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1년 37

[life] 파워블로거

몇 년도 더 전에 한 선배가 '파워블로거' 되기를 선언하며 블로그에 열심히였다. 농담반 진담반이었겠지만, 그때 이미 8~9년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해오던 나로써는 '뭣하러' 싶었다. 인터넷을 무척 개인적으로 쓰는 사람인지라. 그 뒤에도 종종 '파워블로거'가 되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별로. 근거도 없이 내가 마음만 먹으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파워블로거의 세계란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갈 길도 아니고 갈 수 있는 길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던 일도 '사회적 약자'와 관련있는 일이다보니 강도높은 자기 검열이 필요했다. 지금은 그런 일과는 거리를 두었음에도 '개인적인 영역'이 생기다보니, 예전엔 그런게 별로 없었다, 주저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뭐 그..

[etc.] 집중력 부족

대학원에서 공부를 할때도 그랬다. 읽어야 할 것이 산더미일 수록, 써내려야 할 글이 산더미일 수록. 꼭 그런 상황을 마주한 날, 이상하게도 다른 일이 하고 싶어졌다. 갑자기 잊었던 친구가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해보고 싶어진다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뭔가를 뒤적이며 사고 싶다던가 기타 등등. 지금이 그렇다. 오늘 오후 안에 끝내야 할 일, 내일 안에 끝내야 할 일, 이번주 안에 끝내야 할 일. 줄줄이 세워두고 잊었던 친구와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 사람들은 어쩌고 있는지 한 줄 메일이라도 보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어렵게 메일 주소를 찾아 짧은 인사를 보내고서야 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나는 또 왜 여기 있는걸까? 집중력 부족이다.

[life] 녹록지 않다.

일전에 여기서 20년 정도 사신 한국분이 물어오셨다. "런던 살만한가요?"하고. 그때 이야기했던 것이 런던의 집값이었다. 가진 것 없이 시작하는 우리 같은 커플들에겐 런던의 집값, 영국의 집값은 그저 '불가능'처럼 보인다고. 더군다나 한국의 서울 같은 곳에서 살아본적이 없고, 부모님과 살다 이곳에 온 나에게는 더욱. 유럽에는 한국과 같은 전세개념이 없고 모두가 월세개념이다. 한국도 전세개념이 없어지고, 월세개념으로 바뀌는 중이라고 하더라만. 그래서 한국에 있는 많은 지인들이 집을 샀더라, 이번에 가보니. 그런데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집가격을 생각해볼때 지금 집을 사는 건 그닥 현명하게 보이진 않는다. 물론 집가격의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이라면 구매가 더 현명할지는 모르지만. 어쨌건 250만원 ..

[life] Zibi는 시청 中

그러니까 시작은 그랬다. 한국에 다니러 갔을때 지비와 실바나만 남겨두고 저녁먹고 언니들과 잠시 외출을 했다. 집에 온 작은 언니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왔는데, 다녀오니 둘이 나란히 쇼파에 앉아 눈을 반짝이고 있는 거였다. 막 KBS 미니시리즈 '동안미녀'의 첫회가 끝난 때였다. 그러면서 둘이서 흥분해서 횡설수설 자기들이 뭘 봤는데, 무슨 말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재미있어 보이니 다음에 꼭 봐야한다는 거였다. 가만 보아하니 제목만 들어도 유치하고 안봐도 그만인 것 같았지만 어차피 저녁시간엔 할 일도 없거니와 그러마하고 다음날 나란히 앉아봤다. 그렇게 우리들의 드라마 시청은 시작되었고, 월목 드라마 끝나고 수목은 MBC 미니시리즈 '최고의 사랑'을 봤다. 너무들 좋아하는 거다. 심지어 지비는 제주도 가서도 '동..

[life] 식물양육기

살고 있는 집에 발코니가 있어 늘 뭔가를 기르자고만 했지, 실천에 옮기지를 못했다. 가끔 슈퍼마켓에서 보이는 이쁜 화분은 £5~£15선이라 마음만큼 손이 가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봄 다가기 전에 지르자는 마음으로 홈베이스에 갔다. 홈베이스는 가든과 DIY에 관련된 물건을 파는 창고형 매장. 뭘 살까 들었다 놨다를 몇 번 하다, 쉬워보이는 콩과 토마토, 딸기를 손에 들고 가장 저렴한 화분을 사들고 와서 바로 심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어, 추운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어 집 안으로 화분을 들여놓았다. 들여 놓은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새싹이 올라오더니 잘 자란다. 이건 완두콩 종류인데, 깍지 안에 콩을 먹는 게 아니라, 깍지 자체를 데쳐서 먹는 채소다. 이건 토마토. 지금은 이것보다 더 많이 ..

[stuff] 커피그라인더

한국에선 수동식 커피그라인터로 커피를 갈아 마셨다. 밤에 드르륵드르륵 커피를 갈고 있으면 자다가 나오신 아버지가 "밤에 뭐하노?" 한 마디 던지곤 하셨는데. 그렇게 금새 간 커피를 드리퍼에 내려 머그 한 잔 가득 마시고 잠자리에 들곤 하였다. 주로 커피는 10시나 11시쯤 드라마나 뉴스를 보면서.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곤 하였는데, 요즘은 커피 2잔 이상을 못마신다. 것도 저녁시간에 마시면 심장이 불편해서 잠을 잘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늙어버린 것이다, 흑흑. 그래서 하루에 2잔 마시는 커피가 그렇게 소중할 수 없다. 2잔을 먹어도 맛있게 먹으려고 애를 쓴다. 예전엔 주로 한 잔은 집에서, 한 잔은 밖에서, 주로 스타벅스, 마셨는데 요즘은 직업이 없는 관계로 두 잔 모두 집에서 먹으려고 애를 ..

[life] 빨래

영국에 살면서 날씨에 의존해 뭔가를 계획한다는 건 부질없는 일이라고 일찍이 생각해 왔지만, 빨래를 발코니에 널었다 다시 접어 옮겼다 하면서 '참 해도 해도 너무하는군'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보고 침대 커버, 이불 커버 세탁을 결심했다. 아침을 먹자 말자 파란 하늘이 사라질까 무섭게 세탁기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세탁이 끝나기도 전에 파란 하늘은 온데 간데 없고 구름 낀 하늘이다. 그래도 '뭐 비만 안오면 그게 어딘가'하면서 발코니에 의자를 펼치고 커버 하나를 내다 놓고, 나머진 건조대에 걸쳐 실내에 두었다. 물론 발코니의 문은 활짝 열어둔 채로. 자전거 등록 때문에 오기로 약속했던 경찰관이 와서 자전거를 보관해두는 곳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유리..

[life] 결혼식날 1탄

영국에 오기 전까지, 지비와 만나기 전까지 내 인생에 '결혼'이라는 걸 넣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지비를 만났어도 결혼식에 관한 욕심, 환상 그런 것은 없었다. 영국에 살기 때문에 법적인 절차는 중요해서, 비자를 받아야 하니까, 미리미리 했지만. 그런데 부모님은 달랐다. 지비가 처음 한국에 왔을때, "말을 전하라"고 내게 요구하고, "한국에서 꼭 결혼식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결혼하고 멀리 살게 된터라 효도하는 마음으로 그 말씀을 따르기로 하였다. 지비도 우리 부모님의 마음과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경제적인 문제때문에 한국에서만하되 가능한 지비의 가족들이 올 수 있는 기간에 맞추는 것으로. 결혼식의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는 않았다. 첫번째는 내 비자 때문이었다. 내 비자를 신..

[life] 한국갑니다. 그리고 결혼합니다.

지난 2월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90학번 선배들에게 전화를 하였더니, 공 모 선배님이 말씀하시기를, "니가 벌써 시집을 간단 말이냐." "선배, '벌써'는 아니야." (. . );; 그러네요, 살다보니 이런 일도 생기네요. 욕심이라고는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고, 이런 이벤트(?) 덕분에 그 동안 얼굴 못본 사람들 얼굴 가득 보면 좋겠네요. 시간 되시면 점심 먹으러 오세요. 장소 : 부산 동래향교 시간 : 2011년 4월 30일(토) 오후 1시 아, 밑에 있구나. 그 날이 안되면, 일단 저 한테 꼽표 10개쯤 받으실 거 각오하시고요, 전화 한번 꼭 주세요. 한국에 있는 동안 공일공 사일육팔 팔육삼공 으로 연락닿을 수 있을꺼예요, 다음주 화요일부터. 저도 틈틈이 연락할께요. 아, 혼례식 당일 가마꾼 4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