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life] 십년 전의 MP3를 꺼내어

토닥s 2020. 1. 30. 08:12

일주일에 한 번 누리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30분 거리를 걸어서 교육을 받으러 간다(돌아오는 길은 지쳐서 버스를 타고 온다).  올해가 3년차.  몇주 전 문득 오고 가는 길에 음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떠나오기 전 거의 마지막으로 했던 프로젝트에서 청각장애에 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나는 이어폰을 끊었다.  초등학교시절 마이마이에서 시작해 한 번도 내 귀를 떠난 적 없었던 이어폰을.  더 오래 내 귀로 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영국에 살면서도 필요에 따라서 이어폰을 쓰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계속해서 음악을 듣는 일은 없었다.  사실 영국에서 음악 자체를 들을 일이 없다.  하여간-.

지난 주 휴대전화에  BBC 다큐멘터리를 들으려고 바쁜 아침 시간에 급하게 다운을 받아 나갔는데, 나가서 보니 휴대전화를 계속 봐야만 들을 수도 있었다.  화면 스위치를 꺼버리는 순간 들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영국 처음 올 때 들고 와서 잘 쓰지 않은 MP3를 찾아들고 나갔다.  시간이 없어서 그 안에 어떤 음악이 들었는지 확인해볼 겨를도 없이.  그렇게 그냥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십년 전에 내가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누리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건전지를 넣고 파워를 켜보았다.  순간 사용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는데, 그냥 손이 알아서 움직였던 것 같다.  그 안에 Depapepe 앨범 두 개가 들어 있었다.



찬바람 맞으며 한 30분 신나게 걸었다.  적당한 이어폰이 없어서 계속 듣게 될런지는 모르겠다.  심지어 연결부위가 옛 USB라, 당연히 블루투스 안된다, 케이블부터 찾아봐야한다.  왜 휴대전화로 음악을 듣지 않느냐고.  너무 고령의 휴대전화라 30분씩 음악을 들으면 배터리가 방전될 게 확실하다.  꺼내볼 십년 전 일기는 없고, MP3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MP3 덕분에 십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기분.  


+


요즘 어디든 둘러 앉으면 사람들은 넷플릭스 이야기를 한다.   사람들이 누구누구 이름을 꺼내 이야기하길래 서로 같이 아는 지인들 이야기하는 줄 알았는데, 넷플릭스에서 보는 드라마이야기였다.  누리 학교친구 엄마들도 서로 재미있는 시리즈 추천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에피소드가 올라오면 그런 정보공유도 한다.  나도 한 미디어 '했던' 사람인데, 요즘 '미디어격차'를 겪고 있다.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MP3라니-, 완전 아날로그-디지털 아닌가.  물론 MP3는 디지털이다.

그래도 넷플릭스를 사용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공중파 뉴스 겨우 보고 산다.  물론 유아채널은 많이 보고 있지만.  한때 한국 프로그램을 지역 설정을 변경해서 볼 수 있다기에 넷플릭스를 가입해볼까 생각해본적은 있다.  물론 한국 프로그램도 누리용 프로그램.  그런데 생각만하다 말았다.  나중에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다시 고려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