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taste] 파티세리 상떼 안나 Patisserie Sainte Anne

토닥s 2015. 2. 23. 07:51

집으로 날라온 우편물/광고물 중에 이 동네 부동산에서 만든 소식지가 있었다.  말은 동네 문화 정보와 매물 정보를 담은 소식지지만 광고지였는데, 버리려고 정리하다가 실린 까페 소개가 있어 봤다.  까페 오너 가족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일본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가 런던에서 만났고, 프랑스로 가서 파티세리를 20여 년 넘게 운영하다 런던으로 돌아와 같은 이름의 까페를 지난 여름 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두 자녀도 함께 다른 스태프들과 함께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멀지 않은 곳에 우리가 좋아하는 프렌치 까페가 있지만, 궁금해서 가보기로 했다.


영국엔 레스토랑은 이탈리안, 까페는 프렌치가 대세다.  이 근처에 영어-프랑스어를 함께 가르치는 학교가 있어 그런지 프렌치 까페 밀도가 조금 더 높은 것 같다.  프랑스에도 맹모삼천지교가 있는 모양인지.  하여간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나 신문가게에 가면 프랑스 신문을 살 수 있다.

이 파티세리 상떼 안나의 경우도 60~70%가 프랑스 손님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프랑스에서 먹던 바게트를 그리워하던 사람들이라고.  예전에 프랑스 친구가 말하길, W마트에 가면 파리의 한 유명한 빵집과 제휴하여 모든 재료를 그대로 영국으로 공수하여 이곳에선 반죽만해서 구워 판다고 한다.  그 친구도 그 정도나 되야 먹을만하지 먹을만한 바게트가 없다고.  그렇지, 바게트는 프랑스니까. 


한 2주 전에 다녀왔다.  감기로 집에서 셋이서 뒹굴거리다 안되겠다며 뛰쳐나갔다.  그런데 셋 중 누리 상태가 정말 별로여서 30분도 못앉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큰 도로변에 있기는 하지만 그런 곳에 까페가 있으리라곤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내부의 대부분도 빵을 굽는 곳이 차지하고 있고 전면에 3개 정도 2인용 작은 테이블이, 후면에 또 3개 정도의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경계는 빵/케이크 진열대가 있었다.  우리는 조용한 후면에서 가장 큰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았다.  뒷뜰도 있었는데, 계절이 계절인지라 텅 비어있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달달구리 두 조각과 커피 두 잔.



진열대의 빵/케이크들은 시선을 잡기엔 충분했다.  뭘 먹어야할지 한참 망설였으니까.  그래서 신선한 과일맛 한 종류, 달달한 초코맛 한 종류로 골랐다.  그런데 바삭해서 부서지는 통에 이쁘게 먹어지지는 않았다.  먹기는 불편해도 맛은 있었지만, 다음엔 다른 걸로 먹어봐야지 했으니까, 결정적으로 커피가.. 글타.  뭐랄까.. 별다방에서 먹는 필터 커피맛.


영국에 파티세리 발레리라고 약간 대중화된(매장이 시내곳곳에 여럿 있다) 파티세리가 있다.  그 집 케이크들도 맛있기는 한데, 가끔은 질보다 양으로 승부한다는 생각이든다.  내 취향에는 그 파티세리 발레리보다는 이 파티세리 상떼 안나가 좀 나은 것 같다.  하지만 '커피가.. 글타' 이므로 테이크 어웨이로 종종 이용해줄 생각이다.


+


이 집에 가기 전까지 '파티세리 세인트 앤'이라고 부르며 갔다.  가서 세인트가 아니라 상떼라는 걸 알았다.  Anne은 의식하지 않으면 계속 '앤'이라고 읽힌다.  '앤'인지 '안나'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