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taste] 더 쁘띠 꼬레 The Petite Coree

토닥s 2015. 2. 11. 08:07

여기서 알고 지내는 Y의 남편님이 요리사시다.  지비와 나는 언제 집들이 안하나 목을 빼고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웨스트햄스테드 West Hampstead에 레스토랑을 턱(!) 여셨다.  그것도 무려 프렌치.  영국에서, 한국인이 왜 프랑스 식당이냐 하겠지만 Y의 말로는 (한국인의 경우는) 일식에서 시작해서 여기저기 경험 쌓으면서 프렌치로 많이들 정착한다고 한다.  빵집이라면 모를까 영국서 프렌치 레스토랑이 잘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걱정이 좀 되긴했다.  참고로 영국 하이스트릿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빵집은 프랑스, 레스토랑은 이탈리아가 대세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하지만 자리 잡은 동네가 주택가면서 트렌디한 동네라 맛으로 알려만지면 괜찮을 것도 같았다.  어느 정도 높은 가격도 문제될 것 같지 않은 동네라서.

글을 본 Y의 정정 요청이 있었다.  한국인 요리사들이 일식으로 시작해 경험을 쌓아 프렌치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루트라기보다,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레스토랑이 프렌치가 많고 그러다보니 유명레스토랑으로 경력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프렌치로 흘러간다는.  결과는 비슷해보인다만 '아' 다르고 '어'다른 차이. ;)


미슐랭 가이드는 우리에게 미쉘린 타이어로 잘 알려진 회사에서 운전자들에게 맛집을 소개해주는 가이드로 시작되어 지금은 프랑스 맛 비평지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프렌치 레스토랑이 많이 올라가는 편이라고 한다.


각주로 달까 하다가 잘 안보일 것 같아서 처음으로/박스쳐서 추가해본다.


우리는 개업하는 날 갔었는데, 그 뒤로는 못가보다가 한 달 만에 언니님이 왔을 때 밥 사주신다기에 "그럼 여기!"하면서 갔다.



이름이 '더 쁘띠 꼬레'라길래 '더the' 아니라 'la/le' 이런거 되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했는데, 의미를 고려해 영국인에게 감수 받은 이름이라고 한다.

Y의 남편님은 '퓨전'이라고 음식을 소개하셨지만, 잘 모르는 내가 느끼기엔 '프렌치'다.  하지만 영감을 한국음식/식재료에서 받은.  'French, inspired by Korean'  만두 같은 한국음식들도 있긴하지만 메인으로 봤을 땐 그러하다.



프렌치 레스토랑 가보면 하나 같이 자리가 좁다.  그리고 오래된 식당들은 유아편의시설 같은 건 기대하기 어려운데, 이 곳은 레스토랑 위치가 위치인지라(트렌디한 주택가가 가깝다) 아기의자는 당연히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우리로서는)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 시설은 없다.  다행히 누리는 대충 서서 갈 수 있지만, 누리보다 어려 눕혀 갈아야 한다면 조금 곤란.  바로 앞 길건너 교회가 까페와 놀이시설을 하고 있는데 그곳엔 널찍한 교환 시설이 있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보이는 바와 녹차를 우려내고 있는 Y.



밖에서도 보이는 레스토랑은 이러하고, 우리는 안쪽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레스토랑이 밝아서 처음 가보고 '한국식이다'했었다.  나는 까페고 레스토랑이고 밝은 걸 좋아한다.  그런데 Y의 말로는 이곳 사람들은 어두운 걸 좋아한단다.  옆테이블과 분리되기 위해서인가?


우리는 누리 때문에 점심 먹으러 갔는데, 점심 때는 점심세트lunch deal이 있다.  2코스 12파운드, 3코스 15파운드.  가격도 무척 착한편.  개업한 직후라서 그런가? ㅋㅋ


처음 갔을 때 Y의 추천으로 먹어보고 모두가 반한 버섯 전체식.  이번엔 우리가 언니님에게 추천했다.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맛이었다.



그리고 Y의 추천으로 새롭게 시도해본 또 다른 전체식, 달콤한 소스와 차가운 모짜렐라였다.  이름은.. 다 몰라요.



버섯을 먹을 땐 남편도 아웃포커싱.  정말 맛있다.  그 뒤에 집에서 나도 해볼까하고 버섯을 샀다가 감당이 안되서, 날짜는 흘러가고, 그냥 깍둑깍둑 잘라 밥 볶아 먹었다.




그리고 갓 구웠다며 맛보여주신 빵. 






누리가 보증한 맛.  애들 입맛이 상당히 예민하다.ㅋㅋ



발사믹 소스와 만두



오리와 오렌지에 조린 치커리

지난 번에 갔을 때 "프렌치니까"하면서 지비가 시켰던 메뉴인데 맛있었다고 해서 나와 언니님이 함께 시켰다.  맛은 있었으나 완전히 익히지 않은 고기가 약간 낯설었던 촌스러운 자매.ㅋㅋ




소꼬리와 으깬 감자

지난 번에 다른 사람이 시킨 메뉴 한 점 얻어먹어본 게 너무 맛있어서 지비가 이번에 시켰다.  아마도 나의 다음 방문 메뉴가 될 것 같다.  슬로우 쿡이니 완전히 익혀졌고, 쇠고기니 문안하게 먹어진다.



바닐라와 오렌지 아이스크림



올리브 녹차 번과 녹차 아이스크림

올리브 오일을 넣고 구운 녹차 번이 신기한 맛이었다.  빵을 구울 땐 올리브빵을 굽지 않고서야 강한 올리브 향 때문에 올리브 오일은 쓰지 않는다고 하는데, 무척 촉촉한 맛 때문에 '나도 다음에 올리브 오일 넣고 구워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녹차랑은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녹차를 넣은 건 좋은데, 올리브 향에 묻혀버리니 넣은 녹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색감 상으로도 그린-그린이니 "다른 게 좋지 않을까?"했는데 저녁엔 올리브 녹차 번이 하얀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나간다고 한다.


우리는 점심 세트 3 코스로 먹었는데, 맛 보라고 주신 음식도 있어 정말 배부르게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지불한 점심값이 미안할 정도로.  외식을 자주하지 않는 우리지만, 그럴 일이 있으면 꼭 여기에 가자고 지비와 이야기(다짐?)했다.  많이 팔아주진 못해도 그렇게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이 레스토랑이 잘되서 오래가면 우리는 착한 가격에 맛있는 걸 계속 먹을 수 있어 좋고.  또 우리는 집에서 가기가 좋다.  오버그라운드 타고 5정거장이고, 차로 가도 20분이 안된다.  다만, 우리에게 어려운 점이라면, 누리를 데리고서는 저녁을 먹으러 가는 게 어려운데 점심은 주말에만 한다.


Y에게 남편님의 프로필을 물으니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레스토랑들에서 근무하셨단다.  H호텔에서도 일하신 걸로 안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뛰어(CJ비비고) 들어 이국땅에서 한국식당을 하는 교민들이 힘들다.  한식이 잘 알려지는 것도 좋지만 젊은 한국인 요리사의 이러한 도전들도 잘 평가 받았으면 좋겠다.  영국에서 한국인 요리사의 프랑스 요리라니!  재미있지 않은가.  맛도 있다.


+


Y가 알고 지내는 사이이긴 해도 이 글은 후원받은 글 아닙니다요.  알고 지내는 사이니 더 팔아줘야죠.  그리고 돈 주고 먹어도 아깝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