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이틀째. 만나는 사람마다 크리스마스 방학 어떻게 보냈냐고 묻는다. 공원-극장-박물관 반복하며 보냈다니 "좋네"하는 반응이다. 그렇게 묻는 대부분은 시댁 또는 친정에서 먹고 걷고(산책)하며 지루하게 또는 편하게 보냈다고. 나 역시 '좋네"하는 반응. 우리만 그렇지, 다들 국제결혼 커플이라도 한쪽은 영국인이거나, 영국인이 아니라도 가족이 있는 경우라서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그래서 다른 방학들과 달리 딱히 누리의 학교 친구들과 연락을 해서 만나야겠다는 생각도 안해봤다. 우리는 그저 셋이서 자력갱생 크리스마스 방학을 보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공원-극장-박물관-집에서 뒹굴을 반복하면서. 오늘은 그 중에 한 곳 - 과학박물관에 있는 원더랩 Wonderlab.
이 원더랩은 누리가 3~4살 때 생긴 것 같다. 런던의 많은 유명 박물관들은 입장이 무료인데, 원더랩이 있는 과학박물관을 포함해서 인기 많은 자연사박물관과 영국박물관도 무료다, 이 원더랩은 과학박물관 내 유료전시 시설이다. 입장료가 £8고, 연간입장권은 £13이다. 아이가 어리면 여러번 가보는 것도 좋겠지만,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우리는 한 번 가보니 굳이 다시 올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최근 브리스톨 Bristol의 과학박물관을 갔던터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입장료가 £8인데 가족할인을 받으면 10~20%할인됐다. 어른 둘 이상에 아이 입장권을 추가하면 자동으로 할인된다. 할인을 받고 나니 하루 나들이 비용으로 비싸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선물 가게에서 기념품 하나 안사는 우리도 먹기는 먹어야해서 입장료 2배는 또 써야한다. 여름이면 밖에서 저렴한 샌드위치를 사먹을 수도 있고, 대부분의 박물관은 Picnic area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런데 방학 동안 집에서 삼시 세끼 해먹는 일이 너무 지쳐서 그냥 사먹고 말았다. 박물관 까페는 V&A를 빼고는 먹을만한 곳이 별로 없다. 다시 원더랩으로 돌아가서.
과학박물관은 오래되기도 했고, 체험을 할만한 곳이 별로 없다. 원더랩은 체험형으로 꾸며진 전시관이다. 우리는 거의 오픈하자말자 갔지만 여기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여유 있게 구경하려면 아침 시간이나 늦은 오후가 좋을 것 같다. 다만, 체험 관 내 쇼케이스 공연/토크가 있는데 보고 싶은 걸 챙겨보려면 스케줄을 알아야 하니 오전이 더 좋긴하다. 시간이 안맞아 놓친 걸 뒷 시간에 다시 보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니까. 체험형이라 4~5살은 되야 과학적 사실을 빼고라도 즐길 수 있고, 과학적 사실을 포함해서 즐기려면 7~9살은 되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일뿐이지만.
양쪽 끝의 회전속도를 달리해서 모양을 만들어본다.
공이 회전하며 굴러가는 모양을 관찰한다.
반사된 모습을 보는 거울. 원더랩의 포스터에도 쓰였던 반사경.
드라이아이스, 액체 질소의 성질을 보여준 쇼(?).
각각 다른 표면이 미끄럼틀을 탈 때 속도를 비교해본다. 가운데 플라스틱이 빠를 꺼라 생각했는데, 나무로 된 표면의 미끄럼틀이 더 빨랐다. 마찰이..
조명색을 블랜딩해보는 누리.
이건 물방울이 떨어지는 걸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해보는 곳이었는데, 설명해주니 셀카를 찍어보는 누리. 그 뒤에 다른 아이들도 줄서서 셀카를 찍더란. 아이들아, 그게 그게 아닌데 우리가 미안하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과학적 원리는 알지못해도 누리가 해볼 수 있는 게 많았다. 그래도 연간입장권을 사서 다시 갈 정도는 아닌 것 같고. 누리가 방학 전에 과학박물관에 스쿨트립을 갔었다. 작년 아폴로의 달탐사 50주년 기념의 일환으로. 그때 아폴로의 전설 Legend of apollo라는 3D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시설이 고장나서 보지 못했다. 그래서 겸사겸사 과학박물관으로 갔는데 2009년에 만들어진 3D는 정말 별로였지만, 원더랩은 혹시라도 올 겨울 런던을 찾는 아동 동반 가족이 있으면 꼭 추천! 원더랩 입장권은 인원제한이 있어 온라인으로 미리 사는 게 좋다.
☞ https://www.sciencemuseum.org.uk/see-and-do/wonderlab-equinor-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