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2년

[life] 여왕의 시대

토닥s 2022. 9. 10. 06:06

이미 뉴스로 들은 소식이겠지만 어제 영국 여왕이 서거하였다.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이 학부모 채팅창에 메시지가 연이어 뜨길래 열어보니 서거 소식이 올라 있었다. 물론 그 뉴스를 처음 공유한 사람은 흔히 말해 영국의 왕실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영국엔 그런 사람들도 제법된다. 그 사람은 소식 차원에서 올렸고, 그 소식에 사람들은 조의를 표하는 정도. 아이들과 이 사실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라는 몇 마디의 말이 오가는 중에 내가 팔로우 하고 있는 CBBC(BBC의 어린이 채널)에서 아이들과 죽음에 관해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하는 글이 재빨리 올라왔기에 나도 정보차원에서 공유하였다.

☞ https://www.bbc.co.uk/tiny-happy-people/talking-to-child-about-death/zmh88hv

How to talk to your young child about death, loss and grief

Death is a topic that we sometimes struggle to talk about as adults, so how are we meant to approach it with young children? We chatted to Nicola Creaser from Child Bereavement UK to get her tips on where to start this difficult conversation.

www.bbc.co.uk

이런 굵직한 뉴스가 있으면 소셜미디어에 오른 뉴스로만 손길과 눈길을 가는 건 막을 수가 없다. 영국의 거의 모든 기관과 기업들이 여왕 서거에 조의를 표하는 메시지를 자신들의 사이트에,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같은 맥락에서 여왕 서거 다음일은 오늘 큐가든을 닫는다는 메일을 받았다. 70년대 한국 사람들이 아빠 박통의 죽음을 맞이했던 것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이상인 것 같다. 여왕의 재위 기간이 올해로 70년 이었으니 영국인구 중 70세 미만은 태어날 때부터 여왕이 존재했던 것이다.


오늘 하루 종일 뉴스에는 여왕의 삶과 이후 일정 - 장례절차와 찰스 3세가 왕이 되는 절차에 대한 뉴스로 넘쳐났다. 나 또한 영국 왕실 유지에 많은 세금을 쓰는데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거기에 별로 말을 더하지는 않았다. 비록 영국이 청산해야 할, 보상해야 할 역사는 차고도 넘치지만 한국의 독재자들과 그 무리들에 비하면 여왕과 일가는 양반이다. 그것이 가식인지는 모르지만, 집권자로써 모범이 되고자 솔선수범한 편이다. 그런 죽음 앞에 영국 왕실 유지에 반대한다고 하여도 조롱 섞인 지인들의 글을 보는 게 좀 불편했다는 게 솔직한 마음. 차라리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

새로운 왕이 된 찰스 3세. 국민담화(?) 끝에 '달링 마마'로 시작하며 덧붙인 짧은 헌사는 참 영국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아주 슬프고, 아주 화나고, 아주 억울한 순간에도 위트를 섞는 영국 사람들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슬프고, 화나고, 억울한 사람에게 더 공감하게 한다.

☞ https://www.bbc.co.uk/news/live/uk-62842089

King Charles speech: King Charles III pays tribute to his 'darling mama' in first address - BBC News

The new King renews his mother's "lifelong promise of service" to the nation in a televised address from Buckingham Palace.

www.bbc.co.uk


+

여러가지 생각이 오가는 가운데.. 우리에게 불똥이 튀었다. 아이의 열번 째 생일파티로 정해진 다음주 일요일이 여왕의 공식적인 장례식이 될 가능성이 50%다. 다만, 이전의 관례로 봤을 때 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공식적인 장례일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이의 생일파티 공간은 큐가든과 달리 상업시설이니 운영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런 날 모여서 노는 걸 부모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겠다 싶다. 생일 파티를 주최하는 우리도 부담이다. 그래서 온다고 확답한 친구들이 오지 않게 되도 그냥 그렇게 이해하는 것으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상황을 울지 않고 이해하는 것만 봐도 많이 컸다 싶다.

+

어쨌든 이렇게 여왕의 시대가 가고 왕의 시대가 왔다. 우표도 바뀌고, 화폐도 바뀐다고 한다. 그런 한 시대의 변화를 목격하는 것도 참 색다른 경험이 되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