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life] 하프 앤 하프 피자 - 김치와 비고스

토닥s 2020. 1. 1. 10:23

겨울이라도 방학을 맞아 가능하면 외출을 하려고 한다.  그래도 이틀 박물관, 영화관 가고 나면 하루는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럴 때 장을 보거나 누리와 평소에 시간 때문에 만들어보지 못한 음식을 만들어본다.  그래서 이틀 전에 구워본 피자.

 


전날 L님 집에 놀러갔더니 김치를 주셨다.  그 김치와 햄, 버섯, 치즈를 올려 구웠다.  누리는 매운 걸 먹지 못하니 직접 올리브, 토마토, 치즈를 올린 피자를 만들었다.  피자에 김치를 올려보자는 생각에 폴란드 헌터 스튜인 비고스(토마토 양배추 조림)도 올려보았다. 

집에서 만든 하프 & 하프 피자인데 김치와 비고스, 한국와 폴란드가 담긴 피자를 만들었다.  내가 만들고 내가 감탄한 피자.  김치가 이렇게 피자에 어울리는 음식인지 미처 몰랐다.  한국엔 이미 김치 피자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지비는 폴란드엔 확실히 비고스 피자가 없을꺼라고.  폴란드 사람들이 그렇게 창의적이지는 않다고.



김치와 함께 베이컨을 올려볼까 했는데, 그건 너무 짤 것 같아서 햄으로 바꾸었다.  혹시 다음에 삼겹살 남으면 김치와 함께 피자에 올려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  마늘까지 슬라이스해서 올리면 완전 김치삼겹살 피자.

누리도 직접 반죽하고 밀대로 민 반죽에 좋아하는 치즈와 올리브를 올려 만든 피자라 맛있게 먹었다.  다만, 이스트가 일년전에 사둔 것이라 유효기간이 남았어도(유효기간이 2020년 1월) 거의 반죽이 부풀어 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바삭한 크러스를 맛있게 먹었다.  연휴 기간에 다시 만들어보려고 오늘 이스트도 새로 사왔다.



어제는 지비와 누리는 영화를 보고(나는 영화관 옆 까페에 앉아 과제를 하고), 오늘 저녁 초대에 들고갈 디저트로 쿠키를 구웠다.  2019년 마지막 날 저녁 초대에 아이스크림과 같이 들고가서 환영받았다.  하지만 12월 내내 너무 많은 걸 구워서 당분간은 하지 않을 것 같은 베이킹.  아니다, 이스트 사왔으니 빵이라도 구워볼까. 


+


즐거웠지만 피곤했던 저녁을 마치고 돌아오니 기대하지 않았던 새해 인사가 와있다.  고맙습니다.

별로 발걸음이 없는 블로그라 존재와 유지를 늘 고민하는데, 이런 계기가 다시 나를 블로그에 머물게 한다.  그런면에서 또 고맙습니다.  얼마나 채워질지, 언제까지 채워질지 모르는 블로그지만 우연이라도 발길이 닳은 모든 분께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연히 올려본 김치와 비고스 피자가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처럼 저희도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들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