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food] 주간밥상

토닥s 2015. 2. 16. 08:10

특별히 해먹은 기억은 없는데, 매일매일 밥 해먹는 게 일이다.  해먹은 게 없는 것 같아도 지난 달 이맘 때쯤 올리고 한 달만에 올리니 좀 모였다.  월간밥상으로 바꿀까?


새우카레


한 달에 두 번쯤 카레를 해먹는다.  접시 하나 달랑 놓고 먹으니 먹기도 편하고, 지비가 다음날 도시락으로 싸가기도 편하고.  그런데 늘 애매하게 남아서 나를 괴롭게 만든다.  다음날 내가 먹을 점심으로 먹기엔 적고, 먹던 저녁으로 더 먹기엔 많고.  카레 포장지엔 5~6인분이라고 하지만, 밥보다/만큼 카레를 듬뿍 먹는 편이어서 4인분 정도가 나오는데 지비의 점심을 넉넉하게 싸주는 편이라 애매한 양이 늘 남는다.

어느 날 한국마트에 갔는데 우리가 즐겨먹는 순한맛 카레가 없어 처음으로 고형 카레를 사봤다.  초코렛처럼 6개의 블럭으로 나눠 있어서 절반인 3개의 블럭만 넣고 3인분의 카레를 만들었다.  양이 딱 맞아 떨어져서 좋았다.  약간 매운 맛을 샀지만 우리에겐 상당히 매운 맛이었다는 문제가 있기는 해도.



얼마 전까지 카레에 참치를 넣고 만들어 먹었는데, 요즘은 새우로 대체했다.  참치카레도 나쁘지는 않은데 끓이다보면 참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걸쭉한 카레만 남아서.  예전엔 새우/오징어/홍합이 들어가 있는 해물팩으로 만들어 먹었는데, 임신 뒤 홍합을 먹을 때마다 탈이나서 새우만 넣고 먹는다.  가끔 해물팩으로 만들어먹던 카레가 그립다.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부대찌개를 끓여먹은 다음날 남아 있는 베이크드 빈baked beans(케찹 콩조림 정도)을 먹기 위해서 먹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잉글리쉬 브렉퍼스트를 먹기 위해 베이크드 빈을 산 것인지, 부대찌개를 먹기 위해 산 것인지 늘 전후관계가 헛갈리지만 결과적으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늘 함께 먹는다.



얼마 전에도 해 먹었는데, 이 사진은 언니님이 왔을 때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해 먹은 사진이다.


짜장우동


한 달에 한 번쯤 해 먹는 짜장.  역시 애매한 양이 남아서 다음날 점심으로 먹었다.  누리가 우동을 좋아해서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검은색 우동은 질색하며 싫어해서 급하게 다른 점심 만들어주고 먹었다.  그렇지 않아도 퉁퉁한 우동이 누리 점심을 해주는 사이 불어나서 더 퉁퉁퉁.  먹다보니 대학 다닐 때 600원이면 먹던 금정식당 우동이 생각났다.  퉁퉁 불어 젓가락으로 먹기 힘든 그 상황까지 비슷했던 어느 날 점심.



지금 금정식당에도 짜장우동이 있을까?  있다면 얼마일까?


닭백숙


누리가 이유식을 한참 먹을 땐 닭죽을 종종 끓이곤 했다.  Possin이라는 500g 미만의 작은 요리닭을 삶고(딱 영계 사이즈), 다시 살을 발라내서 쌀/찹쌀/파/감자/당근 등등과 더 끓여 죽을 만들곤 했다.  어느 날부터 죽을 먹지 않아 잘 끓이지 않게 됐다.  누리가 아파서 잘 먹지 않을 때 안스러워서 닭죽을 끓여주면 두어 숟가락 먹고 마는 걸 몇 번 반복하고서 아예 끓이지 않았다.

지지난 주 누리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 K선생님이 닭 끓여 국물을 마시게하라는 말씀을 듣고 지푸라기 잡는 마음으로 당장 집을 나가서 작은 닭을 사와서 마늘과 함께 끓였다.  예전처럼 죽으로 만들지 않고, 국물만 주었다.  대신 감자/당근/파를 함께 넣었고, 약간씩 먹기 시작할 땐 밥도 약간 말아주었다.

누리는 고기를 먹지 않고, 지비도 그 주 2번 아이키도 수업을 가느라 집밥을 먹는 날이 줄어 혼자서 지겹도록 먹었다.  누리가 맑은 국물은 먹어서 몸보신용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닭백숙을 해서 국물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혼자서 너무 지겹게 먹어 그 뒤로 먹지 않았다. 



이 번 주에 possin으로 한 마리 사서 삶을까?


리조또


한국에 전/부침개가 있다면 이탈리아엔 피자가 있고, 한국의 볶음밥 자리는 이탈리아의 리조또가 대신한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누리의 점심으로 먹는다.  집에서 먹을 때도 있고, 주로 외출할 때 점심으로 싸간다.  언니님 편에 받은 작은 보온도시락에 담아서.



불린 유기농 리조또 쌀을 미리 볶은 양파, 버섯, 아스파라거스(또는 시금치)에 넣고 쇠고기 스톡(국물맛을 내는 조미료인데 다시다는 아니고 no msg라는데)과 우유, 파마산 치즈를 넣어 '조리듯이' 만든다.  조리법을 찾아보면 '볶듯이' 만들어야하는데 그러면 누리가 먹기엔 쌀이 좀 단단하다.  원래 그 상태가 알덴테로 맞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진밥과 죽 사이 정도로 '끓이듯이', '조리듯이' 만든다.


월남쌈


누리가 생기기 전엔 가끔 먹었는데 요즘은 아주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재료 준비가 어려운 것은 아닌데, 테이블에 썰어놓은 재료를 올려놓고 말아먹는 게 맛인데 그게 어려우니.  그래서 내가 다 말아서 '대령'했다.

갑자기 월남쌈을 먹게된 '계기'는 각종 볶음 요리를 위해 주문하는 (냉동)생새우가 있는데, 그 제품이 없었던지 익힌 새우가 배달왔다.  익혔다고해서 조리된 것은 아니고 데쳐진 정도.  그래서 그 익힌 새우를 소진하기 위해 맘 먹고 해먹은 월남쌈.  먹던 라이스페이퍼는 있었고, 각종 채소 쫑쫑 썰고, 새우는 버터/마늘/파슬리 넣고 살짝 볶았다.  맛을 위해서 그랬다기보다는 찬음식 먹으면 잘 체해서 온도를 높여주기 위해서 볶았다.



페퍼(한국에선 피망), 오이, 샐러드, 당근, 파인애플, 새우, 콘과 땅콩 소스를 넣고 말았다.  베트남 음식점에서 나오는 쌈들은 돌돌 잘도 말았는데, 그렇게 말려면 얼마나 말아야하는 걸까.  마는 방법이 있을까.  내가 만 월남쌈은 얼기설기 그렇다.



바질페스토 파스타


정말로 오랜만에 면으로 된 파스타.  이 파스타는 냉면만큼 가늘다.  따로 이름이 있는데 모르겠다.  피자가 셋이 먹기엔 턱없이 작아서(누리도 한 조각 반 정도를 먹고, 지비는 먹으라면 혼자서도 다 먹겠단다) 보충하기 위해서 바질페스토 파스타를 만들었다.  그런데 파스타 양이 애매해서 남은 걸 다 넣고 만드니 2인분이 넘는 파스타가 만들어져서 셋이서 배가 부르도록 먹었다.  결국 피자는 남겼다.(- - );;



파스타 역시 한국의 볶음밥 겪이라 냉장고에 잠자고 있는 재료들을 다 넣고 만든다.


시금치 스프


아침으로 빵을 먹기 때문에 늘 빵이 있지만, 어쩌다가 없는 날도 있다.  그럴 땐 급하게 식사용 빵을 굽기도 했는데, 지난 연말 친구에서 시금치 스프 만드는 법을 듣고선 자주 끓이게 되는 시금치 스프.  집에 빵이 늘 있고 우유가 늘 있는 것처럼, 감자/시금치/토마토는 늘 있는 재료라서.  물론 쇠고기맛 스톡이 필요하고, 친구의 비법(?)에는 리크 leek가 있어야 한다.  리크를 샀을 때 잘라서 한 번씩 먹을 분량으로 잘라서 냉동실에 넣어두었기 때문에 끓일 때마다 하나씩 꺼내 끓인다.  리크는 대파보다 크고 더 순한 맛이다.




시금치, 리크, 토마토, 감자를 쇠고기 스톡에 넣고 끓인 다음 갈아서 크림을 조금 넣어주면 끝이다.  스톡 하나에 물 500ml정도를 넣고 끓인다고 하는데, 짠맛을 좋아하지 않아서 스톡 하나에 물 1000ml를 넣고 순하게 끓인다.  그래도 누리는 맑지 않은 스프는 먹지 않는다.  국만 먹는다는.(- - );;

인터넷에서 헤매다 찾은 도움 정보는 토마토는 씨를 빼고 끓어야 신맛이 덜하다는 정도.  누리가 하루에 토마토를 1.5~2개씩 먹기 때문에 잘라낸 속 부분은 바로바로 누리를 준다.  그럼 해삼 먹듯 슈릅하고 먹는다.


간장닭감자조림


늘 고추장을 넣은 매운닭조림을 해먹다 쉬어가는 느낌으로 한 번 해먹어본 간장 닭감자조림.  지비는 닭도 닭이지만 감자조림이 너무 좋단다.  나도 내 요리실력에 놀라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실력은 '우연'이라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할 때마다 맛이 다른 내 요리.(- - );;



저녁으로 접시에 담은 음식은 다 먹어버리고 지비 도시락에 담은 간장닭감자조림을 증거사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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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먹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