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생활 227

[life] 십년 전의 MP3를 꺼내어

일주일에 한 번 누리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30분 거리를 걸어서 교육을 받으러 간다(돌아오는 길은 지쳐서 버스를 타고 온다). 올해가 3년차. 몇주 전 문득 오고 가는 길에 음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떠나오기 전 거의 마지막으로 했던 프로젝트에서 청각장애에 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나는 이어폰을 끊었다. 초등학교시절 마이마이에서 시작해 한 번도 내 귀를 떠난 적 없었던 이어폰을. 더 오래 내 귀로 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영국에 살면서도 필요에 따라서 이어폰을 쓰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계속해서 음악을 듣는 일은 없었다. 사실 영국에서 음악 자체를 들을 일이 없다. 하여간-.지난 주 휴대전화에 BBC 다큐멘터리를 들으려고 바쁜 아침 시간에 급하게 다운을 받아 ..

[life] 우리끼리 설맞이 - 폴란드 만두 uszka 만들기

우리끼리 음력 설맞이로 여기저기 폴란드 만두를 만들겠다고 소문을 냈다. 며칠 동안 검색을 해보니 보기엔 간단해보여서 도전해봤다. 한국 만두는 속재료에 많은 노력을 쏟아야하지만, 폴란드 만두는 (보기에는) 간단하다. 감자 으깨서 코티지 치즈를 넣거나 버섯과 양파를 버터에 볶아서 갈아준다. 시중에는 버섯과 양배추 절임을 넣은 만두도 있고, 고기를 넣은 만두, 코티지 치즈와 블루베리를 넣은 만두도 있다. 그 중에서 우리는 감자 & 코티지 치즈와 버섯 & 양파 버전을 만들어봤다. 저녁으로 먹기 위해 점심을 먹은 후 바로 시작해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오전에는 피자를 만들어 먹었다. 피자 반죽을 만들어놓고 발효시키는 동안 나가서 장을 보기도 하고, 만두피 반죽을 만들어놓고 숙성시키는 동안 누리는 학교 숙제를 하기..

[life] 음력설맞이

한국의 연휴면 블로그도 조용하고, 페이스북도 조용하다. 한국의 명절을 외국에서 맞아서 쓸쓸한 건 없는데, 소셜 미디어가 조용한 건 쓸쓸한 느낌(적 느낌). 한국서 지인들이 여기서 설을 어떻게 보내냐고 물어온다. 지비는 음력설을 맞아 축제가 열리는 차이나타운에 가보고 싶어했지만, 지난 주 누리가 된통 아파서 지금도 겨우 학교 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실정이라 조용히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어서 만두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2019/02/22 - [런던일기/2019년] - [etc.] 차이나타운 음력설 축제 어릴 때 큰엄마는 우리가 겨울 방학을 맞아 큰집에 가면 새해 무렵 늘 만두를 빚곤 했다. 우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큰 아버지가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새해맞이 기념이었다. 그런데..

[+2681days] 12월의 어느 날

지난 12월에 다녀온 켄징턴 팔래스. 친구 커플이 초대해줘서 함께 다녀왔다. 친구의 회사에서 사원복지로 이런저런 관광지 입장이 가능해서 초대해주었다. 그 집 아이와 누리는 만으로 2살 정도 차이가 나지만, 그 집 아이는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누리는 나이에 비해 어리니(덩치만 크다) 둘이 잘 노는 편. 두 집이 모이면 그 집도 우리도 아이와 놀아줄 의무에서 해방되니 기회만되면 만나게 된다. 가까이 살면 더 없이 좋을텐데, 우리는 런던 서쪽 그 집은 런던 동쪽. 잘 맞아도 자주 만나기는 어렵다. 우리가 켄징턴 팔래스를 찾은 이유는 빅토리안 시대의 크리스마스를 재현한 전시 때문이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포함한 크리스마스 문화는 독일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우리도 몰랐던 사실. 듣자하니 요즘 독일은 학교에서 크..

[life] 잠시 멈춤

아파서 연이틀 학교를 쉬는 누리 덕에 잠시 멈추어 쉬어가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도 지난 수요일 중요한 일정이 있었는데, 덕분에 한 달여 잠을 자지 못했다(준비하느라 잠을 자지 못한게 아니라 걱정하느라 잠을 못잤다), 누리는 목요일부터 결석 중.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정하고, 학교에 전화하고 그 어느때보다 천천히 아침을 먹었다. 입맛이 없어서 라떼를 밥 삼아 먹었다. 꼭꼭 씹어 먹는 기분으로 마신 라떼 덕분에, 지비가 찾은 EBS kids 링크 덕분에 누리가 아파도 수월하게 보냈다. 하루 종일 TV를 보기는 했지만, 사이사이 학교에서 내준 책도 읽었고, 폴란드 주말학교 숙제도 했다. + 낮에 멀쩡해서 오늘(금요일)학교를 갈 수 있겠지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열 때문에 누리가 잘 잠들지 못했다 ..

[life] 과학박물관 - 원더랩 Wonderlab

개학 이틀째. 만나는 사람마다 크리스마스 방학 어떻게 보냈냐고 묻는다. 공원-극장-박물관 반복하며 보냈다니 "좋네"하는 반응이다. 그렇게 묻는 대부분은 시댁 또는 친정에서 먹고 걷고(산책)하며 지루하게 또는 편하게 보냈다고. 나 역시 '좋네"하는 반응. 우리만 그렇지, 다들 국제결혼 커플이라도 한쪽은 영국인이거나, 영국인이 아니라도 가족이 있는 경우라서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그래서 다른 방학들과 달리 딱히 누리의 학교 친구들과 연락을 해서 만나야겠다는 생각도 안해봤다. 우리는 그저 셋이서 자력갱생 크리스마스 방학을 보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공원-극장-박물관-집에서 뒹굴을 반복하면서. 오늘은 그 중에 한 곳 - 과학박물관에 있는 원더랩 Wonderlab. 이 원더랩은 누리가 3~4살 때 생..

[+2667days] 뒤늦은 바람

드디어 2주 반의 크리스마스 방학이 끝나고 오늘 개학을 한 누리. 나도 지비도 각자의 바쁜 일상으로 복귀한 날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방학을 마무리하며, 뭐가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어젯밤 물었다. 누리가 첫번째로 꼽은 것이 아이스 스케이트였다. ☞2019/12/07 - [분류 전체보기] - [life] 안녕, 겨울 12월 초에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타본 누리. 지비와 나도 처음 타본 스케이트. 나야 운동과 먼 사람이니 좋을리 없지만, 누리가 너무 재미있어해서 크리스마스 방학 동안 아이스 링크를 찾아 두 번 더 갔다. 집에서 꽤나 먼 거리였지만, 차로 35~40분쯤, 시설과 비용이 괜찮아서 두 번 같은 곳을 찾았다. 일전에 지인이 가자고 했을땐 먼 거리 때문에 도저히 엄두가 안나던 곳이었는데, 실내 아이스 링..

[+2664days] 누리의 7번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열흘도 더 지난 시점이지만 기록삼아 남겨보는 누리의 7번째 크리스마스.+작년 크리스마스 때 폴란드 주말학교에서 만난 가족이 점심 초대를 했었다. 그때 들어 알게된 '산타에게 편지보내기'. 12월 초까지 로열메일(영국의 우정국)으로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내면 답장을 준다고. 12월 초에 부랴부랴 누리와 누리의 친구가 함께 보냈다. 누리는 스미글즈라는 팬시용품의 물건과 나와 같은 fitbit 시계가 가지고 싶다고 간절한 소망을 담아 보냈다. 나는 싼 샤오미 미밴드를 가지고 있고, 누리는 fitbit 키즈밴드를 가지고 있는데 내 시계라는 이유만으로(혹은 디스플레이가 컬러라는 이유로) 누리는 내가 가지고 있는 시계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누리의 키즈밴드가 더 비싸다고 몇 번이나 말했건만. 컷오프..

[life] 하프 앤 하프 피자 - 김치와 비고스

겨울이라도 방학을 맞아 가능하면 외출을 하려고 한다. 그래도 이틀 박물관, 영화관 가고 나면 하루는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럴 때 장을 보거나 누리와 평소에 시간 때문에 만들어보지 못한 음식을 만들어본다. 그래서 이틀 전에 구워본 피자. 전날 L님 집에 놀러갔더니 김치를 주셨다. 그 김치와 햄, 버섯, 치즈를 올려 구웠다. 누리는 매운 걸 먹지 못하니 직접 올리브, 토마토, 치즈를 올린 피자를 만들었다. 피자에 김치를 올려보자는 생각에 폴란드 헌터 스튜인 비고스(토마토 양배추 조림)도 올려보았다. 집에서 만든 하프 & 하프 피자인데 김치와 비고스, 한국와 폴란드가 담긴 피자를 만들었다. 내가 만들고 내가 감탄한 피자. 김치가 이렇게 피자에 어울리는 음식인지 미처 몰랐다. 한국엔 이미 김치..

[life] 푸드 로망 - 생크림 케이크와 치킨 로스트

먹는 걸 두고 거창하게 로망식이나 싶겠지만, 자라면서 먹던 음식을 맘껏 먹지 못하는 환경에 살고 있으니 그렇다. 늘 먹고 싶은 음식이 몇 가지 있는데 내게는 한국에서 먹던 빵류와 케이크류가 그 중 한 가지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빠리 빵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머핀도 만들어보고 쿠키도 만들어보면서 꼭 만들어보고 싶은 건 케이크와 빵이다. 빵은 반죽기, 제빵기가 없으니 엄두를 내기 어렵고, 케이크 정도는 핸드 블랜더로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연말을 앞두고 핸드 블랜더를 구입했다. 아무래도 연말엔 디저트류를 구울 일이 많다. 핸드 블랜더 구입후 야심차게 도전했던 마카롱은 더 이상 도전하지 않는 것으로 정했고, 이번엔 생크림 케이크에 도전했다.결론부터 말하면 작은 빵틀이 없어 기존의 빵틀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