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taste] 크레페 어페어 Crepe Affaire

토닥s 2015. 2. 17. 07:12

다시 돌아온 팬 케이크 데이(☞ 팬 케이크 데이 참고 http://todaks.com/550).  오늘 오후 마트에 갔더니 한 쪽 구석을 장식하고 있는 팬 케이크 재료들.  메이플 시럽이나 뉴텔라(초코렛 스프레드)하나 사볼까 하다가 구경만 하고 돌아왔다.   달달한 재료들 대신 내일 팬 케이크 데이 기념하여(?) 파전을 굽겠다며 파전 재료로 쓸 가느다란 파 하나 샀다.  spring onion 또는 salad onion이라고 불리는 파로 파전을 주로 구워 먹는다.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 뭣해서(핑계 김에) 오래된 크레페 까페 사진을 꺼내본다.


요기서 잠깐 - 사진을 꺼내려다보니 크레페crepe와 팬 케이크 pancake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크레페는 단맛, 팬 케이크도 단맛?  이런 화두가 던져지면 열심히 검색하는 지비에게 던져줬더니 답을 준다. 

크레페는 주로 프랑스의 아주 얇은 팬 케이크란다.  팬 케이크는 밀가루로 만든 얇은 케이크인데,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영국 지역에서 만들어졌단다.  결론적으로 팬 케이크는 원조가 프랑스고, 팬 케이크는 얇은 밀 케이크며 크레페는 '아주' 얇은 밀 케이크인 셈이다.

요즘 유행하는 크레페는 얇게 구워 안에 초코렛 크림, 과일 같은 재료들을 넣어 척척 접거나 둘둘 말아먹는 식이다.  그에 비해 영국의 팬 케이크는 손바닥만한 크기로 구워 따듯할 때 버터, 시럽을 올려 먹는 식이다.  내가 여기서 보고 이해한 바는 그렇다.  우리가 간 크레페 어페어는 크레페 까페니까 얇게 구워 안에 다양한 재료들을 넣는 스타일인데, 가서 보니 단맛의 재료들만 넣는게 아니라 savory라고 해서 짭짤한 재료들도 들어간다.  햄, 베이컨(여긴 영국이니까), 치즈 등등.  우리는 커피를 마시러 간 것이라 벨기에 초코렛과 바나나가 들어간 크레페를 두 번 먹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짭짤한 재료가 들어간 크레페를 아(침)점(심)이나 점심으로 한 번 먹어보고 싶긴하다.  아점을 먹으려면 누리가 얼마나 커야하누..


우리가 주로 장을 보러가는 마트 앞에 몇 주 뚝딱뚝딱하더니 생긴 크레페 어페어.  꼭 한 번 가보자, 가보자 했다가 까페가 오픈하자 날잡고 갔다.  까페는 열었지만 여기저기 소소한 인테리어들이 계속 진행중이었다.  그래봐야 테이블이나 벽면에 꽃이 담긴 화병/화분을 매다는 정도의 인테리어.  우리가 앉으려고 했던 자리에도 화분을 설치하느라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해서 옆 소파에 앉아 토마토를 먹으며 구경하는 누리.




원했던 자리에 착석하고서도 계속 토마토 먹기.


누리는 하루 대략 2개 정도의 토마토를 먹는다.  과일보다 좋은 게 토마토라, 달지 않으니, 많이 먹어도 괜찮다고들 하지만 누리의 경우는 대X 색깔이 약간 노르스름 붉어지는 날도 있어 조금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것도 한 때'일꺼라며 그냥 둔다.  '언제까지 토마토를 이렇게 먹겠냐'며.



기다리던 크레페와 아메리카노.  처음 먹었던 날도, 지난 토요일도 참 맛있었던 커피.  이 동네에서 3등으로 올려주기로 했다.  1등은 메종 블랑 maison blanc라는 프렌치 까페고, 2등은 르 빵 쿼티디앙 le pain quotidien이라는 역시 프렌치 까페다.  원래 3등은 라벨리 Laveli, 이건 이탈리안인듯,라는 동네 까페였는데 커피 맛이 갈 때마다 좀 들쭉날쭉.  이 참에 4등으로.



크레페 찍는데 앞에 앉아 머리를 다듬는 지비.  서운해 할까봐 같이 한 장 찍어주었다.





본격적으로 크레페.  우리가 시킨 건 벨기에 초코렛과 바나나가 들어간 '바나나 스피릿' 뭐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다.  이때 먹을 때만해도 "다음에 커피나 마시러 다시오지 크레페는 별로"라고 했는데, 지난 토요일 발렌타인 데이 핑계로 다시 가서 이 바나나 스피릿인가를 또 먹었다.




우리가 "음~", "오~"하며 크레페와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이에도 열심히 토마토만 먹는 누리.  국물(?)까지 다 마셔야 누리는 그게 끝이다.  지비는 누리가 밖에 나가서도 이렇게(국물까지) 음식을 먹을까 걱정을 한다.  내가 "왜?", "남김 없이 먹는 게 좋지!"라고 해도 "보기가 거시기 하다"는 지비.  잘 먹는 게 좋은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