간 반 자고 일어나 생생하게 놀다가 저녁 잠이 든 누리.  운동하고 와서 보니 엉덩이가 아픈지 엎드려 자고 있다.  불쌍한 엉덩이, 아니 누리.  친구 말처럼 재생력이 좋아서 금새 나아지겠지만, 그 동안이 고생이다.  그나마 (정말 우연히) 지비가 오늘 내일 그리고 주말 이틀 4일간 쉬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래서 겨우 견딘다.

 

+

 

바이러스(성) 장염은 5세 미만 아이들에게 겨울철에 잘 걸린다고 한다.  손으로도 옮고, 공기로도 옮을 경우가 있을 정도로 잘 옮는 병이지만, 손만 잘 씻어도 충분히 예방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나이의 아이들은 바닥을 굴러다니며 아무거나 만지작거리며 노는 나이다보니 잘 걸린다고.  더군다나 겨울엔 추워서 손도 잘 안씻게 되는 일도 있으니.  지비와 나는 집에 들고 나면 꼭 손부터 씻기는데, 그것도 부족했거나 그냥 누리의 면역력이 평소보다 떨어져 덜컥 걸린게 아닌가 싶다. 

손도 잘 씻겨야겠지만, 잘 먹여야겠다..고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