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63

[book]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조국(2011). . 21세기북스. "어 좋구만.." 조국 교수가 TV에 진보진영 토론자로 나오기 시작할 때 나의 반응이었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학력도, 근무처도 서울대. "어 먹히겠구만.." 그 뒤에 신문에서 칼럼으로 보긴 했는데, 칼럼은 비쥬얼만큼 섹시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그런 그가 다시 '응?'하고 인지의 범위안에 들어오게 된 건 '나는 꼼수다'를 들으면서다. 그는 '나는 꼼수다' 나온적은 없지만, 김어준 총수가 전 문재인 비서실장을 지지하기 전에 조국 교수면 되겠다(뭐가?)라고 생각했다가 조국 교수의 책을 보고 "아 (너무 점잖아서)재수가 없구만"는 대목을 듣고, '그래?'하고 그의 책을 주문했다. '대체 왜?'하고. 책을 읽어보니 '참 점잖네'하는 생각이 들긴한..

[keyword] Olympic

2012년 런던 올림픽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어려서 별 기억이 없다. 굴렁쇠 굴리던 장면만 기억에 남아있다. 그래도 사는 곳이 런던이니까 아무리 스포츠나 이런 국가행사에 먼 사람이라도 관심을 안가질래야 안가질 수가 없다. TV만 켜면 접하고 싶지 않은 뉴스들이 머릿속을 마구 비집구 들어오니까. 이곳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뉴스들은 한국이 국가차원의 큰 행사들을 준비할 때 뉴스들과는 좀 다르다. 아주 공평하게 양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올림픽만 치르면 도시살림이 번듯해질 것과 같은 핑크색 꿈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경기장 Venue 얼마 전 동기 H가 페이스북에 올린 한국 뉴스엔 런던 올림픽 준비가 다 된듯 보였지만, 믿거나 말거나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들은 아직도 건설..

[life] 행복한 캠퍼들 Chapter 1.

지비와 내가 이곳에서 캠핑을 하게 된 건 순전히 지비의 친구 발디와 사라 커플 때문이었다. 2010년의 봄날 그들이 제안했고, 그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땐 사실 '이 나이에 캠핑은 무슨'이라고 생각을 했다. 지비의 극성이라긴 그렇고, 지비의 희망으로 그래 '한 번 가준다'라는 생각으로 Folkstone에 가게 됐다. 그 뒤로 우린 두 해 동안 5월과 8월의 연휴 때마다 캠핑을 갔다. 그 동안 발디와 사라 커플은 헤어졌어도. 처음 간 Folkstone은 기회가 되면 다시 가고 싶은 환상의 캠핑장이다. 영국의 전형적인 이미지라 할 수 있는 하얀 절벽 아래 위치한 캠핑장에서는 밤이면 도버해협 너머 프랑스의 불빛들이 보였다. 두번째로 간 Cambridge-Ipswich는 전형적인 영국 시골길을 걷는 즐거움을 알게..

[life] 왔다!

기다리던 올림픽 여자 양궁 결승전 티켓이 드디어 도착했다. 올림픽 개막식을 신청했었는데, 떨어졌다. 복권처럼 신청하면 위원회에서 랜덤으로 선정해 티켓을 팔았다. 그 이후 개막식 신청에 떨어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올림픽 티켓을 오픈할 때 구입했다. 가장 저렴한 좌석으로. 그래도 한 장에 £30라는 돈이 우리에게 적은 돈은 아니라서 약간 고민했다. 가을을 대비해 돈을 절약하려고 하지만 늘 '이때가 아니면 언제'라는 아쉬움과 충돌한다. 올림픽을 우리 생애 언제 다시 보겠냐는 지비의 의견으로 기울어 구입으로 마음을 모았다. 스포츠하고 거리가 먼 사람인데 어쩌다보니 올림픽까지. 우린 태권도를 볼까 양궁을 볼까 하다가 한국팀 결승전 진출이 확실해 보이는 여자 양궁을 골랐다. 아쉽게도 폴란드의 경우는 어느 종목도 결과..

[taste] 유사 팥빙수

지난 주 목요일 아침 눈을 뜨고 내가 한 첫 말은 "날씨가 한국 같아"였다. 그런 일이 잘 없는데 후덥지근하게 더운 날이었다. 라디오 때문에 킹스톤으로 가면서 S님과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날씨가 한국 같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들. 나만 보면 먹고 싶은 음식 없냐며, 시간 날 때 집에와서 해주겠다는 S님. 그래서 메시지 끝에 '먹고 싶은 음식 해준다면서요', '팥빙수'라고 보냈더니, S님의 대답이 '뜨악 어려운거다'였다. 꼭 임신 때문이 아니라, 이곳에서 가끔 먹고 싶은 한국음식은 대단한 음식들이 아니다. 순대, 떡볶이, 팥빙수 이런 것들이지. 그렇잖아도 얼마 전에 팥빙수는 아니어도 그 비슷한 걸 먹어보겠다며 팥빙수 팥캔을 사둔 게 있었다. 목요일 저녁 집에 도착하자 말자, 팥빙수를 대신해서 뭔가 먹을 ..

[coolture] 프로젝트 팀 금옥

얼마 전 영국에 있는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금옥이'라는 창작 뮤지컬 소개·광고가 올라왔다. 영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모여 일본군강제위안부를 다룬 창작극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영국에 이런 일이?'하는 생각이 들었다.영국에선 유학생 둘 중 하나가 예술 관련 공부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 가운데 학생들이 모여, 아마도 연기든 연출이든 극 관련 공부를 하겠지,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것이 신기했고, 궁금했고, 기특했다. 요즘 아기 생기기 전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욕심내서 하고 있는 중이라 지비도 나도 따로 주말이 주중 만큼 혹은 그 보다 더 바쁘다. 그런 이유로 특별한 약속을 잡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주말 저녁은 한가한 편. ..

[life] 갭Gap에서 있었던 일

오늘 아침 수화통역사 권재희 선생님의 포스팅,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장애인들에게 해줄 좋은 이야기에 관한 아이디어가 없냐는 질문을 보다가 지난 토요일에 갭Gap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갭의 온라인 몰에서 내 바지 하나와 지비 가디건 하나를 샀다. 나의 경우는 매장에서 입어본 것이라 자신있게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았고, 지비의 경우는 웹사이트에서 제시하는대로 가슴둘레와 팔길이를 재어보고 주문했다. 그런데 웬걸. 둘다 M사이즈로 주문했는데, 금요일에 물건을 받고 입어보니 둘다 큰 거다. 홈페이지에 검색해보니, 매장에 가서 사이즈를 바꿀 수 있을 것도 같고, 최소한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매장을 통해 보내고 변경할 물품을 집으로 새로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변경할 물품의 사이즈를 어떻게 신청하지?'하는 물음..

[taste] 얼갈이 배추 쌈

지난 봄에 바르셀로나의 상인이가 보내온 씨앗 중에 배추 씨앗이 있었다. 심어놓고 배추가 나기를 기다렸는데, 올라오는 모양이 내가 기대했던 배추랑은 다른 것이다. 나는 김치 담을때 쓰이는 배추를 상상했다. 그래서 다시 씨앗을 꺼내 확인해보니 '얼갈이 배추'였다. 얼갈이 배추라면 지금 자란 정도가 다 자란 것 같아 '날 잡아 잡술' 날을 벼르고 있었다. 요건 러너 빈. 얼갈이 배추를 어떻게 먹는건지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생으로 겉절이를 해먹거나, 데쳐서 쌈 싸먹거나, 데쳐서 무쳐먹는 정도가 대략의 방안. 겉절이는 양념이 자신이 없어 데쳐서 쌈 싸먹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주중엔 나도 지비도 바빠서 해먹을 시간이 없어 주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토요일에 근처 일링에 아르바이트 오신다는 S님이 생각나 연..

[life] 과일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이 겁나긴 하지만, 먹고 싶은 건 먹자는 지론이라서 가리지 않고 다 먹는다. 산책 삼아 걸으러 나가면서 과일을 사왔다. 먼저 요즘 매일 같이 먹고 있는 라즈베리Rasberry와 바나나를 슈퍼마켓에서 샀다. 이곳에서 먹는 라즈베리는 한국에서 먹던 산딸기와는 조금 다르게 씨가 딱딱해서 먹지 않았는데, 어쩌다 그도 맛들이고 나니 그럭저럭 먹을만해서 자주 먹는다. 어릴 땐 산딸기에 하얀 설탕을 솔솔솔 뿌려 먹었는데.그땐 왜 수박이며, 딸기며, 심지어 토마토며 모든 과일에 설탕을 뿌려 먹었을까? 개량 기술이 요즘과 같지 않아 과일이 덜 달았던 걸까? 얼마전 영화 를 지비와 보면서 토마토를 과일처럼 설탕을 뿌려 먹었다하니 이해를 못한다. 지비에겐 토마토는 과일이 아니라 채소일뿐이고, 더군다나 설..

[book] 우리가 사랑한 1초들

곽재구(2011). . 톨. 어느 순간부터 사회관련 책들이 도돌이표 같은 그리고 답도 없는 잔소리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올 초 한국에서 책을 주문하면서 문학서적을 좀 구입했다. 사회관련 책들은 유행이라는 게 있어 시간이 지나면 잘 읽어지지 않지만, 문학은 좀 다르겠지 하면서. 이 책에 앞서 읽은 책들은 나를 약간 '분노하게'만들었다. 그래서 서평도 없다. 간략하게 쓸 수도 있지만 좋은 말로 남기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내게 분노와 실망감을 남겨준 책들을 뒤로하고, 나를 분명하게 실망시키지 않을 책으로 골라들었다. 바로 곽재구의 산문집, . 시인 곽재구가 타고르의 고향에서 머무른 1년 반동 안의 기록이다. 나는 이 책을 '곽재구'라는 시인 때문에 샀다. 그 내용이 타고르의 고향에서 지낸 시간의 기록인줄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