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876days] 각방 생활 3일째

토닥s 2015. 2. 12. 07:52

싸운 건 아니고 구국(?)의 결단이었을 뿐이다.


감기, 감기, 감기, 감기


누리가 지난 주 감기에 걸렸다.  정확하게 월요일부터 콧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전 주에 아는 분을 아이와 함께 만났는데, 그 집 아이가 감기가 걸려 있었다.  어린이집을 시작하면서 걸렸다더라 하니, "아 어린이집은 집단 생활이라 정말 어쩔 수 없구나"하고 넘긴 지비.  나도 잊은 그 대화를 순간적으로 끄집어내서 "옮은 것 아니냐"고 나를 타박했다.(ㅜㅜ )


그랬을 수도, 옮았을 수도 있고 그간 언니님의 방문으로 하루 두 탕씩 뛴 피로누적의 결과가 추운 날씨와 맞물려서 자연발생적으로 걸렸을 수도 있다.  이유는 알 수 없고, 누리의 감기는 만 이틀 만에 회복세로 돌아셨다.  수요일에는 거의 콧물을 흘리지 않았으니까.  문제는 지비와 내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둘이서 다퉈가며 약먹고 좀 나아졌는데 누리가 다시 주말부터 콧물을 줄줄.  그래서 감기가 네 개다.


문제는 두 번째 든 감기가, 다 낫지 않은 첫 번째 감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더 심해보였다.  처음 아플 때는 아파도 먹고, 놀더니 두 번째 감기는 먹는 양은 줄고 짜증은 늘었다.  그래서 화요일 아침 일찍 GP(보건소)에 다녀왔다.  완전 예약제로 바뀌었지만 응급 환자를 위해 비워두는 예약 시간이 조금 있어 아침 일찍에 가면 당일 예약을 할 수가 있다.  지난 9월에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급한 마음에 아이를 9시가 되기 전에 데리고 가서 예약하고, 정신 없이 바쁜 아침이었다, 돌아오니 누리의 감기가 전날 보다 훨씬 나아보였다.(- - );;  어쩔 수 있나 예약된 진료는 받으려 갔다.  감기가 오래되서 폐나 귀가 괜찮은지 확인을 할 수 있어 조금 안심이 되었다.  폐나 귀는 괜찮은데 목안이 약간 부어 올라 먹지 않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다행히도 화요일인 어제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쭉 회복세다.




굴러온 누리가 박힌 지비를 빼냈다.


우리가 자는 방에 누리의 침대와 우리 침대가 나란히 있다.  누리 침대는 코트에서 높이를 낮추고 한쪽을 개방한 작은 침대다.  누리는 주로 우리 침대에서 잠들고, 잠들고나면 우리가 누리 침대로 옮긴다. 

아프지 않을 때는 그 침대에서 아침까지 잤는데, 아프고 나서는 밤에 깨서 칭얼대면 우리가 우리 침대로 옮기기도 하고, 누리가 새벽에 일어나 우리 침대로 올라오기도 해서 셋이 좁은 침대에서 자는 날이 늘어났다.  아프기 전엔 밤에 깨도 다시 누리 침대에 돌려 눕히면 잠들었는데, 아플 땐 그게 통하지 않아 그냥 같이 잤다.  


문제는 누리가 자면서 정확하게 90도 회전한다.  그럼 우리 셋은 좁은 침대에 'H'모양으로 잔다.  누리는 가로로 눕고 우리 둘은 양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칼잠을 자야한다.  나도 양쪽 어깨를 침대에 붙이고 자고 싶다며 지비에게 거실 또는 빈방으로의 이동을 명(命)했다.  그렇게 시작된 각방 생활이 3일째다.  결과는 모두, 아니 지비와 나는 만족하고 있다.  비록 나는 계속해서 새벽에 일어나 이불 밖으로 나온 누리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여전히 90도로 돌아간 누리를 돌려놓아야 하지만 두 어깨를 매트에 붙이고 잘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돌아오는 금요일은 내가 빈방에서 혼자 자고, 토요일 아침은 내가 일어날 때까지 깨우지 않기로 약속 받았다.  아.. 벌써 기다려지는 불금.( i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