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생활 227

[20190206] LA찰떡

요리도 잘 못하면서 먹는 사진으로 블로그를 도배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디에라도 "드디어 LA찰떡을 만들었다"라고, "너무 맛있다"라고 외치고 싶어서 내 블로그에 남긴다. 나에게 LA찰떡의 바람을 불어넣어준(?) V님께 메시지를 보내자니 시간이 늦어 후환이 두렵고, 한국의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자니 아직 한 밤중이고. 지난 주말 부담없는 가격의 찹쌀 가루를 사왔는데 속재료로 넣을 콩을 사러 나갈 시간이 없어서 주말로 LA찰떡 만들기를 미뤘다. 오늘 식재료 배달을 받았다. 밥할 때 넣어먹기 위해 산 콩 통조림을 받고보니 비록 완두콩은 없지만 찰떡에 넣으려던 강낭콩red kidney와 병아리콩chickpea이 들어 있어 만들어보기로 했다. ☞ 참고한 레시피 http://www.10000recipe.com/re..

[20190205] 떡국 feat. 미역

설이라 블로그도 조용하다. 내 블로그야 원래 조용하지만, 전반적으로 SNS가 조용하다. 조용한 온라인과 짧은 명절 인사를 보내오는 사람들이 있어 '설인가' 생각한다. 특별히 음력 설을 챙기는 건 아니지만 벌써부터 차이나타운 음력 설 축제에 가보자는 지비 때문에 설이 언제인지 가늠하고 있었다. 그래서 설 이벤트는 그걸로 땜하려다 떡국을 끓였다. 고기는, 특히 쇠고기는 먹지 않는 누리 덕분에 미역과 애호박, 파, 버섯을 넣고 달걀만 간단히 올린 떡국. 파전이라도 구워볼까 했는데 파를 사러 나갈 틈이 없어서 떡국으로 설 떼우기.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구 그 어디에 있더라도 건강한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 지비 친구 중 폴란드-영국인 커플이 음력 설을 맞아 집 근처 중국 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그..

[20190202] 백김치

아직 누리는 붉은 김치를 안먹는다. 가끔 백김치를 사면 잘 먹긴하는데 백김치는 잘 사지 않게 되는 품목. 지난 여름 한국 갔을 때 엄마에게 조리법을 듣고 영국으로 돌아와 한 번 만들어봤다. 언제나 망설였던 멸치액젓도 샀다. 소금 적게 먹으려고 적은 소금으로 절였더니 김치맛이라기보다 배추맛. 소금을 더 투하라라는 엄마의 조언에 따라 소금을 좀 더 넣었더니 백김치 비슷한 맛이 됐다. 그래서 자주 만들어먹었느냐 - 아니다. 만들 때 작은 배추(여기서는 중국배추 Chinese cabage라고 한다) 한 통으로 만들었는데, 그걸 만들고 - 익히고 - 먹는 동안 냉장고에 냄새가 내가 참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만들지 않다가 얼마 전에 다시 한 번 만들었다. 처음의 문제점을 거울 삼아 엄마가 말해준 양의 소금으로..

[+2312days] 공연 좀 본 아이

지난 주 누리 학년이 현장학습school trip을 갔다. 런던 시내에 있는 일러스트레이션 관련 박물관에 가서 워크샵을 했다. 도시락을 준비해 갔는데 가서보니 도시락을 먹을 공간이 없는 곳이라 도시락은 학교로 돌아가 먹기로 하고 워크샵 후 밖에서 간식만 먹었다고 한다. 학교로 돌아와 점심을 먹은 시간은 1시 반. 도우미로 따라나선 엄마와 누리 하교 전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그 이야길 듣고 너무 놀랐다. 마침 그날이 유난히도 추웠던 날이었다. 우선은 도시락을 먹을 곳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학교가 문제지만, 유료의 워크샵을 운영하면서 그런 시설이 미비된 박물관과 유난히도 추웠던 날인데 예외적인 관용을 베풀지 않은 박물관이 실망스러웠다. 누리는 재미있었다고 했지만 여지 없이 감기가 걸렸다. 그래서 주말과 ..

[drawing] Everyone is a Londoner.

지난 가을학기 11월쯤 Everyone is a Londoner라는 이름으로 누리 학교에 여러가지 이벤트가 있었다. 런던을 상징하는 것들로 꾸민 옷입기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런던에서 다양성을 존중하기, 차별에 반대하기 등등. 그리고 학년 가을학기 학습 테마 Theme는 영국 왕실 Monarchy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때 학교에서 그린 그림들. 2018년 11월 / 1학년 / London & Monarchy 이 즈음 누리는 한참 영국 여왕의 나이가 몇 살인지, 집이 몇 군데 있는지 그런 걸 이야기했다. 우리는 집? 버킹엄이랑 윈저 두 군데 아닌가 했는데 누리가 네 군데라고 해서 찾아보니 그랬다.(Buckingham Palace, Windsor Castle, Balmoral Castle, Sandrin..

[20190108] 떡국 feat. 매생이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한국마트에 두 번 갔다. 그 인근에 사는 지인들을 방문하느라 오고가며 잠시 들렸다. 평소와 다르게 라면 몇 개, 과자 몇 개, 선물용 한국 식용품 몇 개 간단하게 장을 봤다. 지비가 새해맞이를 준비해 떡국떡은 안사냐고 물었는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먹을 틈이 없을 것 같아 안산다고 했다. 냉동실에 보관할 공간이 없기도 하고. 오전에 볼 일을 보고 점심시간이 되기 전, 12시 반쯤 집에 돌아왔다. 집에 오면서는 누리의 방학 동안 먹지 못한 MSG를 섭취하겠다며 라면을 먹을 생각에 신나게 왔는데, 집에 오니 라면 하나 끓여먹을 기운도 남아있지 않아서 겉옷만 벗어두고 소파에 한 동안 구겨져 있었다. 남아있는 기력을 끌어모아 블로그의 이웃님 글을 보다가 시래기국이 먹고 싶어졌다. 가끔 혼자 ..

[+2300days] 작심삼일 한글배우기

지난 여름방학 때 한국에 가면 언니가 누리에게 한글을 가르쳐준다고 했다. 그 말 믿고 그 이전에 한글 가르치지 않았다는 구차한 변명. 막상 한국에 가니 언니는 차만 쓰라고 던져주고 서울로, 중국으로 답사를 가버렸다. 물론 그 바쁜 와중에도 언니와 해운대 물놀이를 세 번이나 가기는 했지만. 그 이외에도 동네 물놀이 공원, 경주 뽀로로 아쿠아월드 등 열심히 다녔다. 놀다보니 런던으로 돌아올 시간, 급하게 한글 완성 12주란 3권짜리 책을 사왔다. 12주 정도면 내가 할 수 있겠다며. 집에 돌아와서 첫 장 '아야아여오요우유으이' 했는데 여름방학이 끝났다. 그리고 시작된 초등학교 1학년. 은근히 숙제(영어와 수학)도 부담되고, 더불어 학교에서 내준 책 읽기와 단어 받아쓰기 준비도 부담됐다. 일주일에 하루는 발레..

[20190101] 팥죽

2018년의 마지막 날 - 팥죽을 끓였다. 일주일도 전에 동지라고 여기저기 올라온 팥죽 사진과 이야기가 일주일 동안 머릿속에 메아리쳤다. 누리가 방학하고 매일 같이 나가느라 만들지 못한 팥죽을 집에서 시간을 보낸 오늘 끓였다. 팥을 사서 해보려고 했는데, 여기서는 팥을 adzuki bean이라고 한다, 팥을 사러 갈 시간이 없었다. 작은 마트에선 팥을 팔지 않는다. 내가 확실히 아는 건 웨이트로즈나 홀랜드 앤 바랫이다. 팥의 경우는 그렇고, 나는 평소에 삶은 팥 통조림을 세인즈버리에서 사서 쌀과 찹쌀을 섞어 밥을 해먹는다. 가끔은 한 동안 그 통조림이 없는 경우가 있어 집에 한 두 개의 통조림을 비축해두는데, 오늘 그 팥 통조림으로 팥죽을 끓였다. 인터넷에 팥죽 끓이는 법을 찾아보니 12시간 이상 불려 ..

[+2289days] 누리의 킴미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크리스마스다워지고 있는 기분이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카드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니 본의 아니게 이곳 크리스마스 문화에 실려가고 있다. 11월 중순이 넘어가며 시작된 각종 크리스마스 행사와 준비들로 정신 없는 한 달이었다. 덕분에 내가 보내는 카드는 후순위로 밀려 올해는 정말 늦게서야 인사를 해야 할 사람들에게 카드를 보냈다. 크리스마스 전에는 못갔고 새해 전에라도 새해 인사로 도착하기를 희망해본다. 2주가 조금 넘는 크리스마스 방학을 보내고 있는 누리, 그런데 매일매일 일찍 일어난다. 특히 크리스마스 선물을 뜯는 오늘은 더 일찍 일어났다. 산타가 준비했다고 추측되는 선물들은 우리가 준비한 양말 모양 주머니에 넣어주고, 나머지 - 공식적으로 우리가 준비했거나 가족..

[life] 마침내 크리스마스

더운 여름 한국 다녀와서 정신 차려보니 가을 지나고 겨울, 마침내 크리스마스다. 지금까지는 12월 초면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곤 했는데, 올해는 오늘에서야 마무리했다. 참고로 오늘은 12월 20일. 이번주에 보낸 대부분의 카드들은 크리스마스가 지나서야 도착하겠지만, 크리스마스라는 자리를 빌어서 인사라도 전하고 싶은 게 마음이었다. 물론 그 마음이 받는 사람의 마음에 닿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내 마음은 그랬다. 12월이 들기 전부터 매일 2시쯤되야 잠자리에 들곤 했다. 개인적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정말 졸린 눈 비벼가며' 만들었다. 선물을 전하며 '내 피의 산물'이라고 했는데, 밤마다 잠이 오니 바늘로 내 손가락을 찔러가며 만들었다는 뒷이야기. 듣고 있는 교육의 보충강의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