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54

[food] 스콘 scone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영국에서 알면 유용할 베이킹 레시피 세 가지는 1. 당근케이크 2. 숏브레드(쿠키) 3. 스콘 이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많이 먹는 간식들이기도 하고, 그래서 선물해도 받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금새 먹어치울 간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료까지 비교적 간편한 편이다. 집에서 뭔가 굽기를 시작하면서 당근 컵케이크도 구워봤고, 숏브레드도 구워봤다. 스콘을 꼭 한 번 구워보고 싶어 오랜 시간 벼르면서 레시피들을 찾았다. ☞ 당근케이크 http://todaks.com/1088☞ 숏브레드 http://todaks.com/1199 스콘 스콘은 홍차와 함께 먹는 대표적인 영국 간식/디저트다. 영국을 여행하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크림티 세트, 에프터눈티 세트에 빠지지않는 - 사실상 홍차와 함께 메..

[place] 런던박물관 Museum of London - 셜록홈즈 특별전

언니님이 왔을 때 다녀온 셜록홈즈 특별전. 이 전시회가 시작될 때 단신으로 접하고, (비싸니까) 언니님이 왔을 때 같이 가자고 미뤄두었다. 결국 언니님의 일정이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하는 과정에서 지비가 출근한 평일에 언니님과 누리님만 뫼시고 다녀왔다. 누리님은 목마름에, 나는 배고픔에 도착하자 말자 까페 먼저 들렀다. 커피와 크로와상 정도만 먹었는데, 주문하러 갔다 발견한 숏브레드(쿠키). 아 센스쟁이들. 까페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특별전으로 고고. 특별전의 입구는 책장을 밀고 들어가야 한다. 아 또 센스쟁이들. The man who never lived and will never die... 밀고온 책장의 벽 반대쪽도 책장이다. 그런데 글자가 뒤집혀 있다. 그 벽과 마주하고 있는 유리를 볼 때..

[taste] 파티세리 상떼 안나 Patisserie Sainte Anne

집으로 날라온 우편물/광고물 중에 이 동네 부동산에서 만든 소식지가 있었다. 말은 동네 문화 정보와 매물 정보를 담은 소식지지만 광고지였는데, 버리려고 정리하다가 실린 까페 소개가 있어 봤다. 까페 오너 가족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일본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가 런던에서 만났고, 프랑스로 가서 파티세리를 20여 년 넘게 운영하다 런던으로 돌아와 같은 이름의 까페를 지난 여름 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두 자녀도 함께 다른 스태프들과 함께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멀지 않은 곳에 우리가 좋아하는 프렌치 까페가 있지만, 궁금해서 가보기로 했다. 영국엔 레스토랑은 이탈리안, 까페는 프렌치가 대세다. 이 근처에 영어-프랑스어를 함께 가르치는 학교가 있어 그런지 프렌치 까페 밀도가 조금 더 높은 ..

[life] 잔정

나보다 먼저 외국인과 결혼하게 되어 외국에 생활하게 된 M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새가족이 된 외국인 가족들에게 처음엔 돈보다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자잘한 선물들을 많이 고민했는데, 처음엔 그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았는데 나중엔 그런 수고로움에 처음만큼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M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잔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친구고, 대학시절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함께 몸서리 치던 친구라 그 마음과 말이 뜻하는 바를 알 것 같았다. 나도 그런 시간을 거쳤다. 새가족이 된 외국인 가족들에게 돈보다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그리고' 한국이 담긴 자잘한 선물들을 하려고 많이 고민을 했다. 이곳에서 알게 된 친구들에게도. 그런데 어느 날 그 고민과 고민에 담긴 마음이 일방향이라는 걸..

[book] 이슬람 정육점

손홍규(2010). 〈이슬람 정육점〉. 문학과지성사. 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감상(감상평이 아니었고 짧은 감상이었다)을 보고 낼름 손에 넣은 책이다. 한참 책을 읽을 때 같으면 4~5시간이면 읽을 책을 정말 4~5개월은 걸린 것 같다. 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영국이 비가 많은 가을/겨울이라 그랬다면 이해가 될려나. 한국전쟁 후 한국에 남은 터키인 하산이 몸과 마음 모두 상처로 가득한 아이를 입양한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무슬림과 알 수 없는 흉터가 온몸에 가득한 이 두 사람 이야기만으로도 차고 넘치는데, 이들 곁에 있는 역시 한국전쟁 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은 그리스인 야모스 아저씨, 충남식당의 안나 아주머니, 대머리, 말더듬 유정, 맹랑한 녀석, 쌀집 둘째딸과 그의 남친 등등을 섞고 버무려 1980년대..

[taste] 크레페 어페어 Crepe Affaire

다시 돌아온 팬 케이크 데이(☞ 팬 케이크 데이 참고 http://todaks.com/550). 오늘 오후 마트에 갔더니 한 쪽 구석을 장식하고 있는 팬 케이크 재료들. 메이플 시럽이나 뉴텔라(초코렛 스프레드)하나 사볼까 하다가 구경만 하고 돌아왔다. 달달한 재료들 대신 내일 팬 케이크 데이 기념하여(?) 파전을 굽겠다며 파전 재료로 쓸 가느다란 파 하나 샀다. spring onion 또는 salad onion이라고 불리는 파로 파전을 주로 구워 먹는다.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 뭣해서(핑계 김에) 오래된 크레페 까페 사진을 꺼내본다. 요기서 잠깐 - 사진을 꺼내려다보니 크레페crepe와 팬 케이크 pancake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크레페는 단맛, 팬 케이크도 단맛? 이런 화두가 던져지면 열심히 검색하는 ..

[food] 주간밥상

특별히 해먹은 기억은 없는데, 매일매일 밥 해먹는 게 일이다. 해먹은 게 없는 것 같아도 지난 달 이맘 때쯤 올리고 한 달만에 올리니 좀 모였다. 월간밥상으로 바꿀까? 새우카레 한 달에 두 번쯤 카레를 해먹는다. 접시 하나 달랑 놓고 먹으니 먹기도 편하고, 지비가 다음날 도시락으로 싸가기도 편하고. 그런데 늘 애매하게 남아서 나를 괴롭게 만든다. 다음날 내가 먹을 점심으로 먹기엔 적고, 먹던 저녁으로 더 먹기엔 많고. 카레 포장지엔 5~6인분이라고 하지만, 밥보다/만큼 카레를 듬뿍 먹는 편이어서 4인분 정도가 나오는데 지비의 점심을 넉넉하게 싸주는 편이라 애매한 양이 늘 남는다.어느 날 한국마트에 갔는데 우리가 즐겨먹는 순한맛 카레가 없어 처음으로 고형 카레를 사봤다. 초코렛처럼 6개의 블럭으로 나눠 있..

[life] 초코 발렌타인 데이

영국에선 크리스마스 이후 새해 들어 처음으로 맞은 일명 기념일이 발렌타인 데이인 것 같다. 주로 상업적 포인트로 이용되고 있지만. 그 뒤로 어머니의 날 mother's day (영국의 경우 3월 네번째 일요일), 부활절, 아버지의 날 father's day(6월 세번째 일요일) 등등이 줄을 잇는다. 아 팬 케이크 데이(올해는 2월 17일)도 있다. 기념해야 할 날로 부활절(주로 휴일의 개념), 크리스마스(역시 휴일의 개념)면 족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주변에서 묻는 '발렌타인 데이 계획'에 발렌타인 데이가 다가올수록 부담이 됐다. 아무 계획도 없으니까. 결국은 우리 스스로 물어도 보고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다가오는 팬 케이크 데이 겸 발렌타인 데이 기념(?)으로 가까운 하이스트릿..

[taste] 더 쁘띠 꼬레 The Petite Coree

여기서 알고 지내는 Y의 남편님이 요리사시다. 지비와 나는 언제 집들이 안하나 목을 빼고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웨스트햄스테드 West Hampstead에 레스토랑을 턱(!) 여셨다. 그것도 무려 프렌치. 영국에서, 한국인이 왜 프랑스 식당이냐 하겠지만 Y의 말로는 (한국인의 경우는) 일식에서 시작해서 여기저기 경험 쌓으면서 프렌치로 많이들 정착한다고 한다. 빵집이라면 모를까 영국서 프렌치 레스토랑이 잘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걱정이 좀 되긴했다. 참고로 영국 하이스트릿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빵집은 프랑스, 레스토랑은 이탈리아가 대세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하지만 자리 잡은 동네가 주택가면서 트렌디한 동네라 맛으로 알려만지면 괜찮을 것도 같았다. 어느 정도 높은 가격도 문제될 것..

[life] 대양을 꿈꾸는 금붕어

누리 감기로 인해 오늘까지 집콕 만 3일째. 누리의 감기는 정점을 찍고 내리막으로 접어들었고, 지비와 내가 감기 바통을 이어 받아 아직 정점으로 향해하는 중이다. 낮에 햇살이 잠시 비출 때 누리를 유모차에 넣고 잠시 걸으러 나갈까 갈등이 되긴 했다. 누리도 누리지만, 내가 메롱이라 오늘까지만 집에 있기로 마음을 정했다. 집에만 있어도 누리는 잘 먹고 잘 논다. 아프다는 이유로,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TV도 많이 보지, 먹고 싶은 것들 다 먹지 아쉬운 것이 없는 누리. 한참 동안 입지 않던 옷, 한참 동안 가지고 놀지 않던 장난감, 한참 동안 보지 않던 책들도 꺼내 새 것인 양 즐겁다. 물론 그 나이 땐 (늙은) 엄마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까꿍만 해줘도 즐거울 때이기는 하다만. 이 좁은 집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