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63

[taste] Spam

얼마 전부터 스팸Spam이 무척 먹고 싶었다. 그런 간절한 소망을 지비에게 이야기했지만, 정크푸드라며 외면했다. 은근 먹을 걸 따지는 지비는 소시지를 살때 늘 고기함유량을 체크한다. 고기함유량이 80%가 넘으면 "겨우 소세지라고 할 순 있겠군"하고, 90~100%정도 되야 "소세지다" 그런 반응. 지비가 그런 걸 체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시중에 소시지나 햄이라고 불리고, 판매되는 것들의 고기함유량의 의외로 낮다는 것이다. 50%미만이 태반이다. 어쨌거나 어제 혼자 장을 보러 갔다가 '우연하게' 스팸을 발견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지비에게 스팸을 샀다고 하니 "그런 걸 왜?"해서, 혼자 먹을꺼라고 했다. 오늘 아침부터 점심을 기다려 따듯하게 밥을 하고 스팸을 구웠다. 인터넷에서 본 것처럼 밀가루와 달걀을..

[figure] £26000

영국 정부가 복지수당, 보통 베네핏 benefit이라고 한다,을 수정하는 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얼마전엔 아동수당 child benefit을 셋째 아이부터 제한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자와 경기불황으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각종 사회적 예산이 삭감되고, 공공부문 정리해고가 예고된 가운데 사회안전망인 복지수당 예외없이 손을 보겠다는 것이다. 정말 가난한 사람들은 발 붙일 곳이 없구나라는 걱정도 되지만, 사회안전망이 거의 없는 사회에서 자라난 지비와 나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이곳의 시스템이고, 이곳 사람들의 인식이다. 가장 최근에 뉴스화 된 이슈는 연간 지불되는 각종 복지수당의 합이 £26000를 넘지 않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는 내용이다. £2600..

[coolture] 뉴스타파

오늘 페이스북에 복선배님이 '뉴스타파'가 기대된다는 내용을 썼다. 내용으로 보나 문맥으로 보나 새로 생긴 '뉴스비평 프로그램'으로 보였다. 이 정부가 들어서고나서 없어지기 시작한 비평프로그램이 다시 생겼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 오늘 그 프로그램을 보게됐다. 누군가가 블로그에 유튜브에 올려진 1편을 걸어 놓은 것이다. 한국의 프로그램이라면, 한국의 포털이나 웹사이트에 올려진 프로그램이라면 버퍼링이 무서워 시도를 안했겠지만, 유튜브라 한 번 눌러봤다. 일분에 한 번쯤 화면 멈춤이 있어도 음성은 멈추지 않아 끝까지 볼 수 있었다. http://newstapa.com 아무런 준비없이 화면을 보고 있는데, 이게 뭐야. 진행자가 'YTN 해고기자'다. 그러고 보니 화면 모서리에 '뉴스타파'라는 글자만 ..

[book] 도가니

공지영(2009). . 창비. 이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순수하게 공유 때문이다. 잘 생긴 공유가 군대안에서 이 책을 읽고, 영화화를 제안했다고 하니 영화에 관심을 가져볼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아니한가. 공유 때문에 관심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어색한 연기(?)가 진지함을 망쳐버리기 전에 원작을 먼저 보고 싶었다. '잘 생긴 공유의 어색한 연기'는 이율배반적이지만 사실 아닌가? 소설의 바탕이 된 이 사건을 기억한다. 광주인화학교. 그때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아, 별로 깊이 있게 파고 들어 사건을 보지는 않았다. 단지 기억하는 바로는, 실상이 밝혀져 첫 번째 충격을 주었고. 이후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집단 폭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덕적 비난을 받게 되었고. 그래서 진실을 밝히려는 측의 노력과는..

[coolture] 나는 꼼수다

혼자서 뒷북 좀 치겠다. 모바일에 한겨레 홈페이지 모바일 버전을 연결해놓고, 지하철을 타고 갈때나 틈시간이 생길 때 들여다보곤 했다. '나꼼수'라는 제목은 봤어도 그닥 내 관심사 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김어준의 화법이 싫어서. 대학교 때 '딴지일보'가 생겼다. 주변에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들여다봤지만, 나는 워낙 진지한 사람(?)이라 화법이 내게 맞지도 않았고 불편하기만 했다. 그리고 관심 밖으로 아웃. 한겨레신문에 김어준이 상담코너를 운영했다. 질문하면 상담을 하는 그런 코너였는데, 역시나 세월이 흘러도 그의 화법은 내것이 될 수 없었다. 계속 불편하기만 했고, 나는 계속 외면하기만 했다. '나는 꼼수다'가 내 인지 범위내에 들어왔다. '화제인가 보구나'에 그쳤을 뿐 들어볼 노력은 ..

[book] 울지 말고 당당하게

하종강 글·장차현실 그림(2010). . 이숲. 이 책은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하종강이 노동상담 등 활동하면서 그 과정에서 만난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다. 부제가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이다. 그는 노동문제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면서 노동자-사용자의 갈등이 생기면, 주로 노동자의 편에서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편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예전에 하종강씨의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에겐 (남자로써의) 로망(이든 환상이든)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로망은 사회적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아내에게, 아들에게 좋은 남편과 좋은 아버지이고 싶다는 욕심이 읽혔다. 가족을 이룬 사람으로써 당연한 희망이기도 하고, 지방 강연과 교육으로 실상은 욕심과 거리가 멀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여기서 ..

[life] 상식

문득 어제 S님과 상식에 관한 이야기 나누면서 옛이야기 하나 들려드렸다. 대학교 때, 이게 옛이야기야?, 언론사 입사를 준비한던 후배가 두꺼운 상식책을 끼고 공부하고 있었다. '상식'을 상식으로 풀어야지 공부를 왜하냐 그런 농담이 오가던 가운데, "선배, 저는 시민혁명, 산업혁명은 알았어도 68혁명은 처음 들어봤어요"하며 공부할 것이 너무 많다 그랬다. 그래서 내가 얼굴도 안돌리고 그렇게 대답했다. "나가서 우리과라고 하지 마라" 오늘와서 후배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상식'의 기준이 다양한 것 같아서. J야, 미안하다. (그래도 그 후배의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 이제 그 후배도 후배가 여럿되고 사회적 지위가 있기 때문에.)

[taste] 브리Brie에 빠졌다

브리Brie라는 종류의 치즈가 있다. 위키에 찾아보니 '소의 우유를 이용한 치즈'라고 설명되어 있다. 염소 우유 치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당연한 설명이 있을 수가 있나. 하여튼 처음 이 치즈를 슈퍼마켓에서 발견하고,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고 하니 지비가 한 번 먹어보자고 했다. 너무 밀키해서 먹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한 번 먹고 나는 속으로 다시는 먹지 말아야겠다고 혼자서 생각했다. 그리고 잊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비랑 내가 토요일 아침 즐겨보게 된 Saturday Kitchen이라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로레인 파스칼Lorraine Pascale이라는 쉐프가 출연하는 또 다른 쿠킹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영국에는 내놓을만한 cuisine은 없지만 쿠킹프로그램은 엄청나게 많다. 역설적으로..

[book] 허영만 맛있게 잘쉬었습니다.

허영만, 이호준(2011). . 가디언. 워낙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책을 읽고 있다, 북한관련 영어책. 독서의욕이 확 떨어져서 잘 넘어갈 것 같은 책으로 골라잡았다. 결론적으로 잘못 잡았다. 읽는 내내 괴로웠다. 맛있는 음식도 그립지만 온천이 그리워서. 책의 이미지를 찾기 위해 '맛있게 잘쉬었습니다'라고 인터넷 서점의 검색창에 있었다. 근데 제목이 로 나온다. 그가 아니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여행과 취재였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하고 착하게 생각해도, 그의 유명세를 이용한 책이라는 생각은 지우기 어렵다. 일본여행은 전문가 뺨칠정도로 잘 다룬 블로거들이 많기 때문에, 그럼에도 잘만들어진 책은 만나기 어렵다, 뻔하지 않은 여행지를 찾아 고생한 흔적이 보인다. 일본관광청과 같은 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그래서..

[coolture] The Big Questions

BBC1TV The Big Questions, 2년 전쯤 지비랑 일요일 아침마다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었다. 1년 전에 살던 곳은 TV가 없어 잊고 지냈다가 오늘 아침 이 프로그램을 보고 반갑게 시청했다. BBC1에서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토론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이 지역마다 순회를 하고, 이슈 관련자들이 앞에 앉고 일반관객은 뒤에 앉아 간간히 의견을 밝히기도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점이 없다. 하지만 선정되는 이슈들을 볼때 상당히 '선정'적인 면이 있다. 선정적이기는 해도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는 생각이 들고, 이 영국이라는 땅에 어떤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왜? 앞에서 말했듯 토론은 전국을 순회하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이슈에 관해, 혹은 인종적인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