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육아 166

[life] 휴대전화 사태

앞서 올린 글은 '크리스마스 카드 사태', 지금 글은 '휴대전화 사태'라고 쓰려다 '무슨 사태까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접었다. 그런데 그건 내 입장이고, 아이에겐 '사태'고 '재난'이었을테다. 영국의 초등학교 아이들은 휴대전화가 없다. 있다고 한들 부모가 쓰던 휴대전화를 물려받아 집에서, wifi가 있는 곳에서 쓰는 정도지 심카드까지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잘 없다. 아이들이 혼자서 등교가 가능해지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일터로 돌아가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에 그 즈음 아이들이 휴대전화+심카드를 가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각자의 가정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없다. 그런 아이들이 휴대전화+심카드를 가지게 되는 때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서다. 중등학교에 진학하면 대부분 초등학교보다는 먼 거리로 통학을..

[life] 버스타고 동네 한 바퀴

아이는 가을 중간 방학을 맞아 지비와 함께 폴란드에 다녀왔다. 아이와 지비가 없는 5박 6일 동안 집콕하며 뒹굴할꺼란 결심과 달리 아이와 지비가 떠난 날부터 시내로 나가 사람도 만나고, 다음날도 시내로 나가 모임에도 참석하고, 그리고 돌아와 늦은 시간까지(저녁 6-7시) 지인과 밀린 이야기도 나누었다.아이와 지비는 첫날 폴란드에서 환승 비행기를 놓쳐 바르샤바에서 하루를 묵어야 했던 것을 빼고는 잘 도착해서 가족들도 만나고, 새로 생긴 볼거리들을 찾아다니며 잘 보냈다. 그런데 나는 감기인지 독감인지에 걸려 일주일 내내 고생했다. 아이가 돌아오기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비드 검사까지 해봤다. 다행히 코비드는 아니었다(고 믿는다).원래도 집콕할 생각이었지만, 주말에 외출했던 것을 제외하곤 마트에 우유 한 번..

[life] 열한살

아이가 열한살이 되었다. 하.. 한 동안 나를 부담+걱정스럽게 만들었던 아이의 생일과 생일 파티. 잘 보냈다. 이 일도 일주일 전이지만 지금에야 기록삼아 올려둔다. 초등학교에서 마지막 생일이라 앞으론 아이답게 즐길 생일 파티는 없을 것 같아서, 다른 아이들처럼 스포츠센터에서 운영하는 세션+생일파티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런데 아이는 친한 친구들과 집에서 보내고 싶다고. 지비는 집 좁다고 질색 했다. 나 역시 돈은 들지만 전문가의 손에 맡기는 게 낫다고(편하다고) 생각해서 스포츠센터쪽으로 아이를 설득중이었다. 그러다 예약할 시기 다 놓쳐버리고, 별로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은 아이가 원하는대로 집에 친한 친구들 셋을 불러 생일 파티를 겸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 아..

[life] 이제 겨우 봄

별로 궁금하지 않을 근황 - 3월 말부터 3주간 한국에 다녀왔다. 가기 전에는 가느라 정신없이 바빴고, 다녀와서는 3주간 자리를 비운탓에 또 정신없이 바빴다. 물론 한국가서는 한국이니까 매일매일이 바쁘고. 정말 바쁘다 바빠 1번 잡고 2번 삐약🐣의 연속이었다. 한국에 가서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공차) 딸기음료를 먹고, 있는 동안도 내내 딸기를 간식으로 먹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여름이 아닌 봄에 한국에 가서 한국의 봄을 맛보고 왔다. 여름, 한국에 가면 더위를 피해 급하게 에어컨과 에어컨 사이를 메뚜기처럼 뛰어다니기 바쁜데 정말로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맘껏 마시고 왔다. 이번 봄 한국행은 엄마의 80세를 기념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를 위한 여행도, 여행을 대신한 다른 여행도 ..

[+3826days] 이제는 쿨하고 싶은 아이

아이가 보는 어린이채널 뉴스 프로그램에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관련 이슈가 나올 때 아이가 물었다. - 아이: Men's day는 없어? - 나: 없지. 아침을 준비하느라 바쁜 때라 이야기를 이어갈까 말까 고민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 자리에 앉으면서 말을 이었다. - 나: 왜 Men's day는 없을까? - 아이: Men are respected(남성들은 존경/대우를 받으니까). - 나: 그렇다기 보다는 여성들이 discriminated. 아이는 '대우' '차별' 같은 한국어는 어려워하니까 이 부분은 영어로 답했다. 그런 날이 올런지는 모르지만 여성이 차별 받지 않는 날이 와도 차별 받은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이 날을 기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는데 아직은 좀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3706days] 가난한 사람, 돈이 많은 사람 그리고 유명한 사람

며칠 전 아이 학교에 프리스타일 풋볼러(축구로 묘기를 부리는 사람)이 방문해서 아이들과 학년별로 돌아가면서 시간을 가졌다. 프리스타일 축구 묘기로 기네스 기록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학교에서는 그 사람의 기록이 올라있는 해당년도 기네스북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들고와서 사인을 받으라고 안내해줬다. “학교에 유명한 사람이 온다는데?”하고 처음 말했을 땐 “꺅!”하던 아이가 “프리스타일 풋볼러라는데?”덧붙였을 땐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학교를 마치고 온 아이에게 어땠나고 물었더니 “너무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 워크샵이 있고서 다음날 아침 아이가 물었다. “나는 유명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뭘로 유명해질 수 있을까?”.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유명한 사람이 되면 나중에 가난..

[+3701days] 내 아이의 법정보호인

지난 글에서 썼던 것처럼 지난 주말은 런던 동남쪽에 사는 친구네에 1박(슬립오버 sleepover)를 갔다. 두 집 사이 거리가 제법 멀다보니 마음 편하게 먹고 마시며, 아이들도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기위해 여름이 끝날무렵 해둔 약속이었다. 친구네가 산책+점심해결을 위해 친구네에서 멀지 않은 그리니치 공원에서 먼저 만나자고 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손님이나 와야 가는 곳이고, 그나마도 누리가 2살 때쯤 간 것이 마지막인 것 같은 그리니치 천문대가 있는 곳이다. 한국어로는 그리니치, 영어로는 Greenwich. 친구들을 만나 그리니치 마켓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각자의 취향대로 브리또, 잡채밥, 바오번을 사서 템즈강변 커티삭 근처로 이동했다. 나는 한국치킨 바오번을 골랐다. 어른들이 바베큐를 준비하는 동안..

[life] 아이가 돌아왔다.

3년 반만에 폴란드에 가족을 만나러 간 아이와 지비가 돌아왔다. 폴란드 떠나기 전날엔 “안가면 안되냐고” 울더니만 돌아와서는 “또 가면 안되냐고”운다. 어쨌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는 말. 아이는 돌아와서 한 살 차이나는 사촌과 지비의 휴대전화로 채팅을 한다. 폴란드어로 채팅을 하려니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쓰기 위해 시간을 써야 한다. 아이의 폴란드어에 도움이 되려나. + 아이가 없는 동안 마음 먹고 하려고 했던 일들, 절반도 못했다. 집콕만 하려던 계획과는 달리 하루는 나가 지인과 이야기도 나누고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었다. 그래도 그 시간 이외는 집콕+냉파. 과일+우유+빵 같은 식품 소비가 많기 때문에 이틀에 한 번 장을 본다. 그런데 아이가 없는 동안 5일 동안은 한 번도 장을 보지 않았다. ..

[+3686days] 라푼젤과 백설공주 사이

어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지난 한 달 동안 아이의 중등학교 진학 때문에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학교 뷰잉을 간 것은 세 번 뿐이라 물리적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기보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 속과 마음 속이 바쁜 시간이었다. 그렇게 보낸 한 달 후, 우리는 (적어도 나는) 작은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구나. ‘지금’하는 대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 ‘최선’이구나. + 영국의 학기는 9월에 시작하는데, 7학년부터 11학년까지 있는 중등학교는 6학년 9월에서 10월 사이에 지원한다. 6학교를 지원하면 3월 말, 부활절 방학 전에 그 결과가 나온다. 아이는 지금 5학년이니 아직 1년이 남았지만 내년에 학교 뷰잉을 하는데 빠듯함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5..

[life] 4일 동안 자유부인

지난 주말 꼬박 한 달 만에 블로그에 근황을 써보려고 티스토리를 열었는데 접속이 되지 않았다. 듣자하니 카카오/티스토리 데이터센터 화재로 접속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 덕분에 한 달을 훌쩍 넘긴 포스팅. 아이의 생일 이후로 참여하고 있는 모임에서 온라인 행사가 있었고, 내년에 지원할 아이의 중등학교 뷰잉 등으로 바쁘게 지냈다. 이 이야기는 내일 다시. 내일 어떻게? 아무 일정 없이 집콕하며 지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이와 지비가 3년 반 만에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폴란드에 갔다. 나는? 일과 비용절감을 이유로 잔류하기로 정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혼자서 여러 번 생각해봤다. 넷플릭스에 한 달만 가입하여 드라마 ‘우영우’를 모두 다 볼까, 지인과 외식을 할까 생각하다 집콕하며 밀린 과제를 하기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