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1년

[film] Sing Your Song

토닥s 2011. 10. 27. 19:25

올해 55th BFI Lodnon Film Festival에서 본 유일한 영화.  부산국제영화제를 못보는 대신 혼자서 이거라도 꼭 보자라는 마음으로 고른 영화.  물론 나는 Education Screening에 신청해서 무료로 봤다.  Education Screening은 교육적인 목적으로 아침 1회 시간에 무료로 상영하는 섹션.  대부분 학생들이 관객이다.  이 섹션의 영화들은 젊은 감독들이나 어린이들이 만든 영화들도 많지만, 기존 상영작 중에서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들도 포함된다.

사실 이 영화는 Education Screening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시간되는 목요일 오전 작품 두서넛 중에서 고른 영화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전날밤은 심각하게 아파 영화를 포기하려고 하였다.  마침 함께 영화 보기로 했던 M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침에 일어날 자신이 없다하여 보지 않기로 하고 일찍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누워 가만히 생각하니 이것마저 보지 않는다면 런던에서의 내 삶이 너무 슬퍼질 것 같아 S님께 연락을 하였다.  S님도 몸져 누워 있었는데, 하루 종일 누워있으니 그도 힘들다고 흔쾌히 가자고 해주셔서 함께 갔다.  마스크까지하고 콜록콜록하면서 극장으로 갔는데, 안갔으면 후회할뻔했다.  아니 안갔으면 어떤 영화인지 모른채로 그냥 넘어가고 말았겠지.


<Sing Your Song>은 Harry Belafonte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Harry는 영화 속 누군가의 말 "He is always like that"처럼 평생을 뭔가를 벌이고, 참여한 예능인이다.  사실 나는 Harry belafonte가 누군지 몰랐다.  그래서 S님께 설명하면서도 '미국의 가수인데요, 인권 같은 사회적 활동을 많이 했데요'라고 했다.  영화를 보면서 '아~'하는 대목이 자주자주 나왔다.  그 바보 돌깨는 소리를 자주자주 흘리면서 많은 영감과 자극을 얻게 된 영화, <Sing Your Song>.


그는 자마이칸 이민자의 자녀로 뉴욕에서 태어났고, 자메이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뉴욕으로 돌아와 청소부로 일하던 어느날 친구가 준 극장 티켓으로 처음 극장에 가보게 되고, 그의 음악 인생도 시작하게 된다.  가수로서 성공을 이루고 캘리포니아로 공연을 하러간 어느날 자신이 함께 간 스탭들과는 다른 '흑인'이라는 걸 알게 '피부로' 느끼게 된다.  그는 레스토랑에 갈 수도 없었고 사람들과 함께 버스를 탈 수도 없어 걸어가야 했다.  공연을 위해 초청한 한 라스베거스의 호텔에서는 초청가수임에도 호텔의 정문으로 출입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어느날 그 호텔의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장은 물론 호텔발코니의 모든 사람이 그를 쳐다봤다.  그는 높은 다이빙대에 올라 주변을 둘러 씨익 한 번 웃어주고는 멋지게 다이빙했다.  그 뒤엔?  그 수영장 풀이 순식간에 텅텅 비었다고 한다.  그는 홀로 수영장 한가운데 서 있었고, 한참이 지나 사람들이 와서 Harry아니냐며 사진을 찍고 소란을 떨었단다.


이런 종류의 에피소드 속에서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되고, 그를 바탕으로 사회적 참여활동들을 벌여나간다.  마틴 루터 킹과 함께 했고, 캐네디를 지원했다.  두 거물이 저격당하고 또 한번의 변화를 거듭한다.  하지만 그 변화는 자신의 뿌리와 계급을 더 깊이있게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아프리칸 미국인 African American들이 아프리카를 방문해 좀더 자신의 정체성을 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지원했고,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을 미국으로 데려와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 젊은이들 중에 오바마의 부친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넬슨만델라의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장기수 넬슨만델라가 석방되고 미국에 방문했을때 양키 stadium에 모인 군중들에게 Harry가 "Today I will give Mandela to you!"라고 만델라를 소개할땐 나마저도 소름이 돋았다.

1980년대 에티오피아에 방문한 그가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를 조직하는데 기여했다는 대목에선 내 고개가 설레설레 가로저어졌다.  '저 사람 괴물이다'하는 생각과 함께.

그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을 가지고 있는 미국, 그리고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가 본 Education Screening에 그와의 대화가 기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감옥프로젝트와 관련되어 독일 어디에선가 미팅이 늦어져 저녁에나 런던에 닿을 수 있어 그와의 대화가 취소되었다.  그런데 그는 젊은 관객들이 원한다면 다른 장소에서 따로이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영화제팀에 제안했고, 영화제팀은 나갈때 출구에 그와의 대화에 참여할 사람은 연락처를 남겨달라는 안내를 했다.  정말 그 사람의 열정은 놀라웠다.  시간때문에 자세한 정황을 알아보지 못하고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자리를 떠야했던 것이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영화 속에서 그가 웃으면서 그랬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도록 도운 것은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그는 그 모든 것을 위해서 자신이 성공으로 거둔 그 모든 것들을 환원한 사람이다.  요즘 한국미디어에 화자되는 소셜엔터네이너들은 그의 명성과 활동 앞에서 명함도 꺼내기 어려울 것 같다.


뜻밖에 본 영화가 너무 깊은 감동과 너무 많은 영감을 줘서 벅찼는데, 그 벅참은 감기 앓는 일주일동안 게으름에 묻혀버렸다.  자 다시 일깨워 이제 나를 채찍질하자, 찰싹! 찰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