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육아 158

[+1820days]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2년 전에 한국에서 보낸 누리 생일 일주일 전 전야제 사진이다. 페이스북은 잊지는 않았지만 매순간 기억하지는 않는 과거를 상기시켜준다. '몇 년 전'이라는 타이틀로. 주로 반응이 많았던 글들만 보여주고, 과거 포스팅들은 페이스북 임의대로 삭제 / 저장된다. 페이스북엔 메모만 남겼다가 블로그로 옮겨야지 했던 글들이 숱하게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페이스북은 과거를 상기시키준다는 장점 외에도 더 이상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기억의 조각들을 블로그로 퍼올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준다. 이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모든 걸 다 퍼올리지는 못해도 여행은 꼭 담아보자는 것이 실천되지 않는 계획이라면 계획이다. 그 밖에도 매년 사용하지 않지만 글들이 저장되어 있어 없애지도 못하는 오래된 홈페이지까지 있다...

[+1819days] 마미 말, 대디 말, 그리고…

지난 8월 가족들과 폴란드에 갔을 때 공항에 도착해서 가방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누리와 화장실에 갔다. 손을 씻던 누리가 "어?"하고 화들짝 놀랐다. 마침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는데 "대디 말"이라며. 누리가 보통 밖에서 듣는 말이래야 영어인데, 그날은 폴란드어였으니 누리에겐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마미 말도 할 수 있고, 대디 말도 할 수 있고, 리X코 말도 할 수 있어", "누리는 세 개 할 수 있는데, 이모는 하나 할 수 있어"라고 덧붙였다. 어린이집 일본인 친구 리X코가 영어를 하니 영어가 리X코 말이라고 생각했다. '리X코 말'을 뭐라고 교정해주면 좋을까 생각하다 '영어'가 아닌 'English'라고 알려줬다. 뒤에 다시 언어를 말할 일이 있었는데 아직 쉽게 'English'라..

[+1815days] 학교에 갑니다.

오늘부터 누리는 학교에 간다. 갔다. 1학년은 아니지만 학교에 있는 리셉셥reception/프리스쿨pre-school이기 때문에 학교는 학교다. 한국식으로 풀자면 학교 병설 유치원이다. 특별한 변화가 없으면 내년 9월 이 학교에 1학년으로 그대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지난 겨울 학교 신청, 올해 4월 결과 통보, 몇 차례 학교 방문, 어제 있었던 신입생 가정방문까지 거쳐오며 오늘을 기다렸다. 학교 신청 9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영국의 입학신청은 보통 그해 1월 초에 마감한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고,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사회화되어 가는 시기라서 모두들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겪어보니 공립의 경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전 국가적인 시스템에 우리가 선호하는 (런던의 경우) 6학교까지 이름을 올릴..

[+1764days] 수두 발병

어쩐지 이상하더라. 오늘 오후 커피 마시러 나가서도 좋아하는 자두 타르트를 시켜놓고 절반도 못먹던 누리. 애가 뜨끈뜨끈 해서 날씨가 더워 그런가 했다. 그런데도 춥다고 해서 에어컨 아래라서 그런가 했다.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히려고 보니 옆구리에 물집 잡힌 붉은 점이 딱! 자세히 찾아보니 머리카락과 얼굴의 경계에도 물집 잡힌 붉은 점. 후다닥 두 아이 엄마 J님께 보여드리니 수두 맞는 것 같단다.ㅠㅠ 지난 주 어린이집 파티에 수두 자국 그대로 온 아이 얼굴을 떠올려 봐야 늦었다. 그보다 어제 오늘 누리가 옮겼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미안함과 걱정이 가득. 누리가 어울리는 아이들 엄마 셋에게 연락해두었다, 예의주시하라고. 다행히 그 중 한 명은 몇 주 전에 수두를 치렀다. 덕분에 내일 어린이집까지 빼먹고 ..

[+1740days] 남편은 모른다.

지난 토요일 나는 시내에 볼 일을 보러가고, 지비는 누리를 폴란드 스카우트에 데려갔다. 데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입구에서 가지 않겠다고 울고불고 하는 바람에 근처 공원에서 둘이 시간을 보냈다. 지비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알지만, 누리를 설득하거나 달래거나 타협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사실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누리의 폴란드어와 그와 관련된 활동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곧 방학에 들어가 두 달간 공백이 있기 때문에 방학 전에 바짝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방학 이후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 개인적으론 지비가 지난 주 자기의 점심과 휴식을 포기하고 누리 곁에 길게 머물러줬더라면 누리도 있겠다고 ..

[+1738days] 또, 또, 또

또, 또, 또1 누리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성장/생애를 담은 시트를 만들어 달란다, 환경미화용(?)으로. 이 시트는 작년에도 했던 것인데 만들려고 사진까지 인화해놓고 만들어보내지 않았다. 지비는 우리의 소중한 사진이(!) 나중에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게 싫다고 했다. 그런데 일년을 경험해보니 대개 이런 것들은 모았다가 돌려준다. 그래서 이번엔 작년에 인화해둔 사진들로 만들어보냈다. 다른 엄마들은 사진 인화해서 그냥 붙여보내기만 했는데 또, 또, 또 자 꺼내 들고 칼 꺼내 들고 나름대로 짧은 일대기/연대기를 만들었다. 이런 거 잘해가면 민폐인데 줄 맞추기가 특기이자 천성이라서 어쩔 수 없다. 또, 또, 또2 며칠 전부터 누리 물병을 하나 사려고 온라인몰을 보고 있다. 가격은 거기서 거기인데, 원하는 500m..

[etc.] 런던 키즈 위크

다른 블로그랑 달리 도움될 정보가 없는 블로그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올려보는 런던 키즈 위크 Kids week. http://www.kidsweek.co.uk 작년에 알게 된 두 아이 맘 J님이 알려주셔서 알게 됐다. 런던에 살아도 뮤지컬을 본적이 없다. 처음엔 봐도 못알아들을꺼란 (소심한) 마음에 도전해보지 않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시간도 돈도 허락하지 않아 시도해보지 않았다. 누리가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고 '방학'이라는 걸 주기적으로 맞게 되면서 '이번 방학에는 뭘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30분짜리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반년 간 어둠 속에 견디는 훈련(?)을 거친 다음 누리와 한 시간짜리 공연은 어느 정도 볼 수 있게 됐다. 자주는 아니라도 기회가 될때마다 공연을 ..

[+1723days] 아빠 취향 저격

가끔 보는 '취향 저격'이라는 표현. 취향에 딱 맞았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요즘 누리와 지비가 열심히인 레고카드. 그야말로 취향 저격이다. 어떻게 보면 지비가 더 열심히 하고 있다. S마트에서 쇼핑을 하면 10파운드당 레고카드 1팩을 준다. 카드 1팩엔 4장의 카드가 있고, 카드의 종류는 140가지라고 한다. 물론 카드를 고를 수 없다. 그래서 여러 장인 카드도 많다. 쇼핑을 하면 카드는 무료로 주지만, 카드를 수집하는 책은 2파운드를 주고 사야한다. 쇼핑할 때마다 한 두 장씩 모인 카드가 제법 많아지자 "이걸로 뭐하지?" 지비가 그러길래 카드를 수집하는 책이 있다고, 사야한다고 그러니까 당장 사자는 지비. 그날로 시작되었다, 이 (약간 심하다 싶은) 레고카드 수집이. 책을 처음 사서 그 동안 수집한 카..

[+1652days] 놀이터 생활

아직도 옷은 겨울옷을 입어야 할만큼 쌀쌀한데 햇살도 달라졌고, 낮의 길이도 달라졌다. 본격적으로 놀이터 생활이 시작되는 시기. 누리는 어린이집을 마치고도 공원에서 친구들과 놀고 싶어하고,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꼭 놀이터에 가고 싶어한다. 이런저런 핑계로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가능한 집에 빨리 들어오고 싶고. 집에 들어오는 길은, 놀이터에 갔다가도, 두 번에 한 번은 누리의 눈물바람. 놀이터에 못간 날은 못가서 울고, 놀이터에 간 날은 더 놀고 싶어 울고, 원하는 만큼 논 날은 피곤해서 울고. 놀이터에 가는 길은 표정부터가 다르다. 밤에 잠들기 위해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쓰는 순간의 내 표정과 같을까. 바람이 많이 불어 놀이터에서 놀기 어려운 날은 놀이터 옆 공원에서 연을 날렸다. 어찌나 바람이..

[+1648days] 오글오글 댄스타임

한국 갈 날만 손꼽고 있는 누리가 요즘 가장 즐겨하는 것은 댄스. 믿기 않지만 사실이다. 지비나 나나 댄스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아이들이라면 막춤(?)일꺼라 생각하지만 나름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 서커스일 때도 있고, 볼륨댄스일 때도 있고, 요가일 때도 발레일 때도 있다. 일년 여 하고 있는 드라마 댄스라는 수업과 이번 학기에 시작한 발레가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누리는 즐기는데 보는 우리가 오글오글 - 부끄럽다. 하지만 겉으로는 부모된 도리로 "잘한다 잘한다"해야지 어쩌겠는가. + 그 와중에 생일을 맞으신 지비님. 생일보다 중요한 건 케이크. 형편상(ㅠㅠ ) 각자가 좋아할만한 조각 케이크 3조각으로 준비했다. 선물은 지비님이 평소에 잡수시는 물에 타먹는 비타민과 꽃(?). +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