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육아 158

[+2391days] 부모도 적응이 안되는 아이

어제 방학하고 첫날. 누리는 오전에 수학 숙제를 했다. 심지어 커피를 마시러 나갈 때도 그 숙제를 들고가서 까페에 앉아 했다. 절대로 시킨 건 아니다. 되려 지비랑 나는 방학 숙제는 방학 끝날 때 하는 거 아니냐며 어릴 때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이런 누리가 적응이 안된다면서. + 날씨도 쌀쌀한데 자전거까지 끌고 집을 나선 이유는 도서관에 마련된 가전제품 수거함에 한국서 사와서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미니 오디오를 버리기 위해서였다. 누리가 어릴 때 동요를 들려주기 위해서 부러 CD가 있는 미니 오디오를 사왔는데 TV와 간섭현상도 있었고 리모컨이 고장나면서 거의 쓰지 않게 됐다. 그보다 작은 DVD player를 사와서 지금 잘쓰고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읽던 책을 누리 카드로 대여하려고 하는데..

[+2373days] 갈수록 태산

어제 오후 장도 보고, 누리를 놀이터에서 놀게 해주기 위해 점심을 먹고 다 같이 집을 나섰다. 나가보니 제법 쌀쌀한 날씨. 시간을 줄이기 위해 둘을 놀이터에 내려주고 혼자 장을 보러 갔다. 장보기는 15분도 안되서 마쳤는데 계산대에서 다시 10여 분을 보냈다. 기다리면서 창 밖을 보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 마음이 급했다. 분명 햇볕이 있어서 집을 나섰건만 영국 날씨가 이렇다. 계산을 마치고 마트를 나가니 빗방울이 더 굵어져 소나기다. 나 같으면 아이를 데리고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거나 까페에 들어갔을텐데 지비는 마트로 아이를 데리고 오고 있었다. 중간에 만나 둘을 태우고나니 비가 그쳤다. 햇빛 비스무리한 빛도 보이고. 날씨가 뭐 이래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둘을 집 앞에 내려주고 차를 주차하러 집에서 ..

[+2366days] 지난 이야기 - 삼출성 중이염 수술

지난 가을에 쓰다만 포스팅이다. 어느 블로그에서 아이의 중이염에 관한 글을 보다 혹시나 누구라도 비슷한 정보를 찾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마무리해본다. 포스팅이 길고, 시간과 표현이 들쭉날쭉 하더라도 이해를-. + 작년 가을 누리가 리셉션(유치원 격)을 시작하고 거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결석을 했다. 가을 학기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학교로부터 출석률 저조에 관한 경고 편지를 받았을 정도. 감기에 이어 감기, 감기, 또 감기. 그 와중에 누리가 12월 쯤 학교에서 청력 검사를 했는데 통과하지 못했다. 감기와 그에 의한 중이염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니 3개월 뒤에 다시 청력 검사를 한다는 편지/서류를 받았다. 걱정이 되어도 어쩌지 못하며 재검사를 기다리던 2월의 어느 날 누리가 귀가 아프다고 해서 GP(보건소 ..

[+2361days] World BooK Day

오늘(3월 7일)은 책의 날 World BooK Day. 나는 이런 기념일이 정해져 있는줄 알고 찾아봤더니 World BooK Day라는 영국 자선단체가 책 읽기를 장려하기 위해 만든 날이자 이벤트다. International Women's Day처럼 세계적인 기념일도 아니다. 참고 https://www.worldbookday.com/ 자선단체에서 만든 날이지만 모르긴 몰라도 영국 전역의 학교에서 이 날을 기념(?)했을테다. 보통 책의 캐릭터로 꾸며입고 학교에 간다. 누리네 학교도 그 중 하나고, 그래서 오늘 누리는 겨울왕국 엘사옷을 입고 학교에 갔다. 2~3주 전 이 World Book Day 일정을 확인하고 어떤 책의 캐릭터로 꾸밀 것인지(사 입을 것인지) 물어봤다. 나는 빨간 모자 아이나 엘리스 같..

[+2354days] 학부모면담 Parent's evening

오늘 누리 학교 마치고 학부모면담을 갔다. 여기서는 주로 방과 후에 진행하고 Parent's evening이라고 한다. 학교에 따라 다른지 모르겠지만, 별반 다르지 않을꺼라 생각하지만, 누리네 학교는 학년 중 두 번의 학부모면담을 진행한다. 가을학기 중간 방학이 끝나고, 봄학기 중간 방학이 끝나고 그렇게 두 번 진행한다. 유치원격인 리센셥에서의 두 번의 면담과 1학년에서의 두 번의 면담을 되짚어보면 학년 중 첫번째 면담은 새학년 적응과 아이의 (학습과 발달)상태를 들을 수 있었고, 두번째 면담은 첫번째 면담 뒤 성취/발전을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누리의 학교 입학을 앞두고 지인이 그런 조언을 해줬다. 학부모면담에 가면 좋은 이야기만 하니 그런데 녹지말고(?) 질문을 많이 준비해가라고. 그때는 그야말로..

[+2352days] 하프텀 그리고 취학면제신청

자세히 쓰면 영국에서의 하프텀과 한국에서의 취학면제신청이다. + 지난 주 누리는 하프텀을 맞아 한 주 쉬었다. 한국으로치면 중간방학인데, 영국은 가을학기 / 봄학기 / 여름학기 3학기 시스템이라 중간방학도 3번이다. 아이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시스템인데, 학기가 시작하고 6주가 지나면 아이들이 지쳐보인다, 부모들로써는 쉽지 않은 시스템이다. 일하는 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처럼 부모 한쪽이 일을 하지 않아도 매번 하프텀을 기획(?)하는 건 어렵다. 언제나처럼 긴축재정인 우리는 올해 하프텀 기간에는 특별한 여행을 계획하지 않았다. 그래도 집에만 있기는 미안해서 지난 가을학기 중간방학도, 이번 봄학기 중간방학도 1박 2일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이번에는 내 감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휴가 낙으로 ..

[drawing] Feel the music

2019년 2월 5일 / 학교 / Feel the music 어제 누리가 학교에서 그려온 그림. 수업시간에 그린 것인지 자유시간에 그린 것인지는 모르겠다. 전날 무서운 꿈에서 깨어 울었는데 좋은 꿈 꾸는 걸 그린 그림이냐고 물었다. 누리 대답이, 음악을 들을 때란다. 심장이 뛰고 사랑이 느껴진단다. 대답을 듣고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 누리가 지난 주 학교에서 영화 Sing을 몇 번에 나누어 봤단다. 토요일 오후 주말학교를 마치고 인근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주말까지 학교라는 곳에 가야하는 아이가 안쓰러워서 네가 하고 싶은 거 없냐고 물었더니 영화 Sing을 보고 싶다고. 찾아보니 이러저러한 영화라서 지비가 어둠의 경로를 통해(미안합니다 ㅠㅠ ) 찾아서 함께 봤다. 토요일에도 보고, 일..

[drawing] Everyone is a Londoner.

지난 가을학기 11월쯤 Everyone is a Londoner라는 이름으로 누리 학교에 여러가지 이벤트가 있었다. 런던을 상징하는 것들로 꾸민 옷입기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런던에서 다양성을 존중하기, 차별에 반대하기 등등. 그리고 학년 가을학기 학습 테마 Theme는 영국 왕실 Monarchy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때 학교에서 그린 그림들. 2018년 11월 / 1학년 / London & Monarchy 이 즈음 누리는 한참 영국 여왕의 나이가 몇 살인지, 집이 몇 군데 있는지 그런 걸 이야기했다. 우리는 집? 버킹엄이랑 윈저 두 군데 아닌가 했는데 누리가 네 군데라고 해서 찾아보니 그랬다.(Buckingham Palace, Windsor Castle, Balmoral Castle, Sandrin..

[+2246days] 앞니 빠진 개우지

별 일 없는 일요일, 우리는 볼링장에 갔다 까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보냈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를 닦으러 욕실로 간 누리. 누리 방에 누워서 병아리 눈물만큼 운동을 하고 있는데, 지비가 와보라고 소리쳐서 가보니 누리의 앞니 하나가 대롱대롱. 몇 주 동안 흔들리던 이였는데 마침내 이를 닦다 빠진 모양이다. 완전히 빠진 것은 아니라서 내가 누리를 안고, 지비가 뽑아냈다. 보기보다 비위가 약해서 나는 이런 일은 잘 못한다. 그렇지 않아도 몇 주간 고민이었다. 이가 빠지면 치과를 가야하는지, 이가 너무 늦게 올라오면 치과를 가야하는지. 지비쪽 가족들을 보면 누리는 치아교정을 피하기 어려워보여서 걱정이었다. 이가 빠진 지금도 누리는 이와 이 사이에 빈틈이 없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

[craft] Autumn Lady

2018년 11월 3일 / 폴란드주말학교 / Autumn Lady 누리를 만든거냐 물었더니 "autumn lady"란다. 굳이 한국어로 옮겨 "가을 여자"라고 쓰니 너무 오래된 느낌이라 그대로 남겨둔다. 나도 한때는 '가을'을 알았는데…. + 1학년이 되고서 학업량이 늘어나 창작열을 쏟을 시간이 없는 탓인지 집으로 들고 오는 창작물의 양이 확 줄었다. 정리 안되는 집을 보면 다행인 것도 같고, 누리 개인으로는 안된일인 것도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