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2년

[life] 4일 동안 자유부인

토닥s 2022. 10. 22. 03:40

지난 주말 꼬박 한 달 만에 블로그에 근황을 써보려고 티스토리를 열었는데 접속이 되지 않았다. 듣자하니 카카오/티스토리 데이터센터 화재로 접속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 덕분에 한 달을 훌쩍 넘긴 포스팅. 아이의 생일 이후로 참여하고 있는 모임에서 온라인 행사가 있었고, 내년에 지원할 아이의 중등학교 뷰잉 등으로 바쁘게 지냈다. 이 이야기는 내일 다시. 내일 어떻게? 아무 일정 없이 집콕하며 지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이와 지비가 3년 반 만에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폴란드에 갔다. 나는? 일과 비용절감을 이유로 잔류하기로 정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혼자서 여러 번 생각해봤다. 넷플릭스에 한 달만 가입하여 드라마 ‘우영우’를 모두 다 볼까, 지인과 외식을 할까 생각하다 집콕하며 밀린 과제를 하기로 정했다. 날씨가 좋으면 나가서 산책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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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폴란드행으로 즐거워하던 아이는 전날 밤부터 울기 시작했다. 가지 않으면 안되냐고. 아이는 가고 싶은 마음과 나를 두고 떠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아이와 나와의 관계는 특별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관계가 없겠지만, 이 부분은 그냥 ‘엄마 껌딱지’라고 꼬리표를 달기엔 부족함이 있다. 언젠가 이 부분도 한 번 써보고 싶다.
공항 주차요금을 아끼려고 drop off에서 아이와 지비만 내려주고 돌아올까 생각도 했지만, 아이의 마음 상태를 생각하면 그렇게 급하게 내려주고 뒤돌아서면 안될 것 같아서 주차를 하고 배웅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도 아이는 눈물 콧물 흘리며 출국장 보안구역으로 들어갔지만.
내가 운전하고 돌아오는 동안 아이와 지비는 아침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마침 출근 시간이라, 공항으로 갈땐 25분이 걸렸는데 집으로 돌아올땐 1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다. 겨우 집에 돌아와 비행기 이륙전에 영상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신 없이 오전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아이와 지비가 독일에 도착해 영상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지비의 고향은 독일과 맞닿은 폴란드 지역이라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독일 베를린으로 가는 항공편이 더 많다. 그래서 베를린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갔다. 그리고 마침내 형네 도착.

눈물 콧물 흘리며 가더니만 가서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잠들기 전에 피곤해서 다시 눈물 콧물 흘리며 전화가 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지비와 여행을 보낼 수 있게 키운 것만으로도 ‘많이’ 키웠다는 생각이 든다. ‘다’ 키운 것은 아니고. 하긴 나이 사십대 중반인 나를 두고도 우리 엄마는 걱정을 하실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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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지비가 폴란드에 가면 뭘 할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뭘 할지는 모르지만, 요리는 하지 않을꺼다”라고 말했더니 거의 모든 엄마들이 “푸하하..”. 엄마들 마음이 그렇다.
있는 음식 꺼내 먹기만 하려고 했는데, 뭘 만들어 먹기는 했다. 점심은 만두국, 저녁은 군만두. 일명 ‘냉파’ - 냉장고 파먹기.

아침 - 아메리카노

점심 - 디카프 아메리카노

저녁 - 알콜프리 기네스

일관되게 검은 음료. 하루 종일 같은 자리에 앉아서 많은 일을 했다. 몸은 피곤해도 보람찬 하루(?)를 마무리하고 휴대전화를 열어보니 5년 전 오늘도 아이와 지비는 폴란드에 갔다. 물론 그때는 나도 동행. 아이가 학교 리셉션을 시작하고 처음 맞이한 중간방학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니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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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건 놀라운 거고 나는 4일 동안 뭘 하지?


아, 과제하기로 했지. Feat.냉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