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2년

[taste] 유사 팥빙수

토닥s 2012. 7. 5. 01:17

지난 주 목요일 아침 눈을 뜨고 내가 한 첫 말은 "날씨가 한국 같아"였다.  그런 일이 잘 없는데 후덥지근하게 더운 날이었다.  라디오 때문에 킹스톤으로 가면서 S님과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날씨가 한국 같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들.  나만 보면 먹고 싶은 음식 없냐며, 시간 날 때 집에와서 해주겠다는 S님.  그래서 메시지 끝에 '먹고 싶은 음식 해준다면서요', '팥빙수'라고 보냈더니, S님의 대답이 '뜨악 어려운거다'였다. 


꼭 임신 때문이 아니라, 이곳에서 가끔 먹고 싶은 한국음식은 대단한 음식들이 아니다.  순대, 떡볶이, 팥빙수 이런 것들이지.  그렇잖아도 얼마 전에 팥빙수는 아니어도 그 비슷한 걸 먹어보겠다며 팥빙수 팥캔을 사둔 게 있었다.  목요일 저녁 집에 도착하자 말자, 팥빙수를 대신해서 뭔가 먹을 수 있는 걸 만들었다.  얼마 전에 구입한 아이스바 틀에 팥과 우유를 넣어 얼렸다.  일요일 저녁에 손님들오면 간식으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것이 이것!



기대했던 것은 팥바였는데 팥 따로, 우유 따로가 됐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지비지만, 이건 너무 차가워서 먹기가 힘들다고.  그래도 나는 두 개나 먹었다.( '_')

담엔 요거트를 아이스바 틀에 넣어 얼려봐야겠다.


어제 병원에 다녀온 후 S님의 일터에 잠시 들렀다.  주말에 함께 옥스포드에 가기로 했는데, 출발시간이나 그런 것들을 짧게 논의하려고.  S님이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기에 작은 찹쌀떡을 골랐다.  20여 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돌아와 내다버릴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다가 요거트 빈 통을 보고 뭔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유는 물처럼 단단하게 얼지 않기 때문에 얼린 우유에 팥을 넣으면 팥빙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일단 생각처럼 되는지 해봐야 한다.  요거트 빈 통을 씻어 우유를 부어 얼렸다.  


주재료: 얼린 우유, 팥빙수용 팥

부재료: 찹쌀떡, 미숫가루, 과일


저녁을 먹고 디저트로 내놨다.  얼린 우유를 베이스로 놓고, 팥빙수용 두 숟가락, 미숫가루 한 숟가락, 썰어놓은 모찌와 라즈베리를 함께 냈다.



'팥빙수'라고 말해줬지만, 지비에겐 발음하고 기억하기 너무 어려운 이름이다.  그래서 기억하기 쉽도록 'Korean sorbet'이라고 설명해줬다.  그리고 한국에서 여름에 많이 먹는 간식이라는 것도.  그래도 지비에겐 이렇게 차가운 음식이 디저트가 되긴 어려운 모양이었다.  나는 혼자 감격해하면서 열심히 먹었다.  또 먹어야지, 유사 팥빙수.  날씨가 좀 쨍쨍하게 더웠으면 좋겠다.  이 유사 팥빙수를 먹어도 춥지 않도록.  사실 어젯밤은 약간 쌀쌀했다. (^ ^ );;



이렇게 없으면 없는대로 대체해가면서 산답니다.(^ ^ )