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book] 울지 말고 당당하게

토닥s 2012. 1. 17. 18:40

하종강 글·장차현실 그림(2010). <울지 말고 당당하게>. 이숲.

이 책은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하종강이 노동상담 등 활동하면서 그 과정에서 만난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다.  부제가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이다.  그는 노동문제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면서 노동자-사용자의 갈등이 생기면, 주로 노동자의 편에서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편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예전에 하종강씨의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에겐 (남자로써의) 로망(이든 환상이든)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로망은 사회적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아내에게, 아들에게 좋은 남편과 좋은 아버지이고 싶다는 욕심이 읽혔다.  가족을 이룬 사람으로써 당연한 희망이기도 하고, 지방 강연과 교육으로 실상은 욕심과 거리가 멀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명하게 표현하기 애매한, 아직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복잡하다, '좋은 남자'이고 싶다는 욕심도 나는 읽었다는 것.  사실과 다르다면 내가 하등한 것이고. 
그렇게 내가 본 '하종강'이라는 사람을 다시 확인하는 책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여성노동자이기도 하고, 노동자의 가족일때도 있다.  알쏭달쏭하게(?) 표현하는 여자후배도 있고, 그의 아내도 있다.  '여인들'이라는 창문으로 과거와 현재의 한국사회, 과거와 현재의 노동문제를 바라본 셈이다.  사회적 문제의식 없이 바라봐도 무방할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책장의 마지막을 덮을땐 문제의식 없이 시작했던 사람도 무엇인가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이 그의 또 다른 책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에 미치지는 못하는 이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하종강이라는 사내가 궁금하다면, 그래 '남자'보다 '사내'가 적절한 듯,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라는 책을 권한다.


그리고 책만드는 님들, 제발 책을 포장하지 마세요!
이 책은 표지커버가 아닌 책커버를 가지고 있다.  다이어리를 담는 박스 같은 것에 작은 책이 담겨 있는데, 대체 이 박스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싶다.  누군가는 책의 디자인이 소비자의 구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아느냐고 나의 무식함을 나무랄지는 모르지만, 이거 한마디로 '낭비'에, '환경파괴'에, '돈지랄'이다.  어떻게 보면 '컨텐츠의 자신없음'으로 비춰지기도 한다는 걸 편집자들은 아는지, 모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