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1년 37

[book] 마이 코리안 델리

벤 라이더 하우(2011). . 이수영 옮김. 정은문고. My Korean Deli(2010). 이 책은 받아두고 읽지 않고 아꼈다. 크리스마스에 여행가면서 읽으려고. 왜? 같은 책 영문판, 원작,을 지비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에 기차타고 여행가면서 나란히 앉아 책을 읽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다. 생각처럼 교양있게 시작했지만,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지비는 아이패드로 갈아타고 혼자서만 책을 읽었다. 아이패드 따위에 시선을 돌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 읽기가 즐거웠다. 원래 잘 쓰여진 글인지, 번역이 맛깔스럽게 된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글로 먹고 사는 작가의 말빨이 느껴졌다고나. 기회되면 영문판도 읽어볼 생각이다. 이 책은 한국여성과 결혼한 벤이 가족사업으로 델리를 열면서 ..

[book] 먼지의 여행

신혜(2010). . 샨티. 이 책을 읽으려고 들고 나간날, 나보다 먼저 일을 마친 S님이 커피 한 잔 하자고 기다리겠다고해서 내 가방 속에 책이 있으니 읽으면서 기다리라고 했다. 나보다 먼저 이 책을 맛본 S님의 말이 '간단한 책이 아니야, 좀 어려워' 그러길래 '그런가?'하고 집에 돌아가 책을 펼쳤다. 이 책은 돈 없이 여행을 한 작가의 이야기를 본인의 그림과 본인의 글씨로, 인쇄체가 아니라 손글씨로 내용이 이루어져 있다, 채워진 책이다. 돈 없이 여행한 짠돌이식의 무전여행기는 아니다. 그 보다 종교적 신앙고백에 가깝다고 나는 느꼈다. 이 대목에서 약간 정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남들처럼' 대학을 나온 그녀가 졸업후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고백을 하며 시작하는 대목에서는 공감과 측은함이 생겼다. ..

[coolture] 난치병

내겐 몇 가지 난치병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건강염려증'. 어린 시절부터 크고 작은 질병들을 달고 살면서 생겨난 합병증이라고나 할까. 이제 막 GP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영국의 의료시스템이 한국과 다르면서도 비슷하다는 걸 아는 사람을 알겠지만 GP는 한국의 보건소 격이다. 한국처럼 1차 의료기관을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내 GP가 본인의 1차 의료기관이 된다. 물론 동네에서 자신의 GP를 정할 수도 있고, 마음에 안들면 바꿀 수도 있고, 그 GP에 못갈 사정이면 자신의 NHS번호를 들고 다른 GP에 방문해도 된다. 한국의 보건소가 국가기관/공공기관의 부분인 것처럼 영국의 GP도 그렇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의 보건소는 아주 드물고 개인 의료원이 골목마다 있지만, 영국의 GP는 동네마다 있..

[book] 사금일기

호연(2011). . 애니북스. 언니가 보내온 책묶음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내가 이런 것도 샀나?'하고 돌이켜봐도 기억이 안나는거다. 언니가 우편물을 보내면서 조회번호를 보낸 메일을 찾아 다시 읽어보니 언니가 읽은 책 두 권을 함께 보냈다고 설명해놨다. '아, 언니가 보낸 거구나' 생각하고 편하게 읽기 시작했다. '사금일기'라는 제목 때문인지는 몰라도 뜬금없이 나는 '장금이'이만 계속해서 떠올렸다. 그림 화법이 약간 동양적인 구석이 있어 그렇게 내 마음대로 연관 시켰는지도 모르겠다. 만화를 보다가 다시 앞쪽 책 날개로 옮겨가 작가의 이력을 읽어도 나는 왜 언니가 이 책을 나에게 보냈는지 이해가 잘 안됐다. 오죽했으면 전화해서 물어봤을까. 언니는 '도자기 작가'인데라고 설명했는데, 나는 '도자기'라는 ..

[etc.] 언어의 경지

얼마 전에 영국에 온지 일년이 되어가는 이탈리아친구가 그러는 거다. 이탈리아에 있는 엄마와 전화로 이야기하는데 영어단어만 머리에 맴돌고 이탈리아어가 생각이 안난다고. 정말? 그런 경지가 그렇게 쉽게 온단 말이야? 언젠가 지비도 그런 이야기를 하기는 했다. 지비는 이곳에서 7년을 약간 넘게 살았다. 나의 경우는 한국말을 무척 잘하는지라, 비록 부산억양이긴 하지만서도, 한국말을 잊어버리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잊어버려서도 안되고. 그래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긴한다. 한국말도 안되고, 영어도 안되는 경지. 가만히 생각해보면 '말 많은 년' 캐릭터에서 '말 없는 외국인' 캐릭터로 성격 개조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현상일뿐 한국말을 잊어버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이런 일도 생긴다. 지비에게 (..

[book] 사랑바보

오소희(2011). . 문학동네. 그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였다. 아마도 세계음악기행. 어린 아들과 여행을 다녀온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그녀의 이름을 수첩에 적었다. 친구 S에게도 추천은 했지만, 내가 그녀의 책을 읽은 건 한참 뒤다. 그녀의 첫책을 읽고서 '그렇구나'하는 느낌만 남고 감흥이 없어 더는 그녀의 책을 찾아보지 않게 됐다. 그녀의 새책 역시 그냥 지나치고 말았는데,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를 고민하고 있는 중에 다시 그녀의 책을 만났다. 지나치지 않고 샀고, 그리고 이제야 읽었다. '인류가 마스터하지 못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사랑에 웃고 아파하면서 다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그녀가 썼다. 여행하면서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

[food] 피자

예전에 일주일이 두번 요가를 들을 땐 요가 듣는 날 일주일에 꼭 한 번 피자를 먹었다. 요가 수업 때문에 늦어진 저녁을 급하게 해치우는데 피자만큼 쉬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라면격이 유럽에선 냉동피자가 아닐까 싶다. 몸에 좋은 요가하고 왜 피자를 먹을까 생각해본 일이 있지만, 몸 생각하며 음식 챙겨먹기에 우린 너무 허기가 졌던 것. 꼭 요가를 하지 않아서는 아니지만 근래들어서는 피자를 잘 먹지 않는다. 다른 채소와 치즈를 얻어 오븐에 구워도 패스트푸드는 패스트푸드인지라 자연히 멀어지게 됐다. 또 질긴 도우가 씹기도 힘들고해서. 어느날 TV에서 본 JUS-ROL이라는 제품의 광고를 보고 나는 손수 만든 피자를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제품이라면 페스트리 같은 부드러운 도우의 피자가 만들어질..

[book] 꽃같은 시절

공선옥(2011). . 창비. 언젠가부터 글 좀 쓰고, 말 좀 하는 사람들의 책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책들은 '한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 살면서 한국 소식에 귀닫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 봇짐을 어디에 풀어야 하는가를 아직 고민중이라 한국이야기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읽혀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마시라.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조금 넓은 시야로 정치와 경제를 보게됐고, 그럴려고 노력중이니까. 하여간 '사회' 관련 책들은 아무리 재미있게 읽었어도 시간과 공간을 넘어 다시 읽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에 '문학'으로 가까이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 생각 끝에 소설책을 아무런 가책없이 평소보다 많이 주문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렇게 고른 책이 이다. 공선옥이 참 익숙한 ..

[film] Sing Your Song

올해 55th BFI Lodnon Film Festival에서 본 유일한 영화. 부산국제영화제를 못보는 대신 혼자서 이거라도 꼭 보자라는 마음으로 고른 영화. 물론 나는 Education Screening에 신청해서 무료로 봤다. Education Screening은 교육적인 목적으로 아침 1회 시간에 무료로 상영하는 섹션. 대부분 학생들이 관객이다. 이 섹션의 영화들은 젊은 감독들이나 어린이들이 만든 영화들도 많지만, 기존 상영작 중에서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들도 포함된다. 사실 이 영화는 Education Screening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시간되는 목요일 오전 작품 두서넛 중에서 고른 영화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전날밤은 심각하게 아파 영화를 포기하려고 하였다. 마침 함께 영화 보기로..

[book] 가난뱅이의 역습

마쓰모토 하지메(2009). . 김경원 옮김·최규석 삽화. 이루. NHK의 워킹푸어에 실망하고 가능하면 일본발 책은 사지 않으려고 했다. 그냥 이 책은 최규석의 만화책인줄 알고 샀다. 책을 받고서 약간 당황했지만 그 묶음의 책 중에서 가장 먼저 읽은 책이다. 이유는? 책이 가벼워서. 물리적인 무게가 무지 가벼웠다. 이런 책 좋아한다. 무거운 책 들고다니는 건 너무 고역이다. 책의 무게도 가볍고 화법도 가볍지만, 번역을 잘한 건가?, 그렇다고 내용마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을 즈음 한국의 야권 정당들이 통합을 하네, 합당을 하네 그러고 있었다. 그런 이슈에 관한 나의 입장은 워낙 선명해서 한국의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통합이든 합당이든 참 오래된 틀 속에서 요란하게 서로에게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